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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집착, 아집을 놓으면 무엇이 남을까

박기호 신부 2015. 08. 26
조회수 10133 추천수 0



부자가 되고 싶은가?

“부자가 하늘나라에 들어가기란.... ”(마태 19,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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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드라마 <쩐의 전쟁> 중에서


“부자가 하늘나라에 들어가기보다는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는 것이 더 쉽다!” 예수님의 말씀이 모질기는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우리가 예수님 가르침을 받고 따라야지, 예수님 더러 우리 생각에 맞추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오늘 가르침은 아까 낮에 어떤 부자청년이 예수님을 찾아와 “내가 영원한 생명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하는 질문에 대해서 “가진 것을 팔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고 너는 나를 따라라!” 하셨고 그 청년은 울상이 되어 물러갔던 문제에 대해서 였습니다다. 복음은 그 이유를 “그는 재산이 많았기 때문이다.”라고 합니다.   


재산이 많았기 때문에 일이 쉽게 풀려야 했을텐데 이건 좀 중요한 문제로 여겨야 하지요. 노동력이건 재주건 돈이건 있어야 기능이 되고 없으면 한계에 부딪히게 되는 게 상식인데, 왜 돈 많고 부자라는 것이 예수를 따르는데 방해가 되었을까요?   


모두가 1차적으로 경제적 안정을 해야하고, 그러기 위해 고소득 사업을 궁리하고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해 애쓰게 됩니다. 동시에 신앙생활도 잘하고자 노력하고 헌신합니다. 이것이 두 마리 토끼를 쫒는 마음을 가지고 모이는 교회의 현실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딜레마가 해결되지 않으면 둘 중에 하나밖에 성공할 수 없거나 둘 다 안 되거나 할 겁니다.

  

아무도 부자라는 것 자체가 예수를 따르기에 불리한 조건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부자도 되고 예수도 따르는 일이 동시에 가능하다고 여기게 되는 것이지요. 예수님께서 동시 성취는 불가능하다는 말씀을 ‘낙타와 바늘귀’로 비유하셨는데 그 모진 비유는 부 자체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부를 지킬 것인가? 예수를 따를 것인가?로 대립구도를 만들어 버리는데 있는 겁니다.   


예수님께서은 부자 청년이 가진 재산, 아버지께 물려받은 부가 축적되는 과정에는 가난한 노동자의 땀과 수고가 바탕임은 불문가지로 조금이라도 임금을 적게 주거나 무노동 무임금의 매정한 경영의 논리가 있었을 것입니다. 노동과 경영은 갑-을의 약정에 따른 공정함은 있을지 몰라도 그렇다고 인간성과 도덕성을 부여하지는 않습니다. 예수님이 보신 것은 그것이지요.


부를 모으는 과정에 대문 밖 거지에게 물 한그릇 주지 않았다고 해도 불법이 아니지요. 다만 그런 삶 자체가 구원과는 거리가 먼 삶이란 것이 부자와 나라로의 이야기에 나오잖아요.


부를 모으는 과정에서 가난한 이들을 후하게 대접하고 사업을 했다면 그 자체로 예수를 따르는 도덕적 인간적 삶으로 구원의 삶을 살아온 것이라고 말할 수는 있겠습니다만, 문제는 그래도 부자가 되었겠는가? 입니다. 어렵겠지요? 그런 부자를 본적이 없으니까요.   


그러면 예수님 말씀은 함정일까요?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제시하신 방법은 털어서 빈자들에게 나누어 주고, 새 일을 하자는 것입니다. 부를 툭 털어서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한다면 하느님의 빈자들은 감사와 온정을 다 바쳐 바늘귀를 부러뜨려서라도 그를 통과시킬 것입니다. 


부자를 대상으로 하는 이야기는 공허감만 납습니다. 현실적인 이야기를 함이 좋지요. 가난한 사람들은 처음부터 돈을 안 벌려고 했거나 게을렀나요? 아니죠. 몸부림 쳤어도 재주가 없거나 기회를 얻지 못해 못 벌었던 겁니다. 부자는 가진 것을 버리지 못해 예수를 따르지 못한 반면 가난한 사람은 부자가 되고 싶은 욕망을 버리지 못해 예수님을 따르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정해야겠지요?   


가진 것이 없는 빈자는 참 비참합니다. 부자는 재물의 위력을 신봉하여 가진 것을 지키고 축적해서 부자가 되었으니 지킬 것이라도 있어서 예수님을 못 따른다고 하지만, 빈자는 버릴 것도 없으면서 왜 못 따를까? 이게 뭡니까? 


돈에도 눈이 달려서 사람 알아보고 찾아갑니다. 길이 막혔으면 돌아가야 하고 잘못 온 길은 되돌아 가는 것이 정도 입니다.  돈을 못 벌면 다른 길로 행복을 찾아야지 오지 않은 재물을 왜 그토록 구세주 기다리듯 하는 걸까?   


돈에 대한 집착이나, 돈을 가져야만 인간의 품위도 자식 교육도 가능하고 미래가 보장된다는 믿음이나, 내 생각이 옳다고 여기는 아집이나 모두 내게 축적된 불행의 무게들입니다. 그 무게가 대단합니다.  


부자는 부를 축적해 온 과정에서 쌓으면 쌓을수록 이미 구원의 길에서 멀어져 갔고, 빈자는 꽉 막힌 집착의 벽을 파고 있을수록 구원과는 멀어집니다. 툭 털어버릴 수 있는 배짱, 네까짓게 뭐냐? 난 하느님 나라부터 확보할거다 라는 믿음이 나를 구원합니다.   


부와 집착, 아집... 내가 쌓아둔 것을 털어버리면 나는 죽음 같은 좌절이 올 것인가? 자유와 기쁨을 경험할 것인가? 말로는 설명될 수 없는 단 한 번의 투신이 당신을 기다립니다. 산위의 마을로 오세요. 다 해결 됩니다. (2015. 8. 18)

*

한동안 그렇게 덥더니만 저 파란 하늘 흰구름  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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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호 신부
1991년부터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1998년 ‘소비주의 시대의 그리스도 따르기’를 위해 예수살이공동체를 만들어 실천적 예수운동을 전개했다. 소비주의 시대에 주체적 젊은이를 양성하기 위한 배동교육 실시했고, 5년 전 충북 단양 소백산 산위의 마을에서 일반 신자 가족들과 함께 농사를 짓고 소를 키우며 살아가고 있다.
이메일 : sanimal@catholic.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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