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님글방
휴심정의 멋진 벗님들이 전하는 나눔의 글 마당입니다.

민들레집 마스코트는 다리 잘린 나비

서영남 2011. 09. 16
조회수 10243 추천수 1

CAT1.jpg

                                                                                  사진 <한겨레> 자료

 

 

요즘의 민들레국수집의 마스코트는 "나비"입니다. 나비는 흰색과 검은색이 조화를 이룬 아기 고양이입니다. 몇 달 전에 어느 손님이 앞발 하나를 차에 치인 고양이를 가져왔습니다. 밤새 고양이가 앓았습니다. 동물병원에 데려갔더니 절단수술을 해야한답니다. 치료비가 이십만원이 넘을 것 같습니다. 고민하다가 수술을 하기로 했습니다. 참 많은 고마운 분들이 도와주셨습니다. 고양이에게 필요한 물품과 간식 그리고 먹이도 보내주시고 또 치료비에 보태라고 도움도 주셨습니다. 우리 민들레 식구들이 지극정성으로 간호를 했습니다.

VIP손님들도 "나비"를 귀여워합니다. "나비"의 재롱에 손님들도 참 좋아하십니다. 예쁜짓을 하는 나비가 어느새 국수집의 마스코트가 되었습니다.

 

참 덥습니다. 손님들의 옷들도 흠뻑 젖어있습니다. 늦더위에 손님들도 지쳤습니다. 밥이라도 맛있게 드시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반찬거리가 너무 올랐습니다. 그런데 희한합니다. 고마운 분들이 걱정해주시면서 반찬거리를 보내주십니다. 덕분에 우리 손님들께 별식을 대접할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참 힘들게 노숙을 하시는 분이 있었습니다. 착하게 보였습니다. 조금만 도와드리면 자립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분도 방이라도 하나 있으면 다시 일어날 수 있을 것 같다고 이야기합니다. 베로니카와 함께 몇 번을 어떻게 도와드릴 수 있을까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어느 날은 막노동을 다녀왔다면서 온 몸에 붙인 파스를 보여줍니다. 조금만 도와드리면 정말 사실 수 있는 분 같았습니다. 겨우 집을 마련해서 오시도록 했습니다. 고맙다면서 박카스 한 통도 사오셨습니다.

 

이삿짐이라곤 작은 가방이 하나뿐입니다. 최소한의 살림살이를 마련해드렸습니다. 앞으로 열심히 살아보겠다고 합니다.그런데 짐을 풀더니 첫날부터 술을 마십니다. 지금도 계속 마십니다.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알콜 의존증이 심한 것 같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사라졌던 민들레 식구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동인천역 근처에서 엉망으로 술에 취해서 지내고 있습니다. 밥이라도 먹으러 오라고 해도 부끄러워서 못 오겠다고 합니다. 어린왕자의 이야기에 나오는 어느 별의 부끄럼 많은 사람이 사는 별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알콜 의존증은 정신질환입니다. 의료차원에서의 접근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알콜 의존증에 시달리는 일부 노숙하는 분들을 도울 길을 찾아낼 수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

 

또 요즘 걱정거리가 생겼습니다. 우리 손님들이 식사를 많이 하시는 것을 배가 고파서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당뇨가 있는 분들도 엄청나게 식사를 많이 하신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당뇨에 걸린 분의 식사문제를 어떻게 도와드릴 수 있을까 고민입니다.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서영남
전직 가톨릭 수사로, 인천에서 노숙자들과 가난한 이들에게 국수를 나누 는 민들레국수집 운영하고 있다. 1976년 가톨릭 한국순교복자수도회에 입회해 1995년부터 전국의 교도소로 장기수들을 찾아다니다가 천주교 서울대교구 교정사목위원회에 파견돼 출소자의 집인 ‘평화의 집’에서 출소자들과 함께 살았다.
이메일 : syepeter@hanmail.net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

  •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

    서영남 | 2017. 03. 13

    모든 것이 은총입니다. 모든 것이요.  어떤 사도가 이 무상성을 산다는 표지는 무엇일까요?  많이 있지만 두 가지만 강조하겠습니다. 첫째, 가난입니다.복음 선포는 가난의 길로 가야만 합니다.  이 가난을 증언하는 거예요.  ...

  • 수감자 노숙자의 따뜻한 국물 한술수감자 노숙자의 따뜻한 국물 한술

    서영남 | 2017. 02. 19

    시련을 겪고 있는 사람들, 특히 가난한 이들, 노숙하는 이들, 감옥에 갇혀 있는 이들, 소외된 이들이  민들레국수집에서 환대를 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어제는 청송을 다녀왔습니다. 청송의 형제들이 베베모가 다시는 청송에 오지...

  • 설날에 더 슬픈 사람들설날에 더 슬픈 사람들

    서영남 | 2017. 01. 30

    우리 손님들이 너무너무 힘이 듭니다.

  • 흙수저조차도 챙겨 나오지 못한 청춘들흙수저조차도 챙겨 나오지 못한 청춘들

    서영남 | 2016. 09. 23

    88년생 청년과 84년생 청년 둘을 데리고 건강보험공단에 갔습니다.  84년생 청년은 24살 때부터 노숙을 시작했습니다. 일거리가 있을 때는 겨우 살다가 돈 떨어지면 노숙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몇 차례나 어린 청년이 노숙하는 것이 안쓰러...

  • 가난밖엔 가진 것 없는 그들이 ‘하느님 대사’가난밖엔 가진 것 없는 그들이 ‘하느님...

    서영남 | 2016. 02. 15

    시기와 질투. 공지영 작가의 글에서 얻어왔습니다.  시기와 질투는 그 근본 개념이 조금은 다른데, 시기는 쉽게 말해 내게 없는 것을 가진 사람에 대한 미움이고, 질투는 쉽게 말해 나보다 잘난 저 사람에게 내가 가진 것을 빼앗길까 두려워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