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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세대 어떻게 살 것인가

황창연 신부 2016. 12. 23
조회수 10635 추천수 0
베이비부머라는 폭탄

송파구 자연학습장-.jpg » 서울 송파구 자연학습장을 걷는 노인들. 사진 이종근 기자 지금 장년기에 접어든 1955년생부터 1963년생들을 베이비붐 세대라 부릅니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세상이 좀 평화로워지자 출산율이 엄청 올라갔습니다. 사실 이것은 세계적인 추세로 비단 우리나라 문제만은 아닙니다. 아무튼 그 8년 동안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710만 명이라고 하는데, 전문가들은 이들을 웬만한 폭탄보다 무서운 존재로 봅니다. 왜 그럴까요?

첫째, 이들은 나이를 먹어가면서 생산 활동을 하는 세대가 아니라 소비 활동을 하는 세대가 됩니다. 그동안 모아둔 돈을 한 푼 두 푼 쓰면서 살아가는 세대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통장에 돈 좀 있고, 따로 모아둔 재산이라도 있다면 그나마 낫겠지만 베이비부머 가운데 이런 분들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평생을 자식 뒷바라지하느라고 알뜰히 모은 재산을 다 바쳤는데 노후 대책이랄 게 달리 없기 때문입니다. 늙어서 자식 덕 볼 생각 없다고 말이야 하지만 누구에게나 속으로는 보상심리가 있습니다. 자식의 효도가 노후대책 연금이라고 굳게 믿었는데, 이 같은 희망은 대부분 부도가 날 뿐입니다.

둘째로, 베이비부머들은 부모세대에게는 우리의 고유 전통에 따라 물심양면으로 효도했지만 자신들은 그러한 효도를 받을 수 없는 세대입니다. 이들은 우리나라에서 마지막으로 효도하고, 그 같은 효도를 되받을 수 없는 첫 번째 세대가 됩니다. 생각해볼까요? 지금 50세들이 110세까지 산다고 했을 때, 자식들은 대개 80세, 90세입니다. 그렇다면 110세 된 엄마가 80세 된 아들에게 ‘너는 왜 나를 안 찾아오니?’라고 섭섭해할 텐데, 80세 된 자식이 110세 된 부모를 자주 찾아가서 봉양하기란 상식적으로 힘든 일입니다.

제가 강의를 가는 곳마다 ‘자기 인생은 자기가 알아서 살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내 삶의 주인공은 바로 나 자신입니다. 이제는 늙어서 자식이 효도하면 행복한 노인이고, 불효하면 불행한 노인이라는 생각을 내다버려야 합니다.

이제 나이에 상관없이 자신의 행복은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세상입니다.

2010년 우리나라 100세 이상 노인들이 약 1,800명이었는데 그중 여자가 1,700명이고, 남자는 100명이었습니다. 그만큼 여자가 남자보다 장수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4년 뒤인 2014년에 조사해보니 100세 이상 노인이 약 1만 4,700명으로 10배나 늘어났습니다. 놀라운 사실은, 70세 이상만 해도 300만 명이 넘고 65세 이상은 700여만 명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초등학교 어린이는 270만 명에 불과하니 결국 노인 인구가 두 배가 넘는 셈입니다.

말로만 듣던 저출산 고령화 현상이 바로 이것입니다. 아이보다 노인이 더 많은 나라가 과연 정상일까요? 거리에 나가 보면 아이 하나 지나갈 때 노인 둘이 돌아다닙니다. 우리 어렸을 때 골목길에는 구슬치기, 딱지치기 하는 꼬맹이들이 바글바글했습니다. 어느 동네를 가든 10여 명의 아이들이 온 동네를 휘젓고 뛰어다녔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골목길을 놀이터 삼아 신나게 놀고 있는 아이들의 그림자도 찾기 어렵습니다.

오늘을 사는 베이비부머들이 모두 65세 이상이 되면 노인 인구가 1,200만 명이 됩니다. 먼 장래 일이 아닙니다. 베이비부머세대들의 막내인 1963년생이 2016년 현재 54세이니, 딱 10년 뒤 이야기입니다. 그때는 초등학교 아이들이 고작해야 200만 명 내외일 텐데, 그러면 대한민국은 온통 노인들로 북적거리는 노인왕국이 된다는 얘기입니다. 길거리에 아이 하나에 노인 여섯 명이 돌아다닐 것입니다. 어마어마한 변화이고, 그만큼 심각한 일입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국가든 개인이든 이에 대한 대비가 너무 소홀하다는 것입니다.

60대는 그나마 괜찮습니다. 자아실현이 안 되었다고는 해도 그나마 아직은 다리가 쓸 만하니 그럭저럭 돌아다닐 수 있습니다. 문제는 80대입니다. 80대가 되면 사는 재미가 하나도 없습니다. 갈 데도 없고, 찾아오는 사람도 없고, 오라는 곳도 없습니다.

