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터치
휴심정이 만난 사람들을 함께 만나보세요. 또 '인간은 변하는가, 변하지 않는가'란 인류정신사의 가장 큰 주제를 오해 테마로 한 인터뷰와 이에 대한 목사와 신부, 스님, 주역의 대가와 심리학자 등 10명이 모여 토론한 대담을 선보입니다.

죽지않고 행복하게 살기

2012. 11.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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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과학자 출신으로 티베트 불교에 귀의한 마티외 리카르(66) 스님과 2일 서울 사간동 법련사에서 <한겨레> 단독 인터뷰를 했다. 그는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언론인인 아버지와 대담한 <승려와 철학자>로 세상에 알려진 인물이다. 최근엔 <행복, 하다>(현대문학 펴냄)란 책을 한국어로 출간했다. 이번에 펴낸 한국어판 사진집 이름은 <고통에서 피는 희망>이다. 법련사에서 사진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티베트불교와 히말라야의 정신을 담아낸 사진 작가이기도 한 리카르 스님은 저서와 사진집·전시회·강연에서 나오는 수익금 전액을 히말라야에 학교와 병원을 짓는 데 쓰고 있다. 이날 인터뷰는 하루 평균 자살자 수가 세계경제개발기구(OECD) 평균 12.8명보다 2.6배나 많은 42.6명에 이르러 자살율 1위국의 불명예를 안고 있는 ‘죽고 싶은 한국인’을 위한 질문에 집중됐다. 그는 “외적인 성취를 위해선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면서도 자신의 마음을 돌보는 데는 너무나 무관심하다”며 안타까워했다.

 

 -지금 한국에는 죽고 싶은 청년들이 많다. 이들에게 뭐라고 할 것인가.

 

 “요즘 젊은이들에게 가족과 주위에서 기대하는 것은 물질적 성공과 출세다. 모두 외적인 것이다. 외적인 조건을 개선해 가족을 부양하고 좀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노력은 좋은 것이다. 그러나 거기에 모든 것을 걸어서는 안 된다. 


 내가 홍콩에서 강연할 때 한 분이 일어나 말했다. ‘15년전 내가 백만장자가 되고싶었다. 15년후 그 보다 다섯배나 많은 5백만불 벌었지만, 지금 와서 지난 15년을 낭비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모든 걸 성취에만 걸다보면 원하는 것을 얻더라도 충만감이 들지 않아 ‘내가 원했던 게 이것 밖에 안 되나’ 하는 절망이 찾아들기 마련이다.


 달라이 라마(티베트불교의 정신적인 지도자)는 어느 대기업 회장보다 바빠 잠시도 개인적 짬을 내기 어려운데도 고통스러워하거나 불행감에 빠지지 않는데, 그건 내적인 평화와 지혜가 있기 때문이다.


 치유법은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마음을 보는 것이다. 마음이 친한 친구도 되고, 최악의 원수도 될 수 있다. 조용한 곳에서 내 마음이 표면으로 올라올 시간을 주면서 가만히 있어보지 않겠는가. 그래서 뭔가 내게 귀중한 길을 찾는다면 가는 길이 험하더라도 가려 들 것이다. 히말라야 험로를 오르는 등산가처럼. 또 하나는 사고방식을 이타적인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다. 사실 절망은 자기만 생각할 때 쉽게 온다.  타인에 대해 생각하면 도울 일이 너무나 많다.


 내 친구 심리학자가 실험을 했다. 두 그룹의 아이들에게 돈을 주고 한 그룹은 영화도 보고 아이스크림도 사먹고 자신만을 위해서 쓰라고 했고, 한 그룹은 가난한 이들을 돕는데 쓰게 했는데, 전자들은 지루해했지만, 후자들은 행복해했고, 얼굴엔 빛이 났다.”

