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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다는 말에 중독돼 있는 사람

법륜 스님 2015. 06. 04
조회수 39130 추천수 1



"갑자기 제 마음대로 살려니 마음이 불편해요."




한 질문자에 대한 스님의 말씀을 전합니다.

 

“저는 41세 평범한 주부입니다. 별 어려움 없이 지내왔으나 친정어머니에게 많이 의지하고 자랐습니다. 어머님께 거스르는 행동을 하지 않으려고 힘이 들 만큼 최선을 다해 살았습니다. 시집와서도 마찬가지고요. 그런데 아이들이 크고 보니 제가 시댁식구, 친정식구, 남편에게 눈치를 많이 본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러나 이제 와서 제 마음대로 하려고 해도 뭔가 뒤가 캥기게 되고 멈칫해집니다. 지금까지 저는 다른 사람과는 조금의 문제도 일으키지 않고 살려고 했습니다. 그것이 저에게 큰 짐이었나 봅니다. 딱히 힘든 일이 없는데도 자꾸 마음이 불편합니다. 하고 싶은 일이 있고 다른 사람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라도 하는게 옳을까요? 그리고 그렇게 하면 불편한 마음이 좀 나아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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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답변하기 전에 여러분, 한 번 물어봅시다. 주변과 갈등이 생기더라도 자기 하고 싶은 것 한번 해보는게 좋겠다는 사람 손 들어 보세요. 아니면 부모와 남편에게 순종하면서 사는게 좋겠다는 사람 손 들어보세요.”(대다수 전자에 손듬)

  

“주위에 의지가 될 만한 사람들과 이야기하다 보니 저 마음대로 살라고 권유하지만 저에게 중요한 사람인 어머니, 시어머니, 남편의 뜻을 거스른다는 것이 제 마음에 와 닿지 않습니다. 힘들어서 지금 정토회에 다니고는 있지만 이유도 모르는 채 계속 불안한 것이 기도가 부족해서 인지, 마음공부가 부족해서 인지 모르겠어요.”

 

“질문자는 착하지만 지혜롭지는 못합니다. 두 가지 예를 들어볼게요. 산에 가서 토끼나 노루의 새끼를 한 마리 잡았습니다. 집에 와서 아직 어리니까 풀도 주고 먹이를 줘서 오랬동안 직접 키웠습니다. 다 크자, 이제 산에 가서 스스로 살라고 놓아주었는데 산으로 돌아갈까요, 아니면 다시 집으로 돌아올까요? 처음에는 나가지만, 나중에는 집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왜 다시 돌아올까요?”

 

“짐승들이 무서워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모를 것 같아요.”

  

“이 짐승은 우리에 갖혀 있으면 답답하니깐 나가고 싶기도 하고, 나가면 먹이를 구하기 어려우니까 다시 집으로 돌아옵니다. 이렇게 가둬 놓으면 나갈려고 하고, 나가라고 하면 또 돌아옵니다. 꼭 질문자와 같습니다. 왜 그럴까요? 산에 사는 짐승이 너무 추워 보여서 좋은 맘으로 돌봐줬는데 결과적으로 짐승의 야생성을 잃어버리게 한 겁니다. 만약 어미가 이렇게 새끼를 보살피면 야생의 생물이 존재 할 수 없겠죠. 이것은 실제로는 제대로 도와주는게 아닌 겁니다. 외국 공원에 가 보면 야생 짐승에게 먹이를 주지 못하게 합니다. 야생성을 잃어버리기 때문이죠. 야생성을 잃어버린다는 것은 결국 그 짐승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것입니다.


미국이 원주민인 인디언에게 인디언 보호구역을 설정하고 태어나서 죽을때까지 모든 생활비도 지원해줬는데, 이것이 인디언들을 더욱 더 몰락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일은 안 하고 계속 술만 먹게 되면서 인생의 자립심이 점점 더 없어지게 되었습니다. 일부 학자는 옛날에 미국이 인디언 학살할때보다 더 나쁘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아이를 낳으면 세 살까지는 엄마가 100% 보살펴줘야 합니다. 만약에 이때 엄마가 직장다닌다고 제대로 보살피지 않으면 아이들은 육체적, 정신적으로 굉장히 잘못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부모들이 직장 다니느라 잘 보살피지 않아서 청소년들의 우울증 비율이 굉장히 높습니다.