그래서 하루 종일 집 안에 틀어박혀 있습니다. 아이들은 하루에 200번 웃고, 20대는 하루에 20번 웃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80대는 하루 종일 단 한 번도 웃지 않습니다. 하루에 한 번은커녕 일주일이 지나도록 크게 웃을 일이 안 생깁니다. 90세, 100세가 되면 점점 더 심각해질 것입니다. 웃지 않는 사람, 기쁨을 잃은 삶은 이미 생명력을 상실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권합니다. 80세가 넘어서도 웃으면서 살고 싶다면 무조건 집을 나가야 합니다. 집에만 있으면 자식이 원망스럽고, 자기 인생이 한탄스럽고, 세상이 절망스럽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지난날 고생하고 힘들었던 일밖에 떠오르지 않아 가슴을 치며 신세 한탄을 하게 됩니다. 이것도 하루 이틀이지 허구한 날 반복되면 자식들은 늙은 부모 가까이하기가 싫어집니다. 실제로 이렇게 부모가 죽을 때까지 소식 끊고 살아가는 자식들이 많습니다.

해 뜨면 나갔다가 해 지면 들어오라

제가 새로운 사자성어 하나 소개하겠습니다. ‘누죽걸산’입니다.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는 뜻입니다. 스스로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다고 생각된다면 이 말을 가슴에 새겨야 합니다. 아무리 다리에 힘이 없어도 걷고 또 걸으며 세상 속에 뛰어들어야 합니다. 가만히 누워서 천장만 바라본다면 스스로 죽음을 재촉하는 것과 같습니다.

전국적으로 100세 이상 된 노인들 숫자가 이제 2만 명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할머니들인 이 노인들에게 의사들이 건강상태를 살펴보면서 장수 비결을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나는 해만 뜨면 집을 나갔다가 해가 져야 돌아와.”
해만 뜨면 집을 나간다는 말은 무슨 일이 있어도 몸을 움직인다는 것입니다. 경복궁, 덕수궁에도 가고, 친구네 집도 가고, 온천도 하고, 제주도 여행도 하고, 성지순례도 떠나고, 돌아다닐 수 있을 때까지 계속 돌아다녀야 합니다. 기차도 타고, 배도 타고, 비행기도 탑니다. 그러니 이런 분들은 너무도 지친 나머지 ‘아이고, 이젠 더 이상 못 돌아다니겠다!’ 하시고는 주무시다 돌아가십니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 650여만 명 가운데 10퍼센트에 가까운 64만여 명이 치매에 걸렸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노인 인구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아지는 2050년 초고령화 사회가 되면 치매환자가 130만 명이 될 거라는 암울한 전망도 있습니다.

내가 누군지, 네가 누군지도 모르는 치매라는 무서운 병이 이 렇게 우리 모두의 지척에 와 있습니다. 부모가 치매에 걸리면 자식들이 누가 모실 것인지를 놓고 허구한 날 싸움을 벌이니 서로 원수지간이 되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긴 병에 효자 없다고 치매는 화목했던 가정을 산산조각 내기도 합니다.

사람들과 자주 어울리는 노인일수록 치매에 걸릴 확률이 줄어듭니다. 사람들 속에 있으면 긴장하게 되고, 이것저것 궁리하게 되어 뇌가 활성화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노인들은 해가 뜨면 집에서 나갔다가 해가 질 때쯤 집으로 돌아오며 하루하루를 스스로 활기차게 보내야 합니다.

치매 예방에 텔레비전을 보거나 라디오를 듣는 것은 큰 도움이 안 된다고 합니다. 그보다는 소리 내어 책을 읽거나 노래를 부르든가 일기를 쓰는 것처럼 창의적인 활동이 좋다고 합니다. 도시보다 농촌지역에서 치매환자가 현저히 적은 이유는, 농촌 노인들은 하루 종일 논이며 밭에서 온몸을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하루 종일 텔레비전을 켜놓고 멍하니 앉아 있는 일은 당장 그만두고, 밖으로 나가 사람들과 어울리며 이 일 저 일 해보는 게 치매 예방에 좋고, 무엇보다 사랑하는 자식 고생 안 시키는 일이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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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창연 신부
1992년 수원교구에서 사제품을 받았다. 현재 ‘성 필립보 생태마을’ 관장. 생태마을 같은 친환경 농촌마을을 국내에 40군데, 지구촌에 40군데 건설하는 것이 꿈이다. 저서로 <사는 맛 사는 멋>, <북극곰 어디로 가야 하나?> 등이 있으며, 최근 행복 공감 에세이 <삶 껴안기>를 출간했다.
이메일 : hcy256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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