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섭리

서영남 2012. 08. 02
조회수 5424 추천수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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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섭리에 기대어서 산다는 것은 참으로 스릴 만점의 삶입니다.  백조처럼...  우아하게 보이지만 물밑에서는 필사적으로 발을 움직여야만 합니다.  끊임없는 갈등에 어쩔 줄을 모릅니다.  그런데 섭리는 참으로 놀랍습니다.
 
손님들은 끊임없이 밀려옵니다.  쌀은 곧 떨어질것처럼 아슬아슬합니다.  밀린 수도료와 전기료, 도시가스료를 생각해 봅니다.  방세는 어떻게 마련할지 방법이 없습니다.  오늘 하루를 버티기가 참으로 어렵다고 생각하면서 국수집에 옵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국수집 앞에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하늘에서 떨어진 만나처럼" 쌀과 반찬이 그득하니 쌓여있다면 얼마나 놀라운 일입니까.  
 
오늘 아침입니다.  예순다섯이신 황 0 0 님은 민들레국수집 VIP 손님입니다.  거금 삼만 원을 반찬사는데 보태라며 수줍게 내밉니다. 제 가슴이 감동을 먹었습니다.  삼만 원이면 일주일이나 찜질방에서 잘 수도 있는 큰 돈입니다.  아무 조건없이 그냥 고맙다면서 내어놓는 너그러운 마음은 정말 하느님 마음같습니다.  
 
연이어 전화가 왔습니다. 국수집에 와서 봉사활동을 하고 싶은데 어렵다고 합니다.  그래서 미안하지만 돈을 좀 보내도 되는지 물어봅니다.  
 
폭염주의보가 내렸다고 합니다.  찜통같은 더위에 바캉스 갈 생각을 하지 않고 서울 강동구 암사동에서 사는 스물아홉 살 청년이 어제도 와서 하루 온종일 설거지를 했는데 오늘도 또 왔습니다.  회계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청년이 회계사가 된다면 참 좋겠습니다.
 
인항고등학교 학생 일곱 명이 찾아왔습니다.  일학년과 이학년 학생들입니다.  고구마줄기를 다듬는 일을 맡겼습니다.  참 정성스럽게 고구마줄기를 다듬고 있습니다.
 
여인숙 쪽방에서 지내다가 어제 셋방을 얻어 옮긴 권여사께서 오랜만에 조용하게 잠을 푹 잤다고 합니다. 여인숙 쪽방은 참 시끄럽다고 합니다.  
 
예산을 확보하지 않고서 손님을 대접하는 일이 겁나는 일이기는 하지만 하느님의 섭리를 체험하는 멋진 일이기도 합니다.  큰 사랑으로 나눠주시는 은인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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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남
전직 가톨릭 수사로, 인천에서 노숙자들과 가난한 이들에게 국수를 나누 는 민들레국수집 운영하고 있다. 1976년 가톨릭 한국순교복자수도회에 입회해 1995년부터 전국의 교도소로 장기수들을 찾아다니다가 천주교 서울대교구 교정사목위원회에 파견돼 출소자의 집인 ‘평화의 집’에서 출소자들과 함께 살았다.
이메일 : syepet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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