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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에서 넘어올때까지 밥을 먹던 오누이

서영남 2011. 09. 22
조회수 13479 추천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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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꿈 아이들의 여름캠프 모습   사진 민들레국수 갤러리

 

 

상우(가명)는 여덟 살입니다. 사내아이입니다. 누나와 함께 다닙니다. 민들레 꿈 어린이 밥집을 시작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만났습니다. 상우의 엄마 아빠는 밤에 일을 합니다. 밤에는 항상 오누이만 집을 지켰습니다.

 

오누이는 민들레 꿈 어린이 밥집에서 저녁을 먹을 때 정말 욕심을 내어 밥을 먹었습니다. 목에서 넘어올 정도로 먹습니다. 이렇게라도 먹어두지 않으면 밤에 너무 배가 고프다고 합니다. 그렇게도 음식에 욕심을 내었습니다. 공부에는 관심조차 없었습니다. 그냥 바보로 살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상우가 몰라보게 변했습니다. 생기가 넘쳐납니다. 여느 아이처럼 개구장이가 되었습니다. 민들레 꿈 공부방 선생님이 꾸중을 해도 씩 웃습니다. 자기를 사랑해서 그런 줄 알기 때문입니다. 이젠 밥도 욕심내지 않습니다. 언제든지 원하는 만큼 간식도 먹을 수 있고 밥도 맘껏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생명이 넘쳐납니다. 사랑을 받으면 보잘것없던 아이도 이렇게도 예쁘게 피어납니다. 참 보기가 좋습니다.

 

민들레국수집을 찾아오시는 VIP 손님들도 가슴에 상처들이 참 많습니다. 며칠 전에 낯익은 손님이 왔습니다. 2005년 여름에 민들레 식구가 되었던 사람입니다. 몇 년이 흘렀습니다. 평생을 교도소 들락거리다가 이혼하고 아이는 입양보내고 혼자서 살았습니다. 민들레 식구가 되었을 때는 술을 끊은지 백일이 거의 다 되었습니다.

 

생전 처음 일반 가정집에서 지내본다고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후에 다시 술을 입에 대었습니다. 밥해 드시라고 챙겨주었던 쌀을 들고 나가서 술과 바꿔먹었습니다. 나중에는 전기밥통마저도 이슬과 바꿨습니다. 거의 한 달 가까이 술주정을 했습니다. 동네 사람들이 무서워서 쩔쩔 매었습니다. 그렇게 떠나갔습니다. 그런데 다시 식사하러 왔습니다. 그때는 미안했다고 합니다. 요즘은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합니다. 아무리 돌아다녀봤어도 여기가 제일 편하다고 합니다. 그때 별려간 이십 만 원을 갚아야 하는데 라며 걱정합니다.

 

결핵에 걸린 깍두기가 있습니다. 인사는 구십도로 참 잘합니다. 알코올 의존증이라서 결핵 치료가 안되는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내성이 생기면 참으로 힘들텐데... 겨우 고기라도 조금 더 챙겨주고 있습니다.

 

상처많은 우리 손님들은 조그만 관심과 배려에도 속지 않으려고 애를 씁니다. 그동안 너무도 많은 거짓 친절에 속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몇 년이 흐르면 그때야 조금 변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아이 때에 사랑을 받는 것이 참으로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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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남
전직 가톨릭 수사로, 인천에서 노숙자들과 가난한 이들에게 국수를 나누 는 민들레국수집 운영하고 있다. 1976년 가톨릭 한국순교복자수도회에 입회해 1995년부터 전국의 교도소로 장기수들을 찾아다니다가 천주교 서울대교구 교정사목위원회에 파견돼 출소자의 집인 ‘평화의 집’에서 출소자들과 함께 살았다.
이메일 : syepet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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