 

 -당신은 외적인 조건이 행복을 좌우하는게 아니라고 하지만, 당신처럼 다 가진 사람이 그런 말을 하면 별로 가진 게 없는 사람들은 화가 난다. 당신은 부유한 나라(프랑스)에서 잘 난 부모(아버지는 철학자이자 언론인, 어머니는 화가)에게서 태어나 공부를 잘해 과학자(노벨상 수상자의 지도로 박사학위를 받음)가 되어 누릴 것 다 누리다가 출가해 훌륭한 스승(달라이라마의 스승 딜고겐체 린포체)을 만나 수행하고 베스트셀러 작가까지 되지 않았는가. 대부분은 당신보다 머리도 나쁜데 삶에서 개선시켜야할 것이 너무나 많다. 어떻게 해야한단 말이냐.

 

 “십대때 나를 봤다면 이런 말은 안했을 것이다. 나는 실은 학교에서 공부도 잘 못했다. 18살 때까지 원하지 않는게 뭔지는 알았지만, 뭘 원하는지를 전혀 몰랐다. 사실 쉽지않았다. 전혀 영어를 못한 상태에서 가방 하나 메고 인도로 갔다. 위대한 스승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본 뒤, 그를  만나겠다고 무조건 길을 나섰다. 그 때 돈도 거의 업었고, 델리에서 다즐링까지 가기 위해 3일간 기차를 타야 했다. 부모들도 부유하지는 않았다. 파스퇴르 센터에서 6년간 일하며 박사학위를 따긴 했지만, 히말라야에서 스승님과 같이해야겠다고 생각해 한달에 30달러씩 쓰며 7년을 살았다. 그 동안 한번도 프랑스로 안돌아갔다. 내가 사는 곳은 전기도 수도도 없었다. 그런데도 인생에

서 가장 행복했다. 그곳에 레드카펫이 깔려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나를 가장 고무시키는 일을 하면서 살았기에 행복했다.


 그리고 나서 20년을 부탄에서 살았다. 당시는 아무도 내가 누군지 몰랐다. 그러다가 97년에 아버지와 대화를 해보지 않겠느냐 해서 <승려와 철학자>란 책이 출간됐다. 그래서 유명해져 사람들이 갑자기 거리에서 알아보고 말도 걸고, 쓸데도 없는데 돈이 들어왔다. 그래서 재단을 세워 학교와 병원을 세우기 시작했다. 거기서 들어온 돈은 1페니도 써본 적이 없다. 


나는 굉장히 행운아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내 인생도 파도 타듯이 가뿐히 가준 것은 아니다. 영감을 주는 것을 하기 위해서 결단을 했고, 노력을 했다. 사실 물질적으로 편안한 삶을 원했다면 파리에서 과학자 생활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인생에 하고 싶은 것을 찾았기 때문에 주저없이 한 것이다.


젊은이가 그래서 인생의 방향성을 찾는게 아주 중요하다. 내 마음에 원하는 것을 찾아가지 않고 파리에 남았으면 죽었을지 어떻게 알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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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 과도한 경쟁 사회여서 밥벌이와 물질적 성취를 하기를 바라는 부모의 눈높이에 맞추려다보면 아이들은 자기가 원하는 길을 말하기도 어렵다.  그렇게 자신의 장래까지 부모에게 의존하다보니 미국에서 의학박사를 따온 40대가 돌아와 “엄마, 나 이제 뭐해야 돼?”라고 물었다는 우스개 소리까지 있다.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없게 하는 부모, 자기의 길을 가지 못하는 한국의 아이들에게 해줄 말은?

 

 “부모가 자녀에게 물질적인 성공만이 중요하다고 강요해선 안된다. 또 부모로서 피해야할 두가지가 있다. 자녀를 ‘쓸모 없는 놈’이라고 폄하하는 것과 무조건 자신감만 심어줘 자기도취에 젖어들게 하는 양극단을 피해야한다.