그리고 세 살 이후 초등학교까지는 70% 돌봐주고 나머지는 스스로 하게 해 주고, 중학생이 되면 50% 정도 도와주고, 고등학생이 되면 30%만 도와 주고, 스무살이 넘으면 아무것도 안해 줘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 자립심을 키워서 스스로 살아가게 됩니다. 이게 진정한 사랑입니다. 어릴 때는 따뜻하게 보살펴 주는게 사랑이고, 커서는 냉정하게 정을 끊어 주는 게 사랑입니다. 어릴 때 보살피지 않는 것은 외면이고, 커서 보살피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 집착입니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은 어릴 때 부모로부터 외면당해서 상처받고, 커서는 부모가 집착해서 자생성을 잃어버립니다. 부모가 과잉보호함으로써 자식이 자립하지 못해 부모는 자식에 대해 무거운 짐을 지게 되고, 자식은 자립성을 잃어 부모의 노예로 살아야 합니다.


봄날 제비를 보세요. 알을 낳아 새끼가 나오면 입에 작은 벌레를 하나씩 물어 줍니다. 그래서 새끼들이 골고루 자랍니다.

새끼들이 더 자라서 검은 털이 나기 시작하면 먹이도 굵은 것을 잡아오고, 새끼 입에 바로 넣어 주지 않고 어미가 벌레를 물고 가만히 있습니다. 그러면 새끼들이 벌레를 달라고 아우성입니다. 하지만 어미가 절대로 주지 않고 있으면 새끼들이 몸부림을 쳐서 뺏어 먹습니다. 많이 뺏어 먹는 새끼는 빨리 자라고 못 뺏어 먹는 새끼는 늦게 자랍니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면 새끼들마다 3일에서 일주일까지 각기 다른 날에 날라서 밖으로 나갑니다. 어미가 모질러서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 어미의 입에 있는 벌레를 뺏는 것은 사냥하는 훈련을 하는 겁니다. 그리고 새끼들이 벌레를 뺏기 위해 몸부림 치면서 날개에 힘이 생깁니다. 간혹 이 와중에 한, 두 마리가 떨어져 죽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새끼가 자립을 할 수 있게 해줍니다.

날아가버린 새끼는 다시는 어미 뒤롤 따라 다니지 않고 어미도 새끼를 보호하겠다며 따라다니지 않습니다. 그래서 짐승 세계에서는 어미와 새끼 사이에 부담되거나 원수 되는 경우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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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짐승보다 영특한 동물인 인간만이 부모와 자식이 원수가 되고 자식이 부모의 억압속에 살아야 하는 이런 일이 생깁니다. 왜 그럴까요? 이것은 바로 엄마가 자식을 낳으면 목숨을 걸고라도 보살펴야 하는데 아이보다 자기 직장, 출세, 인생이 먼저라서 제대로 보살피지 못합니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의 마음속에 사랑이 충만하지 못해 늘 허전한 마음 때문에 사랑을 껄떡 거리고, 욕구 불만이 생깁니다. 또 과잉 보호를 받게 되면 자기를 제대로 추스리지 못하며 살아갑니다. 이것이 인간사회의 고뇌입니다. 대부분 모든 인간들이 비슷한데 서양 사람들보다 한국 사람들이 더 심합니다. 옛날에는 중학생 정도만 되어도 자기 힘으로 먹고 살았는데 지금은 유학을 보내도 자기 힘으로 잘 살지 못합니다. 이것은 우리 삶이 잘못되었기 때문입니다. 질문자도 이런 사람들 속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선택은 두 가지입니다. 이번 생은 이미 야생성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산에 갈까, 우리에 있을까를 고민하지 말고 그냥 애완동물로 사는 방법입니다. 엄마, 남편, 시어머니의 애완용 동물로 삽니다. 자기가 입장을 정해버리면 괴롭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보면서 나도 저랬으면 하고 공연히 고민하니 힘든 겁니다. 애완용 동물은 착하죠. 착하다는 소리를 듣고 싶으면 순종하고 사세요. 이렇게 사는 것이 나쁘다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다만 자기가 선택하는 겁니다.


자기가 길들여진 짐승도 아니고 노예도 아니라고 생각하면 남편의 사랑을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모험을 해야 합니다. 나쁜 사람이라는 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사춘기 때 아이들이 부모 말을 안 듣기 시작해야 자립이 되는 겁니다. 이것이 아이가 잘 되는 길입니다. 아이들이 부모의 말을 안 듣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부모 말 잘 들으면 부모의 노예가 되는 것입니다. 질문자처럼 되는 겁니다.

