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찾아서
나를 찾아 나를 용서하고 사랑하며, 나를 극복하기도 하고, 더 큰 나로 나아가는 마당입니다. 명상과 고전, 영화에 대한 조현의 독특한 시각을 통해 관념의 성벽을 뛰어넘어 비상하려고 합니다.

지상낙원이 바로 여기라네

휴심정 2013. 05. 13
조회수 8348 추천수 0

바다로 잠수하는 일몰의 향연에 취해 있는데 저녁 8시가 되자 예배를 알리는 종이 울린다. 정교회 수도원의 예배당은 전기를 사용하지 않고 촛불만 켜서 어둡다. 불빛이 성서만을 비추고 외부에는 새지 않도록 차단한 것을 보면 내부 공간을 최대한 어둡게 하려는 것 같다. 어둠은 고요함 속에서 마음의 눈을 뜨게 해준다.
 
단순한 찬양이 몇 시간 동안 반복되다가 드디어 화려한 제사 복을 입은 제사장이 등장한다. 그제야 노 수도사들이 제사장을 둘러싸고 식을 진행한다. 제사장과 원로가 드나드는 제사 구역은 마치 사당 같다. 언뜻 그 안에 성모 마리아의 성화가 보인다. 성모 마리아의 호칭을 ‘하느님의 어머니’라는 뜻의 ‘테오토코스’로 한 정교회다운 공경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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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 구역에서 예배당 밖으로 나온 제사장은 조그만 화로 같은 것을 줄로 매달아 손으로 들고 다니며 마치 고무줄놀이를 하듯이 사람들 앞에서 털털 턴다. 그러면 그곳에서 불이 쏟아진다. 액막이 같은 정화 의식인 모양이다. 제사장 주관으로 성체 의식이 진행된다. 제사장이 한 명 한 명 각자의 입에 뭔가를 떠 넣어준다. 
 
입에 푹 넣어주는 스푼은 하나뿐이다. 그러나 아무도 다른 사람 입에 들어간 스푼이 자기 입으로 다시 들어오는 것에 개의치 않는다. 오히려 아주 감격스런 표정이다. 그렇게 제사장이 준 성체를 받아먹은 사람은 다시 큰 접시에 놓인 음식을 하나씩 집어서 입에 넣는다. 이런 제사의식과 낭송과 찬송은 밤이 깊어지면서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넘나든다.

밤이 깊어지자 숙소에서 잠을 청하고자 했지만 쉽게 잠을 잘 수가 없다. 창가로 새어 드는 달빛이 너무 밝아서인지, 아니면 수도사들이 끊임없이 되뇌는 챈팅이 마음속에서 울려 퍼져서인지 알 수 없다. 숙소를 열 명 가량이 함께 쓰고 있어서 밤새 예배당과 숙소를 왔다 갔다 하는 순례객들로 인해 깊은 잠에 빠지기는 더욱 어렵다.
 
그러다 설핏 잠이 들었는가 싶었는데 천상의 소리인 듯 아름다운 음악이 들린다. 아주 가깝게 들린다. 수도사들이 부르는 노래일까. 잠시 뒤 옆 침대에서 누군가 일어난다. 그의 핸드폰에서 들려오는 알람 소리다. 지금 예배당에서 울려 퍼지는 챈팅과 똑같은 그리스정교회 성가다. 시간을 보니 새벽 2시 반이다.
 
화장실도 갈 겸 마당으로 나오지 않았다면 어쩔 뻔 했는가. 둥근 보름달 주위로는 오색 채운이 감돈다. 바다는 달빛을 마음껏 머금고 남아 대자연에 되돌려주고 있다. 달빛잔치다. 
 
예배당에서 새어 나오는 찬송은 자장가처럼 마음을 파고든다. 침묵 속엔 시간이 없다. 얼마나 지났을까. 예배당에서 밤을 샌 노 수도사들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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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영적인 경험을 하는 인간이 아니라, 인간적 경험을 하는 영적인 존재라고 했던가. 키도 생김새도 제 각각인 그들이 하나같이 환한 달을 품고 있다. 동양 현자의 노래는 바로 이 순간을 위한 축가였으리라.
 
‘마음 쉴 때면 문득 달 떠오르고 바람 불어오니, 이 세상 반드시 고해는 아니네.’ 