 적성을 무시한 채 자기 방식만을 강요해서도 안된다. 내게 캔 로빙슨이란 친구 교육가가 있다. 하루는 그에게 한 어머니가 딸을 데리고 왔다. 딸이 앉아있지 못하고 계속 움직이고 산만해서 뭘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어머니와 몇 분간 이야기하는 동안에도 딸은 계속 움직였다. 캔이 어머니에게 밖에서 기다리라며 나가게 한 뒤 음악을 틀었다. 소녀는 춤을 추었다. 이어 다른 음악을 틀어주니 소녀는 또 다른 춤을 추었다. 캔이 어머니를 불러 말했다. ‘딸에겐 아무런 문제가 없다. 딸은 춤꾼으로 태어났다’고.


 내가 26살 때 과학자의 일을 버리고 티베트불교로 출가했을 때 아버지는 미쳤다고 생각하면서도 내버려뒀다. 자기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그 나이면 자기의 일을 결정할 나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리고 20년 뒤 내가 진정으로 행복해하는 것을 보고 아버지도 행복해했다.


  부모들이 자식의 행복을 위해 뭐가 필요한 지 모르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내 친구중 캐서라는 심리학자가 실험을 했다. 

 2만명 가운데 물질적 성취와 소비주의 성향이 짙은 25%와 반대 경향의 25%를 추려 비교분석한 결과 전자는 단기적 쾌락을 추구했지만, 음주·흡연 비율도 높고, 타인과 공감력과 떨어져 친구도 적고, 환경문제 등 주유 쟁점에 대한 관심도 떨어지고 행복지수가 낮았다. 반면 소비주의 성향이 적은 이들은 내면적 충족감이 높아, 친구관계나 건강도 좋고, 환경이나 사회적 쟁점에 관심도 많고 행복지수도 높았다.”

 

 -불교에선, 특히 티베트불교에선 까르마(업)와 환생을 중시한다. 모든 것이 전생 탓이라면 당신처럼 장점을 많이 가진 사람은 괜찮겠지만 키작고 못생기거나 장애를 가지고, 머리도 나쁘고, 성격도 고약하고,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지 않은 사람들은 미래의 생을 위해 현재를 제대로 살려 노력하기보다는 자신의 과거 생 때문에 좌절과 절망을 겪기도 한다. 오히려 장애를 대하는 기독교적 희망의 관점이 위안을 준다. 당신은 과학자 출신인데 정말 전생과 환생을 믿는가.

 

 “카르마 때문이건 유전 때문이건 어린 시절 경험 때문이건 지금 현재는 과거의 종합적인 결과물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전에 만생에 있었건 천생이 있었건 이 순간이 스타팅 포인트라는 점이다. 과거는 전혀 바꿀 방법이 없다. 그래서 과거가 어땠으면 하는 바램은 의미가 없다. 지금 이 순간이 시작점이다. 어디서 출발했어도 우리는 미래의 건축가가 될 수 있다. 못생겼어도 아름다운 마음을, 아름다운 가슴을 만드는 사람을 볼 수 있다. 어디서 출발하건 지금 내가 어디에 있던간에 변화를 위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간디와 마더 데레사 봐라. 별로 잘 생긴 얼굴이 아니다. 간디도 남아프리카에서 외모 때문에 굴욕을 당했다. 그러나 출발점이 어디건에 그것을 가지고 멋진 인생을 만들었다.


 인생의 성공은 아이큐보다 감성이다. 최고의 두뇌집단인 ‘멘사’ 멤버들이이 별로 행복하지가 않다. 뇌만 생각하지 가슴 생각은 별로 안하기 때문이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를 보았는가. 사람들이 ‘바보 같은 사람들이 성공한 것 봤느냐’고 묻는다. 그러나 지능이 낮은 데도 아름다운 삶을 사는 것을 봐라.


 변화하지 않는 일은 불가능하다. 출발점이 어디에 있던간에 누구나 변화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지금 어디에 서 있든 행복해질 수 있다.” 

 

 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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