신부님 만난 스님

청전 스님 2012. 07.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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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르댕 신부가 태어나고 성장한 저택이 잘 유지되고 있다./  사진 청전


  아주 오랜 천 년 전의 인간, 지금 이 시대의 인간, 미래 천년 후의 인간의 차이가 있겠는가? 즉 과거속의 모든 사람들, 현재의 사람 그리고 미래의 사람들에게 인간 자체로써 어떤 차이가 있을 것인가?


  무슨 팔자인지 한 달 반이 넘는 유럽 여행길에서 필자의 고집스런 역사의 몇 자리를 확인하고 돌아왔다. 스님의 신분으로 본다면 너무나 엉뚱한 여행길이었다. 그 옛날 학생시절부터 “왜 이런 사람들은 자기 고생, 아니 죽음에 이르면서 까지도 자기주장을 펴왔지? 이런 주장 이후엔 당할 체벌도 알면서도”하며 호기심을 가져온 역사적인 사람이기도 했다. 이번 여행길에 그 지적 호기심을 풀어헤치며 그 자리에 가보고서야 내가 그런 상황에서 어떤  행동으로 맞섰을까를 깊이 생각했다. 

 

  떼이야르 드 샤르댕 신부. 그는 75세(1881~1955)로 생애를 마친다. 신부 입장으로는 좀 어색하달까.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북경 직립원인 두개골 발굴 작업에 참여했다. 창조적 진화론이라는 말을 써가며 기독교 천지창조설과는 맞지 않는 주장을 하여 끝내 파문(Excommunication) 당하는 신세로 신부직이 박탈됨은 물론, 어떤 종교적 행사를 금지 당한다. 죽음도 분명치 않다고 한다.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는 미국으로 건너갔다가 한 창고에서 주검으로 발견 되었다. 일설에는 굶어 죽었다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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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이야르 드 샤르댕 신부가 태어난 사르쎄나라는 마을 입구 표지판/ 사진 청전


 필자에게는, 자기가 확신하는 진리에 어떤 제약도 두려워하지 않고 끝까지 자기 길을 간다는 용기는 놀랍다. 그렇게 하면 자기에게 올 불이익이나 제약을 분명히 알면서도 그렇게 할 용기가 과연 어디서 오는가이다. 흔히 말하는 도그마에서 자유롭다는 것이다.  

  하긴 각 종교마다 도그마란 진리를 가지고 있다. 그것을 빙자하여 많은 사람을 죽이기도 했고 또 전쟁까지도 만들어왔다. 필자는 도그마를 단순한 교리라고 풀어쓴다. 도그마는 그저 이론일 뿐 인 것이다. 그리고 또 그 절대교리, 즉 도그마라는 게 시대적으로 변하여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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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야르 드 샤르댕 신부

  필자는 이 용기 있는 신부를 오랜 옛날부터 한번은 확인하고 싶었다. 벼르다가 이번 유럽 순례 길에 첫 방문 목적지로 정했다. 프랑스 남부 클레르몽 페란드라는 도시. 알고 보니 역사적으로 십자군 원정 1차 집결지가 공교롭게도 거기였단다.  또 철학자이자 수학자인 파스칼(B. PASCAL)의 태생지이기도 했다.

  그런 지식은 거기 가서야 알게 되었다. 막연히 갔지만 그 도시 사람과 함께 마을 이름까지 알아내 신부님의 태생지 마을과 태어난 집까지 확인 했다. 어렵게 물어물어 찾아간 저택은 좀 큰 부잣집이었다. 주변이 수려했다. 동네 주민에게 물으니 직계 친인척 자손이 가끔 집을 방문하여 보기만 하고 살지는 않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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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랜드 토룬시 광장에 있는 코페르니쿠스 동상/  사진 청전

   연계선상에서 필자를 고무시키고 꼭 확인해서 풀어야 될 사람이 또 있었으니 코페르니쿠스이다. 정식 이름은 니코라우스 코페르니쿠스(Nicolaus Copernicus: 1473~1543)다. 죽임을 당할 당시 고위 성직자인 주교의 지위였다고 한다. 그런데 도그마를 거스르는 이론인 지동설을 주장했다니, 이 분의 그런 용기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본인이 알아낸 확고한 지식을 진리로, 어떤 힘이나 윗사람의 누구 눈을 염두에 두지 않고 주장할 수 있는 그런 진실에 대한 확고한 자기주장을 할 수 있는 자세라니. 놀랍지 않은가.


 필자는 일부러 폴랜드 땅 토룬이라는 도시를 찾아 태어난 집까지 확인했다. 집 안에는 먼 훗날 기념관으로 만들어 놓은 박물관답게 여러 가지 기기나 기구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다. 손수 제작했다는 것들도 있다. 그런 물건 앞에서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후에 이분의 지식을 받아들여 지동설을 주장했다가 교회재판의 무서운 힘에 아무런 주장도 못하고 진리를 포기하며 물러앉은 이가 바로 수도사 갈릴레오이다. 필자는 5년 전 피사의 탑 앞에서도 묘한 감정에 젖기도 했다.

