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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가 정치를 한다면 가장 먼저 할 일은

이남곡 2011. 11. 28
조회수 10751 추천수 1

박원순 국립묘지-.jpg

10.26 재보선에서 당선된 박원순 서울시장이 다음날 국립묘지로

고 김대중전대통령의 묘지를 찾아 묵념하고 있다. 사진 <한겨레>자료

 

 

자로가 공자에게 정치를 맡게 된다면 무엇부터 하겠는가 하는 질문에 공자는 ‘명을 바로 세우는 일(正名)’이라고 답한다.

 

 이에 대해 자로가 ‘그것은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생각’이 아니냐고 반문한다. 현실에는 풀어야할 난제들이 너무 많은데 한가하게 명(名)을 세우는 일이나 하고 있을 수 있느냐하는 의미인 것 같다. 이에 대해 공자는 단호한 어조로 자로를 비속(野)하다고 나무란다.

 

이 대화는 현대에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아니 오히려 현대에 올수록 더 의미가 큰 대화로 생각된다. 흔히 ‘정명’(正名)을 ‘명분을 바르게 하는 것’으로 번역을 하고, 명분이라는 말이 형식적이거나 자기합리화 또는 반동적인 세력의 권력 유지와 결합되어왔던 과거의 기억들이 연상되다보니 이 말이 현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그다지 좋은 이미지로 다가오지 않는 것도 사실인 것 같다. 그러나 그런 이미지를 떠나 그 말의 참뜻을 찾아본다면 대단히 중요한 의미로 다가 온다.

 

풀어야 할 난제들이  많을수록, 또 그런 문제들에 대한 해결방법이 서로 모순되는 것으로 보일수록 먼저 할 일은 ‘명(名)을 바로 세우는 일’이 아닐까?


‘정명’을 현대적인 용어로 표현한다면 ‘시대정신의 구현을 위한 종합철학을 바로 세우는 일’ 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과거의 진보니 보수니 좌니 우니 하는 고정된 시각으로는 지금의 시대적 요구를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없다. 지금 우리 사회는 역사발전 단계가 과거의 패러다임으로부터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하고 있는 과도기이다. 극심한 혼돈을 보이는 것도 같고 대단히 거친 과정을 거치는 것도 같지만, 그 속에서도 새로운 시대정신이 그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실사구시하는 합리적 이성과 사람에 대한 따뜻한 애정이 바탕이 되어 보수와 진보가 생산적 경쟁을 하는 가운데 ‘우리 시대의 정명’이 이루어지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근래 사회적 정치적 이슈로 되고 있는 과제들이 내년 총선과 대선을 거치면서 더 치열하게 쟁점이 될 것인데, 이 과정에서 우리 국민의 집단지성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시대정신을 생산할 수 있게 되기를 염원한다.


사실 지금 우리는 두 가지 서로 모순되게 보이는 테마를 어떻게 정합성 있는 ‘종합철학’으로 세울 수 있는가 하는 거대한 시대적 요구 앞에 서 있는 것이다.


하나는 우리의 부존자원과 지정학적 조건 그리고 이미 도달한 사회경제적 위상을 고려할 때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중심교역국가’를 지향해야 한다는 점이다.


또 다른 하나는 자본주의 특히 신자유주의 정책으로부터 심화되는 양극화를 해소하고 ‘복지국가’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이다. 최근의 복지를 둘러싼 논쟁과 한미FTA 파동이 단적으로 우리시대의 고민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쌓아올린 민주화의 토대를 훼손하지 않고 나라의 자주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가장 선진적인 ‘복지국가’를 만들어가자는 것이 시대정신이라고 생각한다.


작금의 현실을 볼 때 이러한 시대정신을 구현하는데 가장 저해요소로 되고 있는 것이  ‘정치’ 특히 낡은 ‘정치문화’로 보인다. 중요한 선거의 계절을 맞이해서 진정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의 정치에 대한 국민적 요구는 이미 구체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본다. 완고하고 낡은 사고방식과 정서에서 벗어나 ‘누가’ '어떤 당‘이 집권하느냐하는 것을 넘어서 우리 시대의 ’정명‘이 이루어지는 정치의 계절이 되기를 바란다.
 
 세계화는 인류역사가 나아가는 방향이다. 이제 정명(正名)도 세계적 범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전쟁, 양극화, 지구환경 문제를 포함해서 전체 인류의 복지와 자유를 위해서는 인류적 차원에서 정명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신생독립국에서 출발하여 선진국의 문턱에 진입하려는 우리나라야 말로 어떤 점에서 보면 이런 인류적 정명(正名)을 하는데 가장 적격인 나라일지 모르겠다. 이런 일을 우리가 빛나게 이룰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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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곡
서울대 법대 재학 때부터 민주화에 투신 4년간 징역을 살고 나온 뒤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함과 겸손으로 진리를 향한 실험을 멈추지 않고 있다. 정토회 불교사회연구소장을 거쳐 경기도 화성 야마기기마을공동체에 살았으며, 2004년부터 전북 장수의 산골로 이주해 농사를 짓고 된장·고추장 등을 담그며 산다. 서울에서 매주 ‘논어 읽기’ 모임을 이끈다.
이메일 : namgok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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