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붕 새식구 셋

서영남 2011. 11.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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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남 베로니카 음식준비.jpg

부엌에서 음식을 준비하는 서영남 베로니카 부부  사진 민들레국수집 제공

 

 

갑자기 세 식구나 늘었습니다.

철상(가명)씨는 마흔여덟입니다.  아등바등 힘들게 살아도 살 길이 없다고 합니다.  인천 계양구에 있는 내일을 여는 집에서도 살았다고 합니다.  혼자 힘으로 살아나보려고 온갖 고생을 다 했지만 몸 하나 누일 쪽방 하나 마련할 수 없었습니다.  몇 달 전에 한 달만 여인숙에서 지낼 수 있게 해 달라고 해서 한 달간 여인숙 방을 얻어드렸습니다.  미안하다면서 한 달 후에 또 거리로 나왔습니다.  얼마 전에 도저히 혼자 힘으로는 안 된다면서 민들레 식구로 받아달라고 합니다.  기다려 보라고 했습니다. 

 

수영(가명)씨는 마흔아홉입니다.  영등포 역 근처에서 지냅니다.  쪽방에서도 지내고 드롭인센터에서도 잠을 자곤 했다고 합니다.  관절이 아파서 일주일에 한두 번 막노동을 나간다고 합니다.  그렇게 해서는 쪽방 세도 내기 버겁다고 합니다.  민들레국수집 근처에 혹시 보증금없는 싼 방을 얻을수 있는지 물어봅니다.

 

수영씨와 함께 온 문섭씨도 영등포 역에서 노숙을 합니다.  문섭씨는 쉰셋입니다.  일본에서 살다가 사업 실패하고 이혼하고 혼자 서울로 와서 어쩔 수 없이 노숙을 하고 있습니다.  방만 하나 얻을 수 있다면 살 것 같다고 희망을 버리지 않습니다.

 

베로니카와 몇 날을 상의했습니다.  살림살이 허리끈을 조여야하지만 우리가 조금만 고생하면 세 사람이나 도울 수 있는데....   큰맘 먹고 일을 벌렸습니다.  집을 하나 얻었습니다.  독채이고 방이 두 칸입니다.  보증금이 오백입니다.  월세는 십오만원입니다. 

 

새 식구가 될 세 사람 모두 살림살이가 없습니다.  그저 입고 있는 옷과 조그만 배낭이 전부입니다.  그동안 모아두었던 살림살이를 챙겨보았더니 한살림이 됩니다.  복자회 수녀님들이 보내주셨던 이불도 있습니다.  벼게만 마련하면 우선은 급한대로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제 저녁에 새 식구가 들어왔습니다. 

아침에 밝은 표정으로 국수집으로 와서 인사를 합니다.  편안하게 잤다고 합니다. 어제는 솔향봉사단에서 달걀을 가져오셨습니다.   손님들이 계란 프라이를 참 좋아하십니다. 

 

비가 그치자 찬바람이 붑니다.  칸델라 수녀님께서 좋은 침낭을 백 개나 선물해 주셨습니다.  공원에서 주무시는 분들께 침낭을 드렸더니 신주단지 모시든 합니다.

 

개포동 자매님께서 청정채를 아주 많이 보내주셨습니다.  오늘 온종일 채소를 삶아서 급속 냉동을 시키고 있습니다.  국거리로 아주 좋습니다.

 

수협에서 고마운 분이 냉동 절단꽃게와 새우젓을 많이 보내주셨습니다.  또 연안부두 아녜스자매님께서 고등어 자반을 많이 보내주셨습니다.

 

양 선생께서 바나나를 열 상자나 선물해주셨습니다.  민들레 꿈 어린이 밥집에서는 오늘 아이들에게 떡볶기와 바나나 쥬스를 대접할 것이라고 합니다.

 

오늘은 까사미아에서 두 분 요리사가 오셔서 이탈리아식 스파게티를 만들어서 아이들께 대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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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남
전직 가톨릭 수사로, 인천에서 노숙자들과 가난한 이들에게 국수를 나누 는 민들레국수집 운영하고 있다. 1976년 가톨릭 한국순교복자수도회에 입회해 1995년부터 전국의 교도소로 장기수들을 찾아다니다가 천주교 서울대교구 교정사목위원회에 파견돼 출소자의 집인 ‘평화의 집’에서 출소자들과 함께 살았다.
이메일 : syepet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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