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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의 천국’ 종교 질타, ‘행동하는 신앙’ 뚜벅뚜벅

이길우 2016. 10. 12
조회수 14424 추천수 0
  은퇴 뒤 더 바쁜 이선종 원불교 교무

  출가해 원불교학과 졸업한 뒤
 종로교당에 첫 발령
 
 이웃한 기독교 단체 등 드나들며
 사회에 눈뜨고 다른 종교인과 대화
 
 문제투성이 세상 바꾸고 싶어
 여러 시민·환경단체 대표도 지내
 
 “종교가 사회에 큰소리를 못치는 건
 종교인들 자기 속이 구겨져 있기 때문
 
 가진 자들이 더 가지려고 애써
 젊은이들이 존경할 선배가 없어”
 
 숨이 다하는 날까지 현역으로
 작은 꽃도 정성 들이면 더 아름다워”


  16.jpg » 각종 시민운동, 환경운동의 현장에서 활약했던 이선종 원불교 교무가 은덕문화원 뜨락에서 익어가는 가을을 바라보고 있다.

푸르디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붉은 낙엽이 날린다. “저런 맑은 하늘을 보기가 요즘 부끄러워.” 침묵이 흐른다. “자연은 시간이 흐르면 계절이 바뀌며 철이 드는데, 왜 인간은 철이 안 들지?”
 최근 현역에선 은퇴했다. 돌이켜 보면 바쁜 나날이었다. 돋보인 것은 쪽 찐 정갈한 머리모양과 흑백의 치마저고리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는 늘 ‘현장’에 있었다. 열정적으로, 진실되게 현실에 뛰어들었다. 여성 지도자가 적었던 1980년대부터 그는 종교계를 대표해 목소리를 냈다. 그의 목소리는 시민, 환경, 인권, 평화, 여성 운동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카랑카랑한 목소리에, 힘찬 움직임까지….
 “교단 안에서는 은퇴했어. 하지만 의식 속에선 은퇴 안 했어. 숨이 다하는 날까지 현역으로 존재할 거야.”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원서동 은덕문화원 정원에서 만난 원불교 이선종(72) 교무는 현역 때보다 지금이 더 바쁘다고 했다. “농사도 가을에 수확하려면 바쁘잖아. 내 인생도 이제부터 더 바빠. 육신의 나이는 자연의 섭리를 따르지만, 영적인 나이는 영원히 시들지 않아야 되지.”

q1.jpg » 핵발전소 건설 반대운동에 참여한 이선종 교무.
 
 “종교가 되레 세상에 걱정거리 줘”
 원불교 첫 여성 서울교구장을 지냈다. 참여연대 공동대표와 새만금살리기, 반핵국민행동, 지리산살리기국민행동 등 여러 환경단체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환경재단이 선정하는 ‘우리 사회를 밝게 빛낸 사람들 10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영적인 종교세계와 흙탕물 같은 속세를 함께 치열하게 살아왔기에….
  “세상이 따뜻하면 내 몸도 따뜻해져. 세상에 온기를 불어넣고 싶었어. 세상을 조금이라도 바꾸고도 싶었고. 그래서 한 발을 세상에 담갔어. 그런데 세상은 온통 문제투성이였어. 걱정의 바다였고.”
 목소리가 높아진다. 우선 종교계에 대한 걱정이다.
 “종교가 사회에 대해 큰소리를 못 쳐. 왜? 종교인들의 마음이 구겨져 있기 때문이야. 뱃심도 없고 지혜도 없어. 축적된 영적 에너지가 없이 속세의 눈치를 봐. 종교인들은 자신을 먼저 비워야 하는데 세속적 욕망에 차 있어. 자신의 삶을 공들여 살아오지 않았기 때문이야. 종교가 사회를 걱정해야 하는데 오히려 세상 사람들이 종교인을 걱정해. 기가 막힌 현실이야. 정권의 눈치도 많이 보지. 교회와 사찰을 대형화하는 것이 자기 인격의 크기인 줄 알아. 한국은 종교 지도자들의 천국이 됐어. 신도들이 받들어 모시기 바빠.”
 그러면서 뱀을 이야기했다. “앞에 있는 뱀을 잡으려면 어디를 잡아야 해? 꼬리를 잡아야 해? 아니면 몸통을? 아니면 머리를?” 갑자기 왜 뱀이 등장하지? 어딜 잡아야 할까? “뱀을 잡으려면 머리를 잡아야 해. 몸통과 꼬리를 잡으면 뱀에게 물리기 십상이지. 종교와 믿음도 마찬가지야. 잘못 현혹되면 재산을 날리고 가정이 파탄하는 일이 많아. 종교의 본질을 모르고 허상을 잡은 탓이야. 제대로 믿어야 해. 토담집이라도, 단 한 명의 신도가 있어도, 그곳엔 종교가 존재할 수 있어야 해.”
 신자들이 돈만 내면 신도가 되는 줄 안다는 것이다. 종교인들은 신자들에게 지혜를 나누어주고 자비를 베풀어주어야 하는데, 오히려 세상에 걱정거리를 주고 있다는 것이다.
 
q2.jpg » 한강 살리기 환경운동에 참여한 이선종 교무.