  

불교는 내가 주인 되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신의 종이 되어서 잘 먹고 잘 살겠다, 천국에 가겠다고 합니다. 스님은 주인이 되고 싶지, 종이 되고 싶지는 않아요. 그런데 대부분 사람들은 종을 자처하고 있습니다. 그게 나쁜게 아니라 부모의 종으로서 천국에서 살겠다고 선택하면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자꾸 나를 보고 스님처럼 살겠다고 천국을 나오려고 하니 천국에서 나오면 지옥으로 갈지도 몰라요. 스님은 지옥에 가더라도 주인으로 사는 것을 더 선호합니다. 좋은 환경의 종으로 살겠는가, 아니면 나쁜 환경이라도 주인으로 살겠는가. 이제는 선택을 해야 합니다. 자기는 주인으로도 살고 좋은 환경도 가지고 싶다고 하는 것은 욕심입니다. 한 쪽은 포기할 각오를 해야 합니다.

주인으로 살려고 하면 그 동안의 주인이 반대하겠죠. 그것을 두려워하면 종이 되는 겁니다. 내가 주인으로 살겠다고 하면 지금까지 길들여진 삶의 습관을 벗어나야 하기 때문에 나쁜 사람이라는 소리 듣고, 갈등이 일어나는 등 정말 어렵습니다.

 

여러분도 아이들 말 안 들으면 집을 나가라고 하고 밥 안 준다고 그러죠. 늘 아이들이 주인이 되려고 할 때, 먼저 주인된 부모들이 아이들의 행동을 막으려고 합니다. 때로는 아이들을 때리기도 하는데, 부처님이 그래서 때리지 말라는 겁니다.

인간관계는 평등한 관계입니다. 그래서 계율에 첫 번째 때리지 마라, 두 번째 남의 물건을 훔치거나 뺏앗지 마라, 세 번째 사랑을 하더라도 강제로 성추행 하지 마라, 네 번째 말하더라도 거짓말 하지 마라, 다섯 번째 술을 먹더라도 행패를 부리지 마라가 있습니다. 이 다섯 가지 계율만 잘 지켜도 세상이 많이 좋습니다. 요즘 학교 폭력의 대다수가 뺏고, 때리고, 욕설하고, 성추행하는 것입니다. 공부는 잘할지 몰라도 인간이 되는 가장 기초적인 것을 안 가르치기 때문에 세상이 시끄러운 것입니다.

그래서 질문자가 주인으로 살려고 할때 다섯 가지 계율에 어긋나지만 않으면 남 눈치 볼 필요가 없습니다. 두 번째는 남편이나 자식이 내 말 안 듣는다고 속상할 때도 나도 남의 인생에 간섭하지 말아야 합니다. 남눈치 보지 말고 간섭하지 않으면 세상이 자유로우면서 남에게 손해도 끼치지 않고 함께 잘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어렵습니다. 착하다는 말에 중독되어 있습니다. 나쁜 사람이라는 말은 절대로 듣기가 싫습니다. 노예로 살아가는 조건이 주어져 있는데 그것을 버리기 어렵습니다. 부처님은 그걸 확 버렸습니다. 왕위와 부모, 아내, 자식을 버리고 자유의 길을 갔습니다. 질문자는 절에 오지 말고 교회로 가면 딱 맞겠습니다. 그럼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거긴 순종하는게 목적이니까요. 불교는 주인 되는게 목적이기 때문에 조금 안 맞아요. 절에 다니니 고민이 되는 겁니다.

다시 얘기하지만 선택입니다. 질문자의 지금 마음은 남의 돈을 빌리면 갚아야 하는데 돈을 빌리고 안 갚는 방법을 찾으려고 하는 것과 같습니다.”

 

스님의 말씀을 통해 주인으로 살아가는 부처님의 법을 다시금 마음에 새기게 되었습니다. 강연 마친 후 한 질문자는 그동안 늘 듣기만 하다가 실제로 질문을 해 보니 훨씬 가벼워졌다고 말했습니다. 청중들은 살아있다는 것만으로 성공했으니 당당하게 아무 거리낌없이 주인이 되어 살라는 스님의 가르침을 마음에 새기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돌아갔습니다.



*이 글은 정토회 '스님의 하루'에 실린 것입니다.
http://www.jungto.org/buddhist/budd8.html?sm=v&b_no=67330&page=2&p_no=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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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 스님
1988년 괴로움이 없고 자유로운 사람, 이웃과 세상에 보탬이 되는 보살의 삶을 서원하고, 정토회를 설립했다. 기아·질병·문맹퇴치운동과 인권·평화·통일·생태환경운동에 앞장서는 실천하는 보살로서 2000년 만해상을, 2002년에 라몬 막사이사이상을, 2007년엔 민족화해상을 수상했다.
이메일 : book@jungto.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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