 

 이 시대의 성직들의 임무랄까, 사회에 어떤 자세로 존재해야 되는가. 열린 이 시대에 과연 진리의 길 위에 서있다고 자부하는가. 아마도 그런 것은 거추장스런 속옷 정도로 팽개치고 따질 필요도 없는 것일 것이다.  종교가 사업으로 변질되어 버려 그런 것은 우선 돈이 안되니까, 장사가 안되니까. 요즘 성직자들의 위상은 말할 필요가 없이 땅바닥에 추락되어버린 상태라고 한다.  성직은커녕 아예 내놓고 성직을 편히 먹고살기 위한 수단과 직업으로 택하는 시대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 땅에서는 더욱 심한 것으로 안다. 얼마 전 소위 수행자들의 도박 운운 소식과 함께 이걸 어쩌지요 하면서 필자의 견해를 묻는 전화가 왔다. 좀 심한 표현이지만 주저 없이 이렇게 말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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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페르니쿠스가 태어난 집에 전시된 방안에는 여러가지 천체 관찰기구가 많이 있다/ 사진 청전


 “요즘 세상에서는 어떤 쓰레기도 재활용으로 쓰려고 분류 수거를 한다. 그러나 인간 쓰레기만큼은 재활용도 못한다”라고.  이 말을 해놓고도 필자는 분통이 터져 한동안 패닉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막상 유럽에 가서 들었는데 그 뉴스가 BBC와 CNN에 방영 되었다면서 과연 “세계 속의 한국불교”를 제대로 드러냈구나 라고 했다. 막상 당사자들은 자기네들의 행동으로 인한 선량한 사람들에게 주는 피해, 정신적 허탈감을 상상이나 하고 있을까?


 마하트마 간디는 “진리가 바로 나의 종교”라 했다.

 이곳 달라이 라마는 “나의 종교는 친절입니다”라고 한다. 필자는 이미 어디에서나 심지어 활자화된 책에서까지도 기회가 주어지면 나의 종교를 선언하다시피 했다. 즉 “나의 종교는 민중입니다”라고. 아직까지 수행 길 위에서 터득한 거라면 정말 사람이 나의 종교인 것이다.

 

  글 쓰면서 제일 윗머리에 인간의 시대적인 차이를 물었다. 과연 시간 감에, 세우러 감에 인간의 차이랄 게 있겠는가? 정답은 “없다”이다. 사람은 시대를 초월해서도 똑같은 것이다.  단 그 시대의 껍질 외형만 달라질 뿐이다. 어떻게 인간 본질에서 차이가 있겠는가. 그래서 이 복잡한 사회 힘든 삶에서 생명 가진 누구에게나 희망이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누구나 신이 될 수가 있고 부처가 될 수 있는 만고의 무한한 진리 자체자인 것이다.

 

  이 글을 읽고는 더러 출가한 스님이 되게 할 일 없어 엉뚱하게도, 그것도 다른 종교인들의 꽁무니나 조사하러 다닌다고 비난도 하겠다. 어쩌면 받아 싸다. 필자는 꼭 내 눈으로 확인 후에 내 것으로 받아들이는 피할 수 없는 까다로운 병을 가지고 있다.  그냥 쉽게 믿지 않는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출가 전에 많은 종교적인 방황을 했다.  지나고 보니 그건 정말 단 약이었다. 비유가 옳은지 모르겠지만 진리의 길엔 으레 담금질이 필요하다. 찬란한 아름다움을 지닌 천 년 자기가 되어 나오기 전에 불가마 안에서 뜨거운 불길을 거쳐야만 하지 않는가. 어쩌면 죽기 전까지 이러한 진지한 질문의 연속선상의 길 위에 살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친 뒤에는 자기 인생길 삶의 절대 확신과 그와 비례한 내적인 마음의 평안이 따르는 법이니까. 

 

  끝으로 이런 까다로운 방문 확인조사에 도움을 주신 클레르몽의 장뤽과 쑤니아께 따뜻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2012년 히말라야 우기 전의 막바지 더위 속 다람쌀라에서.  

  

 비구 청 전 두 손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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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전 스님
가톨릭 신부가 되기 위해 광주 대건신학대에 다니다 송광사 방장 구산스님을 만나 출가했다. 1988년 인도로 떠나 히말라야에서 달라이라마를 만나 그의 제자가 되었다. 매년 여름 히말라야 최고 오지인 라다크를 찾아 고립된 티베트 스님들과 오지 주민들에게 약과 생필품을 보시하고 있다. 어느 산악인보다 히말라야를 많이 누빈 히말라야 도인.
이메일 : cheongjeon9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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