 “주역 되니 어두운 짓 더 많이 해”
 이번엔 기성세대에 대한 비판이다. “젊은이들이 존경할 지도자와 선배가 없어. 가진 자들이 더 가지려고 애를 쓰고, 희생의 본보기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어. 부정한 정권을 무너뜨린 정치인들이 자신들이 주역이 되어 더 어두운 짓을 많이 해. 대권에만 온통 신경이 가 있어. 자신들이 얼마나 준비했다고 정권을 잡겠다고 그러지? 그러니 사회에 불만과 분노가 가득 차게 되지.”
 같은 여성으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생각은 어떤지 물었다. “걸출하고 트인 지도자는 못 돼. 지혜가 부족하고 큰 가슴으로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을 못하니 국민들이 많이 실망하고 있어.”
 다시 침묵이 흐른다. 어릴 때 어렵지 않은 집안에서 공부 잘하는 아이로 자랐다. 원불교에는 열아홉살에 입교했다. 중학교 다닐 때 몸이 약했다. 항상 아팠다. 그때 원불교 경전에서 ‘인과’에 대한 글을 읽었다. ‘아, 몸이 아픈 것도 업의 소산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출가해서 원광대 원불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 종로교당에 발령을 받았다. 와이엠시에이, 흥사단, 유네스코, 크리스천아카데미 등 주변의 단체를 드나들며 사회에 눈을 떴다. 다른 종교 사람들과 공감하고 대화하고 싶었다. 이웃 종교에 드나들며 각계의 한국 지도자들을 만났다.
 “우리 사회의 변화에 여성의 역할이 중요해. 여성은 남성보다 포용력이 있고 인내심이 강해. 그리고 모성애가 있어. 사회의 상처를 치유하고 감싸는 역할을 해야 해. 여성과 남성은 구별은 하되 차별을 하면 안 돼. 지도력도 여성성이 인정받는 시대야.”
 사드 문제에 대해서도 거침이 없다. 원불교는 사드 배치 지역에 성지가 있어 교단 차원에서 반대를 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단순히 성지 때문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사드는 성주나 김천이 아니라 한국 어디에도 설치하면 안 돼. 사드는 무력의 대결이지만 한국은 평화의 진원지야. 국민들과 상의 없는 졸속한 결정이었어. 언제까지 강대국의 눈치를 보며 외세에 끌려다녀야 해? 먼저 남북 문제도 우리 민족끼리 풀도록 주체성을 가지고 노력해야 해. 남북한의 현재 불통도 사드보다 빨리 우리 힘으로 해소해야지.”
 
q3.jpg » 지리산 살리기 환경운동에 참여한 이선종 교무.

 “병 아니었으면 오만해졌을 것”
 화제를 바꾸었다. “건강하신가요?” “만약 젊은 시절 병마에 시달리지 않았다면 오만해졌을 거야. 서른네살 때 병이 생겼어. 응급차에 몇 번 실려 갔지. 병원 치료에 진전은 없었어. 기도를 했어. 그리고 ‘내가 어느 생엔가에 병날 짓을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 구업을 청산하려면 남은 시간을 의미있고 보람있게 써야 한다고 생각했지.” 그래서 그 뒤 이웃과 함께 사는 삶을 살아왔다.
 “몸은 정신을 담는 그릇이야. 몸이 건강해야 영적 에너지도 강해져. 평소 소식을 하고 산보도 매일 하지. 그리고 긍정적이고 기쁜 일만 생각하려고 애써.”
 그는 70이 넘어서니 세상이 보인다고 말했다. “이제 남은 생 전국을 돌며 후배들을 격려하고 칭찬할 거야. 우리 강산을 가슴에 안고 사랑할 거야. 여백의 시간에는 기도하고, 지난 경험을 글로 쓸 거야. 나는 외롭게 이 길(사회참여)을 걸어왔지만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비록 세상을 바꾸지는 못했자만, 후회는 안 해. 열심히 살아왔으니까.”
 자신이 공들여 만들어 가꾼 뒤 후임 원장에게 물려준 서울 창덕궁 근처의 은덕문화원 정원에 피어 있는 조그만 꽃들을 손으로 가리키며 이야기한다. “저 조그마한 꽃도 정성 들여 가꾸면 훨씬 아름답게 피지 않아?”
  얼굴에 온화한 웃음이 가득하다.
 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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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우
아직도 깊은 산속 어딘가에 도인이 있다고 믿고 언젠가는 그런 스승을 모시고 살고 싶어한다. 이소룡에 반해 무예의 매력에 빠져 각종 전통 무술과 무예를 익히고 있고, 전국의 무술 고수를 찾아다니며 그들의 인생과 몸짓을 배우며 기록해왔다. 몸 수련을 통해 건강을 찾고 지키며 정신과 몸이 함께 건강한 사회를 만들고 싶어한다. 한겨레신문 창간에 동참했고, 베이징 초대 특파원과 스포츠부장, 온라인 부국장을 거쳐 현재는 종교 담당 선임기자로 현장을 뛰고 있다.
이메일 :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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