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복에 쓰러져버린 단골손님

서영남 2012. 07. 19
조회수 4677 추천수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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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국수집 근처에 '후레쉬 포크'라는 정육점이 있습니다. 삶에 지친 VIP 손님이 쪼그리고 앉아 쉬고 있습니다.

어제는 민들레국수집의 오랜 VIP손님인 고0환씨가 쓰러졌습니다. 건강상태가 아주 좋지 않았습니다. 동인천 역 근처에서 노숙을 합니다. 어떤 날은 밥을 먹다가 속이 좋지 않아서 먹지 못하는 날도 있었습니다. 

어제 오후였습니다. 국수집에서 식사를 한 후에 근처 교회 뒤쪽에서 그냥 뒤로 쓰러졌습니다. 급히 119 응급차가 왔습니다. 병원으로 실려갔습니다. 살아서 나올 것 같지 않습니다. 민들레국수집 시작할 때부터의 손님입니다. 

세상에서 제일 미운 사람이 당신 엄마라고 했습니다. 어릴 때 얼마나 힘들게 살았는지 엄마가 술집을 나가곤 했답니다. 그게 제일 싫었다고 합니다. 엄마가 제일 미웠다고 합니다.

그렇게 오십 평생을 살다가 결국 길에서 쓰러져버렸습니다. 안타까운 인생입니다.

오늘은 우리 손님들께 닭백숙을 대접합니다.손님들이 닭백숙 한 그릇 드시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짠 합니다. 얼마나 정성스럽게 식사하는지 놀랄 정도입니다. 뼈만 깨끗하게 남습니다. 그리고 잘 먹었다면서 행복해 하는 표정도 마음을 짠하게 합니다.

 허리가 다 나은 줄 알고 이곳저곳 돌아다녔더니 온몸이 쑤십니다. 허리가 다 나은 것이 아니었나 봅니다. 오늘부터는 좀더 조심조심해야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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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남
전직 가톨릭 수사로, 인천에서 노숙자들과 가난한 이들에게 국수를 나누 는 민들레국수집 운영하고 있다. 1976년 가톨릭 한국순교복자수도회에 입회해 1995년부터 전국의 교도소로 장기수들을 찾아다니다가 천주교 서울대교구 교정사목위원회에 파견돼 출소자의 집인 ‘평화의 집’에서 출소자들과 함께 살았다.
이메일 : syepet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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