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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째 꺼지지 않는 기적의 등불, 진실은?

청전 스님 2013. 02. 19
조회수 25135 추천수 1



  

 세상 살아가며 때로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을 종종 마주치기도 한다.

 

 상식적인 수준을 넘어 과학적으로도 아직 규명이 되지 않은 일을 목도할 때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대부분의 종교에서는 그런 신비 현상을 인정하며 기적이라 부른다. 그리고 때로는 질 나쁘게도 신자들의 신심을 이용하며 돈벌이 수단으로 삼기도 한다. 훗날 지저분한 사기극으로 드러나기가 일쑤였지만. 필자는 이번 겨울에 추위도 피할 겸 남인도를 20여 일 다녀왔다. 그 중에는 예전에 바삐 들르면서 보았던 이 ‘기적’이라 불리는 사건을 제대로 확인해 보고자 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었다. 필자의 졸저인 <달라이 라마와 함께 한 20년>에서 잠깐 언급했던 ‘힌두 사당의 꺼지지 않는 불’의 좀 더 자세한 내막을 알기 위함이었다.

 

  그 이야기는 대충 이렇다.

 

 남인도 카르나타카주 카르와르(Karwar) 지방에 치갈리(Chigalli)라는 한 가난한 마을에 조그마한 힌두 사당이 있는데 큰 보리수나무 곁에 있는 곳에  한 사두(수행자)가 오랫동안 기거하다 세상을 떠났다. 샤르다마라는 할머니는 그 사두가 돌아가신 다음에 매일 새벽 변함 없이 이 사당의 제단에 있는 기름 심지 공양 불을 새로 올리고 향을 사르고 절을 하는 등, 돌아가신 사두의 일을 대신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켜놓은 불이 꺼지지 않고 계속 불빛을 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희한하게도 기름이 줄지 않고 그대로 심지에서 불이 타오르는 것이었다. 그 해가 1979년이다. 지금도 34년이 지났지만 처음 불이 그대로 계속 빛을 발해오는 것이다. 당시 이 ‘기적’은 입에서 입으로 퍼지다 카르나타카 주지사에게 보고되었고 그가 다녀가면서 본격적으로 매스컴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필자도 7년 전에 직접 두 눈으로 그 불을 보았고 이번에 다시 가서 확인해 보았다. 예전과 변함없이 똑같은 때 묻은 놋쇠 잔에서 그 불은 타오르고 있었다. 손으로 이리저리 내둘러도 입으로 불어 봐도 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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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부터 지금까지 34년째 꺼지지 않고 타고 있는 등불.

 

 

 

그 마을에서 2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티벳 망명 정착촌과 데풍 사원이 있는데, 달라이 라마 존자님께서 그 절을 방문하시면서 이 꾀죄죄한 사당을 찾으셨다. 당신께서도 공양불을 직접 불어 보고 이리저리 내둘러 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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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 라마의 방문

 

 

 

그리고 보시금을 내리시며 사진에서 보는 글을 친히 써 남기셨다. 손수 쓰신 사진의 글 뜻을 우리말로 옮기면 다음과 같다.

 

 

“가피의 존엄이 넘쳐나며 무명의 어둠을 없앤 자아 광명을 만나게 된 기회가 생겨 기쁩니다.

이에 의지하여 많은 중생에게 평온의 마음의 빛이 넘쳐나길 간절히 바라며 기도합니다.

2002년 1월 1일. 달라이 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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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 라마가 친히 쓴 방명록의 글

 

 

사당에 불을 켜온 샤르다마 할머니는 1994년 86세에 돌아가셨고 지금은 그 할머니의 딸이 사당 관리를 해오고 있다.

 

 ‘빈자일등(貧者一燈)’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부처님께서 어느 마을에서 하룻밤을 머물 때 동네 사람들이 거리에 부처님을 환영한다는 뜻으로 등불을 밝히려는데 한 가난한 과부는 등 하나 살 돈이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자기 머리카락을 잘라 그것을 팔아 등 하나를 사서 켜 길가에 매달아 놓았다. 다음날 아침 날이 밝아도 그것만 꺼지지 않고 계속 타고 있어 사람들이 그 등을 끄려했지만 꺼지지 않았다. 부처님이 혜안으로 그걸 살피시고 제자들을 불러 아무도 그것을 끌 수 없다는 말씀하셨다. 그 과부의 등불은 자기 전 재산, 아니 여자에게 소중한 자기 머리카락을 팔아 장만한 지극정성의 결과물이었기에 그 누구도 아니 하늘 사람도 그것을 끌 수가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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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지지 않는 등불'의 유래를 현지어인 까르나드 어로 쓴 안내판 

 

 첨단 과학기술의 시대인 이 시대에 인도의 외진 시골에 위치한 자그만 힌두 사당의 ‘꺼지지 않는 불’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과학적인 사실의 규명은 과학자들이 알아서 할 것이지만, 최소한 종교를 가진 분들이라면 이런 기적의 현상에 대해서는 좀 더 조심스럽게 대해야 될 듯하다. 그냥 내 종교가 아니니 힌두 사당에서 일어나는 이 일이 거짓이거나 없는 것처럼 무시하고 말 것일까? 무엇보다 먼저 다른 종교인들은 이런 기적의 현상을 자기들에게만 있다는 오만을 버려야 할 것이다. 각 종교마다 ‘내 것이 제일이다’는 무서운 에고에 휘둘려 자기 종교가 아닌 남의 종교를 무시하거나 비하하기 쉽다.

 

 희생 없는 축복, 구원의 신앙이라니 얼마나 모순적인가.

 진실한 신앙의 전제조건인 자기희생 대신에 금전으로 이를 대신하는 게 현대 종교인의 병폐다. 자기 몸으로 직접 해야 할 일을 돈으로 대신하다니. 청정하고 순수한 헌신, 그 진실한 마음을 상실한 보시금이나 헌금으로 환산되는 오늘날의 종교는 종교가 아닌 비즈니스인 장삿속이라 불려도 마땅하다. 인도의 평범한 한 시골 할머니가 밝힌 그 ‘꺼지지 않는 불’의 힌두 사당에는 보시함 또는 헌금함이 없었다. 그래서 그 불은 아직도 타고 있나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믿음으로 밝힌 그 순수함의 정화로 말이다.

 

 ‘빈자일등(貧者一燈)’처럼.

 

 

     따뜻한 봄기운을 느끼는 히말라야 맑은 산방에서.  

     비구 청전 두 손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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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전 스님
가톨릭 신부가 되기 위해 광주 대건신학대에 다니다 송광사 방장 구산스님을 만나 출가했다. 1988년 인도로 떠나 히말라야에서 달라이라마를 만나 그의 제자가 되었다. 매년 여름 히말라야 최고 오지인 라다크를 찾아 고립된 티베트 스님들과 오지 주민들에게 약과 생필품을 보시하고 있다. 어느 산악인보다 히말라야를 많이 누빈 히말라야 도인.
이메일 : cheongjeon99@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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