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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인 예수님과의 동업

박기호 신부 2015. 05. 09
조회수 6199 추천수 0


신부 아니라면 아무 것도 못된 사람

“너희는 나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요한 15,1~8)


하느님의 영농조합 조합원으로 붙어 동업하는 삶은 행복합니다. 시키는 일만 하면 그것이 곧 진리이고 결과의 부족함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는 삶이기 때문입니다.

목자를 따르는 양, 포도나무에 잘 붙어 있는 가지의 비유는 ‘귀속의식’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혈연이나 전통이나 무력을 가진 집단이나 강건한 카리스마에 소속되기를 좋아합니다. 신변의 안전성과 경제력, 사회적 지위 신분이 클수록 귀속의식도 강하고 더러는 우월의식까지 갖는 경우도 많습니다. 가정(혈연), 인종, 민족, 국가, 종교, 자본(기업) 같은 것에서 그렇습니다. 그런 소속을 얻기 위해서 치열하게 공부하고 자격증을 얻으려고 합니다.


우리가 종교 생활을 한다거나 그리스도교 신앙을 가졌다는 것도 절대자에 대한 귀속의식에 기반한 것이고 사회적 소속이기도 해서 종교에 입문하는 것을 ‘귀의(歸依)’라고 하지요. 귀속의식에 대한 믿음과 태도가 투철할수록 강한 신념과 힘을 갖습니다. 소속은 있지만 충실함이 없다면 소속 집단에도 자신에게도 결코 유익함이 없습니다.


“너희는 나 없이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한다.”

“나에게 붙어 있으면서 열매를 맺지 않은 가지는 모조리 잘려서 불에 태워질 것이다.”


sanwi1.jpg

*출처 : 산위의 마을 홈페이지(www.sanimal.org)


소속된 삶이란 ‘하는 일’과 ‘잘 하느냐?’의 문제로 분리해 볼 수 있습니다. 일이란 기질에 관계되고 잘하는가 못하는가는 충실성의 문제입니다. 자신이 선택한 집단이고 일이라고 해도 자신의 기질과 잘 맞아야 장인같은 전문성을 가지고 잘 할 수 있습니다.

가령 제가 신부로 살아간다고 하더라도 저의 기질과 사제직이 맞아야만 좋은 신부가 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자신의 진실한 모습을 보고 싶다면 자기 삶과 함께 자신의 기질을 관조하는 인생의 성찰이 필요합니다. 자신을 좀 더 근본적 차원까지 들어다 본다는 것입니다.


소속이란 의무가 부여되기 때문에 사유와 행동의 부자유를 주고 제약과 한계가 큽니다. 여필종부(女必從夫) 일부종사(一夫從事) 하는 것이 전통적 여인들의 시집살이였습니다. 그렇지만 기질적으로 너무 맞지 않은 삶이라면 어쩔 수 없게 되겠지요. 그래서 그런 귀속의 규범을 벗어나 자유롭게 살아가던 여인들도 있었습니다. 기생들이 대표적이지요. 남성들도 가정을 버리도 주유하는 이들이 많았고 ‘역마살 들었다’고도 합니다.


저는 종교인으로서 가톨릭교회에 소속된 사제로 살면서 신부생활이 나의 기질과 잘 맞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늘 출가를 후회하지 않으며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내가 신부가 아니라면 지금 어디에서 어떤 모양새로 살아가고 있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나는 필시  기질적으로 가정은 뒷전이고 밖으로만 나돌며 살 것이 분명하며, 실속없는 명분만 쫒아 다녔을 것이며  돈과 거리가 먼 성품인데도 돈버는 일에 욕심을 부릴 것이고 그러면서도 오너가 되고 싶어 할 것입니다. 가상의 나래를 펴보니 내 기질에 따른 본성적 태도와 삶의 모습을 볼 수 있었고 딱 답이 나왔습니다. 여러 사람 못살게 괴롭히는 쓸모없는 인간이 되었을 확률이 굉장히 높더라 이 말씀이죠.  물론 아닐 수도 있지만요.


자신의 기질과 직업적 신원과 삶의 궁합이 맞아야 하겠구나 생각할 때 마다 예수님의 말씀이 폐부를 지릅니다.


“내 곁에 붙어 있어라. 너는 나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요한 15,5)


오래 전부터 저는 주님의 손길을 벗어나면 잘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승복했습니다. 출가와 더불어 그리스도의 사람으로 살아가고자 애쓰니 참 다행입니다. 주어진 일도 할 일도 많고 복도 많습니다.


저는 무엇이든 나 혼자 하려면 성과도 없고 실리도 없지만 예수님과 동업하면 안 되는 일이 없다는 것을 자주 체험하고 있습니다. 대신에 내 신념을 고집하게 될 때가 많기도 합니다. 그래도 제가 예수님 뜻과 복음의 가르침을 두고 누구의 요구를 따르겠습니까?

내 생을 인도하시는 주님께 늘 감사하고 우리 교회와 교우들께 감사하고 우리 공동체 가족들을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이런 것이 내 생의 행복의 조건이고 헌신의 생래적 환경이라 생각됩니다. (2015. 5. 6) *


5년 된 더덕을 캐서 굵은 것만 골라 더덕주 스물 네병 담그고 나머지 네 자루는 효소를 담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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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호 신부
1991년부터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1998년 ‘소비주의 시대의 그리스도 따르기’를 위해 예수살이공동체를 만들어 실천적 예수운동을 전개했다. 소비주의 시대에 주체적 젊은이를 양성하기 위한 배동교육 실시했고, 5년 전 충북 단양 소백산 산위의 마을에서 일반 신자 가족들과 함께 농사를 짓고 소를 키우며 살아가고 있다.
이메일 : sanimal@catholic.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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