                                   

수도의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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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생활은 인류 ‘정신’의 탄생 때부터 시작됐을 것이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이  현실적 고통을 넘어서 초월적 평화에 이르고자 하는 갈망을 갖고 이를 실천한다는 점이다. 인간은 그 길을 안내해줄 신과 진리를 찾는다. 
 
진리와 신으로 이르는 길은 각양각색이다. 그리스 올림포스 신화나 히브리 유일신 야훼에겐 절대복종이 최선의 방법으로 제시된다. 그러나 고대 오르페우스종교가 신앙했던 디오니소스신앙은 ‘수도’의 방법을 열었다. 
 
디오니소스는 제우스와, 지하 세계의 여왕인 페르세포네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다. 제우스는 디오니소스가 너무 사랑스러워 자신의 뒤를 이어 세상을 다스릴 후계자로 내정한다. 그러나 질투의 화신 제우스의 부인 헤라는 아이를 죽이려 티탄을 보낸다. 티탄은 아기를 죽여 사지를 몽땅 잘라 삼켜버렸다. 디오시오스 찬가에선 제우스가 티탄들을 번개로 내리치자 재가 됐다고 한다. 그 재에서 인간이 태어났다고 한다. 이는 인간은 티탄적인 원죄와 디오니소스적 신성을 함께 지니고 있다는 원죄설의 기원이 된다.
 
오르페우스 종교는 피타고라스-플라톤-피타고라스학파-신플라톤주의-기독교로 그 맥이 이어진다. 플라톤은 ‘인간의 사명’을 “자기 영혼이 지니고 있는 신적인 요소를 발견하고, 이를 신과 재결합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또 다른 전승은 디오니소스가 재가 됐을 때 아테나가 심장만은 구해내 아버지 제우스에게 보내주었다. 제우스는 이를 꿀꺽 삼킨 뒤, 제2의 디오니소스를 낳았다. 디오니소스는 죽지않는다는 신인데도 죽었고, 다시 부활했다. 디오니소스의 상징은 포도다. 늘 그의 조각상엔 포도넝쿨이 있다. 그래서 포도주는 불멸과 부활의 상징이다.
 
오르페우스 교리에선 영혼은 죽은 뒤 지하세계로 내려가 신의 심판을 받는다.  이들은 영혼 윤회설을 주장한다. 육신을 방랑하던 영혼은 죄를 씻고 정화(katharsis) 되어 순수해져야 윤회에서 해방된다는 것이다.
 
오르페우스의 제자이자 아들인 무사이오스에 의해 창시된 엘레우시스 신비의식은 죽음을 안전하게 건너는 방법을 안내해준다. 《이집트 사자의 서》나 《티베트 사자의 서》와 같은 류다.
 
그러나 예수 탄생 5세기 전에 청교도적 삶을 제시한 플라톤이 내놓은 더 혁신적인 방식은 욕망과 쾌락을 절제하는 금욕적 삶과 함께 정신적인 훈련을 통해서 영혼이 해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철학은 죽음에의 연습”이라고 했다. 수도도 육신의 욕망으로부터 해방되기 위한 훈련이다.
 
따라서 삶에서 선악의 행위, 그리고 얼마나 수도를 했느냐에 따라 사후의 삶이 결정된다고 한다. 결국  살아서도 죽어서도 자신의 삶은 자신이 선택한다는 것이다.
 
예수는 사막에서 40일간 금식기도에서 사탄의 유혹을 이기고 승리한다. 예수의 공생애도 이 수도로 시작된다. 그는 십자가 고난을 거쳐 ‘신적인 그리스도’로 부활한다.
 
이어 3세기 후반 이집트 테베에서 안토니우스(251? ~ 356?)가 20년간 홀로 수도하는 것으로 수도만으로 살아가는 수도승이 역사에 등장한다. 이어 4세기 베네딕도 수도원 운동을 통해 수도의 삶이 널리 확산된다.
 
수도승을 뜻하는 ‘모나코스(monachos)’는 그리스어 어근 ‘하나(monos)’에서 왔다. 수도는 이 세상적 욕망에서 벗어나 우리의 본래의 순수한 영혼으로 귀일하는 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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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도그마의 감옥을 박차고 나와 깨달음과 행복을 위한 고무 찬양이 난발하는 곳, 그래서 더욱 알아지고 깊어지고 열리고 사랑하게 되고 행복해지는 곳, 단 1분도 쉬지 못하는 마음이 쉬는 곳, 잠시 뒤면 소란이 다시 몰려올지라도 1분만이라도 온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 휴심정 休心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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