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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만하고 무계획적인 아이

법륜 스님 2012. 12. 03
조회수 13715 추천수 1
아이가 초등학생인데 학원을 간다고 했다가 안 간다고 했다가 또 다시 간다고 했다가 이런 식으로 자꾸 이랬다저랬다 하고, 하루 생활도 아무 계획이나 계산 없이 보냅니다. 그러다 보니 숙제나 정리정돈이나 자기 할 일을 제대로 못하고 생활이 뒤죽박죽입니다. 제가 어디까지 아이의 자율성을 인정해야 할지, 어디까지 개입을 해서 지도를 해야 될지 모르겠습니다.



엄마부터 규칙적으로 지내면 아이가 보고 배워 고치게 돼
한 생명 바르게 자랄 수 있게 자기 욕심 버리는 결단 필요

20121203_7.jpg » 백현진 <산만과 실체>. 한겨레 자료 사진
엄마가 자기 일을 제대로 하고, 엄마가 하루 시간을 계획적으로 보내면 됩니다. 아이의 생활이 뒤죽박죽이고 이랬다저랬다 한다는 것은 엄마가 그렇게 생활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아이는 엄마를 보고 배우지 어디 다른 데서 배우는 게 아니에요. 태어나면서부터 엄마를 보고 배웠으니까 고치려면 엄마를 고쳐야 됩니다. 아이가 규칙적으로 생활하기를 원하면 자기가 규칙적으로 생활하면 돼요. 본인이 규칙적으로 생활하기가 힘들다면 어른도 힘든 일을 어린 아이한테 요구할 수 없는 일이죠. 

우리 아이가 이렇게 해줬으면 좋겠다 하는 바람이 있다면 자기가 그렇게 하면 됩니다. 엄마는 안 하면서 아이더러만 하라고 하면 절대로 될 수가 없습니다. 자기를 고치면 아이는 저절로 고쳐지는데 자기는 제멋대로 하면서 자꾸 아이만 고치려고 드니까 해결책이 보이지를 않는 겁니다. 학교에서 아무리 교육시키고 훈련시켜봤자 이미 집에서 보고 듣고 배워서 습관이 되어있기 때문에 학교 갔을 때 잠깐 되는 것 같아보여도 집에 오면 마찬가지입니다. 어른은 자기를 고치는 주체가 자신이지만 미성년자는 자기를 고치는 주체가 자신이 아닙니다.

그런데 어른도 그럴 때가 있지 않습니까. 학원에 간다고 했다가 안 갈 수 있고, 일찍 간다고 했다가 늦게 갈 수 있고, 한다고 했다가 안 할 수도 있고. 아이가 그러는 건 오히려 정상이지요. 그런데 문제라고 생각해서 잘못한다고 윽박지르면 아이 마음에 상처가 되고 그렇다고 그냥 내버려두면 아이가 제멋대로가 돼버리니까 야단을 쳐도 문제, 내버려둬도 문제, 어떻게 해도 다 문제가 됩니다.

다른 일은 좀 잘못하더라도 내가 과보를 받으면 된다지만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잘못한 일은 아이에게 상처로 남아서 자식이 평생 지고가야 할 짐이 됩니다. 그러니 아이를 기르는 엄마는 자기를 온통 버리고 한 생명이 바르게 살아갈 수 있도록 뒷받침이 되어야 합니다. 그 뒷받침이란 학원 보내주고 좋은 학교 보내주고 좋은 옷 입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사람구실을 하도록 해주는 것입니다.

매일 아기를 안고 업고 대화하면서 온종일을 보내라는 게 아닙니다. 옛날에 시골에서는 예닐곱이나 되는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눈길 한 번 제대로 주지 못하고 마당에 그냥 버려놓다시피 하여 닭똥을 주워 먹도록 내버려두며 키웠어도 요즘처럼 마음에 병이 들고 정신이 비뚤어진 사람은 드물었습니다. 엄마 사랑을 못 받아서 사랑고파 병에 걸렸다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꼭두새벽부터 한밤중까지 아이가 눈을 떠서 볼 때마다 엄마는 언제나 자식을 위해 최선을 다해 일하며 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심하게 야단을 치고 매를 들어도 엄마가 나를 위해서 온통 자기 삶을 버리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으니 아이에게 상처가 안 되는 겁니다.

요즘 엄마들은 아이를 위해 뭐라도 다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자기 삶을 희생하고 아이를 위해 인생을 살지는 않습니다. 자기 욕구, 자기 취향으로 제 눈에 예뻐 보이는 옷 입혀 놓고 만족해하고 제 마음에 좋아 보이는 학교, 제 눈에 좋아 보이는 직업을 갖게 만들려는 자기 욕심으로 사는 것이지 아이를 위해서 사는 게 아닙니다.

자식이 인간이 되도록 키운다는 건 그런 식의 교육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엄마가 인생을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서 살아가면 그것이 아이에게 가장 큰 교육이 됩니다. 그 이상으로 좋은 교육은 없습니다. 그러니 아이에게 너무 신경 쓸 거 없어요. 내가 남편과 부부관계가 좋고 서로 이해하면서 규칙적으로 성실히 살아가면 자연히 아이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좋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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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 스님
1988년 괴로움이 없고 자유로운 사람, 이웃과 세상에 보탬이 되는 보살의 삶을 서원하고, 정토회를 설립했다. 기아·질병·문맹퇴치운동과 인권·평화·통일·생태환경운동에 앞장서는 실천하는 보살로서 2000년 만해상을, 2002년에 라몬 막사이사이상을, 2007년엔 민족화해상을 수상했다.
이메일 : book@jungto.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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