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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전대통령추모 예배를 보고

한종호 2013. 11. 01
조회수 12540 추천수 0



박정희 추모예배-.jpg » 25일 저녁 서울 강남구 도곡동 서울나들목교회에서 ‘제1회 박정희 전 대통령 추모예배’가 열려 둘째 딸 박근령씨가 유족 대표로 “지금도 아버님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것을 알려주려 추모예배를 마련한 것으로 안다. 감사드린다”며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날 예배 모임은 10·26 34주년을 맞아 서울나들목교회, 인천순복음교회, 잠실동교회 등 교회 10곳이 중심이 돼 열었으며, 300여명이 참석했다. wjryu@hani.co.kr

 



박정희를 추모하겠다는 걸 누가 말리나? 그것도 추모 예배라는데…. 제사를 지내는 것도 아니고 고인에 대한 추모의 마음을 담아 처음 1회로 드렸으니, 앞으로 계속할 모양이기도 하고 아무튼 종교적 예식에 대해 논란을 걸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런데도 왜 문제가 되는가? 박정희는 이미 역사적 존재다. 그냥 평범한 개인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에게는 운명적으로 역사적 논쟁이 따라다닌다. 그리고 그 논쟁에는 그의 독재와 민주주의 압살, 인혁당 사건 관련자 사형 등이 얽혀 있게 마련이다. 


그를 떠받들어 추모하겠다는 것이 이러한 박정희의 악행과 역사적 범죄를 없는 것으로 하겠다는 것이라면 그건 추모가 아니라 역사왜곡이다. 어디 그뿐인가? 그걸 기반으로 해서 그의 딸이 최고 권력자로 있다는 현실에 영합하면서 잘 보이겠다는 것 외에 다름이 아니라는 혐의를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거기에서 나온 발언을 보면 우리가 어느 시대에 살고 있나 싶다. “이 나라는 독재를 해야 돼요. 하나님도 독재야. 그러니까” 운운이다. 


독재를 옹호하는 것은 그 사람의 정치적 식견이 그 수준이라고 봐준다 해도, 하나님도 독재니까 박정희의 독재도 옳다? 이건 완전히 신성모독이다. 교회에서 예배라는 이름으로 버젓이 하고 있는 의식에 이런 논리가 통하다니. 우선 하나님도 독재라는 주장은 전혀 맞지 않는다. 하나님은 독재가 아니라, 우리 인간이 스스로 끊임없이 자신의 내면에서 하나님 나라를 발견할 수 있도록 이끌고 깨우치고 그걸 자신의 주체성으로 삼아 성숙해갈 수 있도록 도우시는 분이다. 인간의 주체성을 깡그리 말살하면서 독재 권력을 누리는 독재자와 절대로 같을 수가 없다.


또한 하나님이 가령 독재라고 하자. 그렇다고 박정희의 독재가 정당화될 수 있다? 여기에 그 어떤 논리적 연관성이 있는가? 하나님과 박정희가 동격이라고는 못할 텐데, 그렇다면 하나님의 독재가 박정희의 독재를 옹호하는 근거가 되는 까닭은 뭔가? 이건 완전히 엉터리 아닌가? 아마도 그 발언을 한 목사 자신이 교회에서 독재를 하는 모양이다. 자신을 하나님쯤으로 착각하고 교회를 교권으로 쥐락펴락하는 것이 당연하고 일상적인 습성이다 보니 이런 말을 아무 거리낌 없이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한국의 보수 교회가 오랫동안 권력 동맹의 일원으로 살아오면서 부와 권력을 누리는 것이 별로 이상하지 않게 된 현실의 추악한 얼굴을 우리는 여기서 보게 된다. 이들은 박정희 때도 그랬고 전두환 때도 그랬고 이명박 때도 똑같이 권력을 찬양하고 거기에 붙어 같은 족속이 되어 ‘잘살아 보세’가 신앙이 된 자들이다. 이들에게서 제대로 살아보려는 노력과 가치 추구는 찾아볼 수 없다.

“유신 때가 더 좋았어” 하는 말이 나오는 것을 들으면, 1960년대에 “일제 때가 더 좋았어” 하는 식의 발언이 떠오른다. 이들은 식민지 논리가 머리에 꽉 차서 “조선 놈들은 패야 돼”라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그 연장선이 “이 나라는 독재를 해야 돼”이고, “유신 시절이 더 좋았어”이다. 따라서 이들이 추모하는 것은 박정희만이 아니라, 바로 그 독재와 탄압과 역사왜곡 위에 쌓아올린 권력과 부다. 그걸 논란의 대상으로 삼는 이들은 모조리 “종북”이고 이 땅에서 함께 살 수 없는 존재가 되고 만다.


별것 아니잖아, 하고 조롱하고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이런 일들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역사의 진전을 가로막고 파시즘의 씨앗들이 뿌려지고 있는 것이다. “저들의 누룩을 조심하라.” 권력자들의 선전과 세뇌를 가벼이 여기지 말고, 여기에 넘어가지 않도록 경계하신 예수의 말씀이다. 저들의 추모에는 악의 누룩이 담겨 있다.


한종호 꽃자리출판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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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종호
목회자로서 기독교계의 <오마이뉴스>로 불리는 <뉴스앤조이>를 창간했으며, <씨알의 소 리>와 함께 민주화의 횃불이었던 <기독교사상> 주간이다. 오랜 신뢰를 바탕으로 깨어있고, 활력과 여유가 넘치는 이들을 한자리에 모을 수 있는 마당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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