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님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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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진씨가 고물팔아 들고 온 5만원

서영남 2011. 08. 03
조회수 9828 추천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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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우입니다. 자원봉사자들께서 걱정이 되셨는지 일찍 국수집으로 오셨습니다. 저보다 훨씬 먼저와서 준비를 해 놓았습니다. 서울에서 오시는 분은 오늘은 못 오시겠지 했었는데 비를 흠뻑 맞으면서 오셨습니다. 오류역에서 전철이 막혔다고 합니다.

 

 비를 맞고서 손님들이 모여듭니다. 배가 많이 고프신 모양입니다. 꿀맛인양 식사를 합니다. 중복 때는 손님이 예상보다는 덜 왔습니다. 월요일과 화요일에는 손님들이 참 많이들 오셨습니다. 서울에 있는 무료급식하는 곳이 여름휴가로 문을 닫은 곳이 많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끝도 없이 손님이 밀려오셨습니다.

 

 전주에서 멋진 가족이 휴가를 맞이해서 민들레국수집에 자원봉사를 오셨습니다. 동린 아가씨와 규린 아가씨는 자매입니다. 그리고 엄마 아빠가 함께 오셨습니다. 참 예쁜 가족이십니다. 민들레 꿈 어린이 밥집도 보시고 공부방도 보시고 또 민들레 책들레도 보셨습니다. 그리고 아주 조심스럽게 민들레 책들레에 에어컨을 설치해 주고 싶다고 하십니다. 아이들이 좀더 쾌적한 환경에서 책을 보게하고 싶다고 하십니다. 모니카와 함께 하이마트에 가서 에어컨을 주문해 주셨습니다. 30일에 설치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국수집에 오셔서 정말 힘들게 설거지를 하셨습니다. 손님들이 끊임없이 밀려오셨기 때문입니다. 어제도 오셔서 온종일 계란 프라이를 하고 설거지를 하고 손님 시중을 들고 쉴 틈조차 없이 열심히 하시곤 전주로 내려가셨습니다. 고맙습니다.

 

 민들레국수집의 새식구인 상진(가명)씨는 나이가 쉰 여덟입니다. 강화도 곁에 있는 작은 섬에서 태어났습니다. 국민학교도 다니지 못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고깃배를 탔습니다. 몸을 다치기 전에는 작은 고깃배 선장까지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돈은 한 푼도 모으지 못했습니다. 다른 선원이 어려워하면 아낌없이 도와주곤 했습니다. 그러다가 십여년 전부터 어쩔 수 없이 노숙을 하게 되었습니다. 몸은 아프고 지낼 곳은 없고 참 난감한 처지였습니다. 그러다가 민들레의 집 식구가 되었습니다.

 

 리어카를 끌면서 고물이라도 주워볼까 싶어 고물상에 갔습니다. 고물상 주인이 아래위로 흩어보더니 불편한 다리를 보곤 리어카를 빌려줄 수 없다고 했답니다. 그래서 리어카를 하나 사 드렸습니다. 낮에는 리어카를 끌고 돌아다녀봐야 고물을 줍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워낙 많아서 고물을 모을 길이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상진씨는 밤에 고물을 줍습니다. 밤새 고물을 주워도 만 원 한 장 벌기가 힘듭니다.

 

 그런데 상진씨가 오늘 아침에 저를 찾아왔습니다. 할 말이 있다고 합니다. 봉투를 하나 저에게 줍니다. 열어보니 오만원이나 들었습니다. 적지만 반찬 사는데 보태달라고 합니다. 세상에...

 

 용자할머니가 비를 피해서 국수집에 들어오셨습니다. 달걀 프라이를 두 개를 해 드렸습니다.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물려주신 적산가옥의 일부분인 방 두 칸 집에서 삽니다. 방 한 칸을 세를 놓고 싶어합니다. 그런데 세를 놓아도 돈을 받기가 참 어렵습니다. 가난한 사람이 방을 얻어서 사는데 거의 대개 술먹고 싸우기 일쑤입니다. 몇 달을 방세도 못받고 시달리다가 방세 안 받을테니 제발 떠나가달라고 사정해서 내 보내곤 합니다. 세를 받아야 약도 사고 병원도 다닐 수 있는데 말입니다. 진짜 하우스 푸어입니다.

 

 양도경(가명)씨는 보증금없이 월세 20만원을 내고 단칸방에서 삽니다. 나이는 쉰여섯입니다. 원숭이 띠입니다. 엄마 얼굴도 기억이 나지 않는답니다. 고아원에서 자랐습니다. 참 많이도 얻어맞았다고 합니다. 기초생활수급자라도 되면 참 좋겠는데 길이 없다고 합니다. 월세 이십만원을 벌기가 참으로 어렵다고 합니다. 도경씨는 식사하러 왔다가 채소 다듬을 것이 있으면 거들어주다가 갑니다. 젊어서는 중국음식점에서 일도 했다고 합니다.

 

 민들레 꿈 어린이 밥집은 아이들 놀이터입니다. 물싸움을 하느라 난리법석입니다. 요즘은 점심에도 밥을 합니다. 집에 가도 밥이 없다고 합니다. 장난꾸러기들이 여름 캠프를 기다리느라 신이 났습니다. 민들레 꿈 공부방 아이들은 8월 5일부터 7일까지 충북 옥천군 청산면에 있는 사회복지법인 청산어린이집의 원장님 초대로 어린이 집에서 여름 캠프를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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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남
전직 가톨릭 수사로, 인천에서 노숙자들과 가난한 이들에게 국수를 나누 는 민들레국수집 운영하고 있다. 1976년 가톨릭 한국순교복자수도회에 입회해 1995년부터 전국의 교도소로 장기수들을 찾아다니다가 천주교 서울대교구 교정사목위원회에 파견돼 출소자의 집인 ‘평화의 집’에서 출소자들과 함께 살았다.
이메일 : syepet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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