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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정의와 평화로 이끄소서

이정배 목사 2013. 10. 29
조회수 10467 추천수 0


[열린눈 트인귀]


9차 포르테 일레그레 총회 전체회의-.jpg

지난 9차 포르테 일레그레 총회 전체회의 모습.


                                              

 세계 기독교인들의 축제이자 정책 협의회인 WCC(세계교회협의회) 총회는 사실 에큐메니칼 교육을 받았던 우리들에게 로망이자 자부심이다.  세계 교회가 교회자체에 대한 관심을 넘어 빈부격차, 이념, 종교간 갈등, 전쟁, 환경 문제 등에 깊이 관심했고 그것을 신학적 주제로 수용했으며 교회의 사명(선교)이라 여긴 까닭이다. 금번 주제가 ‘생명의 하느님, 우리를 정의와 평화로 이끄소서’라는 것도 바로 이를 적시한다. 부산총회가 개막이 목전인 지금도 하느님을 성서와 교회 안에 가두려는 일부 보수기독교파에 의해 거부되고 있으나 그럴수록 우리는 WCC의 본정신이 훼손될 것을 깊이 우려했다. 


 한국에서 열리는 WCC의 의미는 세 가지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우선 세계교회가 한국이 세계 유일한 분단국가라는 사실에 주목하고 분단이데올로기로 고통 받는 남북한 현실에 깊이 공감할 수 있는 계기다. 세계사의 비극적 결과인 분단을, 외세가 아닌 남북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세계교회가 마음을 합해 돕는 것은 지당한 일일 것이다. 이에 그동안 WCC가 축적해 왔던 유럽 내 공산권과의 대화 경험이 크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데올로기로 엮어졌던 국가들이 종교, 문화(언어)로 재편되는 지난한 과정 역시도 배워야 할 점이다. 


 다음으로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이 20세기 신학의 흐름을 바꾸어 놓았던 ‘정의, 평화, 창조질서의 보전’(JPIC) 대회의 개최국이었다는 사실이 새롭게 의미화 되었으면 한다. 1990년 당시 공의회 형태로 소집된 JPIC 대회가 서울에서 열린 것은 세계적 문제가 이곳에 집약되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분배문제의 과도한 불균형, 전쟁무기의 과다 보유 그리고 자연 생태계의 급속한 파괴가 세계적 차원의 문제이나 그 여실한 모습을 한국에서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JPIC를 발의한 공로로 명예신학박사 학위를 수여하는 자리에서 폰 봐이젝커 박사가 남긴 말은 한국 기독교인들이 크게 숙고할 주제가 되었다.


“JPIC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기독교 정신(구원)은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세계교회가 이곳 대한민국이 유불선을 비롯한 동아시아 종교들이 기독교와 공존할 뿐 아니라 협력했던 역사적 공간임을 숙지하고 탈식민주의적 기독교 해석에 더욱 개방적일 수 있기를 바랄 것이다. 유교문화권인 중국이 세계 중심으로 자리 잡는 추세에서 본토보다 유교를 창조적으로 발전, 계승 시킨 개최지 한국의 의미가 결코 작지 않음을 세계교회가 인지할 필요가 있다. 


예루살렘 빛의 순례 연합예배-.jpg

지난 4월 WCC부산총회 준비위원회가 예루살렘으로 빛의 순례를 떠나 연합예배를 드리는 모습. 

사진 WCC부산총회 준비위원회 제공.



종교개혁이후 500년의 역사를 지닌 서구 개신교의 공과 화가 여실히 밝혀지는 현실에서 적어도 또 다른 500년 개신교 역사는 이 땅의 풍부한 종교적 풍토에서 달리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 역시도 전혀 낯선 이야기만은 아닐 터이다. 해마다 13억의 인구가 한류에 열광하는 시대 징조를 이 땅의 기독교인들이 주목해야 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제 10차 WCC 부산 총회가 드디어 막을 열었다. 세계 기독교인들의 축제이긴 하나 옛적 원효의 ‘여언이취,득의이언’(언如言而取, 得意而言·말로 취하면 모든 것이 다르나 뜻을 취하면 같지 않은 것이 없다)이란 말처럼 정의와 평화를 위해 우리는 겉으론 다를지라도‘뜻’으로 같아지는 열려진 삶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로써 생명의 하느님이 가치 다원주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새로운 보편적 존재로서 다가온다면 엄청난 세금으로 치러지는 본 대회가 이 땅의 사람 모두에게 축복이 될 것이다.


이정배 교수(감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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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이정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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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배 목사
감신대 교수이자 대안교회인 겨자씨교회 설교 목사이기도 하다. 변선환 교수와 다석 유영모 선생, 김흥호 선생, 유동식 선생, 장인인 이신 박사 등을 통해 한국적 생명과 영, 신학에 눈을 떴다. 대화문화아카데미 종교간대화위원회위원장, 조직신학회장, 한국기독자교수협의회회장을 지냈다. <한국개신교 전위 토착신학 연구>, <켄 윌버와 신학>, <이정배의 생명과 종교 이야기> 등 저서가 있다.
이메일 : ljbae@mt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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