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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하는 아이도 구원할 선물은

이승연 2017. 04. 13
조회수 2886 추천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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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가 8학년 정도였을 때, 청소년 마약문제 전문가가 학교에 초대되어 학생과 부모들에게 강연을 했습니다. 그 강연에서 가장 깊이 가슴에 와닿은 이야기가, 스스로 한 일 속에서 뿌듯함과 기쁨을 경험한 청소년들은 마약의 유혹에 쉬 빠지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설사 빠졌더라도 마약이 아닌 다른 것을 통해서도 마약이 주는 편안함이나 가벼움이 가능하다는 경험을 했기 때문에 회복의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거였습니다.


 청중 중 16살 된 아들을 둔 한 엄마가 자기 아들의 얘기를 솔직히 털어놓았습니다. 학교에서 만든 록 밴드에서 열심히 활동하던 아들이, 부모가 이혼하고 여자친구와 결별할 즈음 마약을 하기 시작했는데, 급기야는 학교도 제대로 안 가고 밴드활동도 집어치웠답니다. 록 밴드를 뒤에서 돌보던 음악 선생님과 친구들이 끈질기게 노력한 결과 이제는 다시 밴드에 들어갔지만, 엄마의 마음은 늘 불안하고 도루묵이 될까봐 노심초사한다고요. 자기가 아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강사는 그 아들이 밴드활동을 하면서 느낀 성취감과 행복감을 부모가 정말 진지하게 받아주었는지, 그의 고민에 귀기울여주었는지를 물었습니다. 그리고 아들 스스로 마약 없이도 베이스 기타를 통해 희열과 성취감이 가능했음을 상기하고, 밴드 안에서 새로운 자기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적극 후원하라고 조언했습니다. 그 엄마는 사실, 공부는 안 하고 밴드에 어울리는 아들이 못마땅했는데, 이제는 그렇게 열중해서 기타를 치는 아들을 보며 너무나 고맙고 또 미안한 마음이라고 했습니다.


 이기심과 오만과는 다른 자신감 내지 자존감은 부모가 자식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입니다. 자식이 스스로 땅 위에 두 발 딛고 ‘인간’(인간은 ‘사람과 사람의 사이’입니다)으로서 자신감과 자존감을 갖고 살 수 있다면, 그 부모는 성공한 겁니다. 아이들은 무엇이건 스스로 겪고 스스로 이루면서 자신감을 갖게 되고, 잘잘못이나 능력과 상관없이 보호받고 사랑받는다는 믿음이 있으면, 자기 존재 자체에 회의하지는 않습니다.


 부모 자신의 체면이나 걱정으로 아이가 실패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면 그 아이는 자신을 믿지 못하게 됩니다. 남의 칭찬과 인정이 있어도, 제힘으로 이룬 것이 아니면 허상임을 알기에 수치심을 갖게 되고, 비판에 과민해지며, 스스로나 남을 가해할 수도 있습니다. 마약은 이런 갈등을 외면하는 방법 중의 하나일 뿐입니다. 지금 우리의 아이들은 자존감을 가르쳐달라고 거리에까지 나와 외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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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연
어머니는 압록강가에서, 아버지는 동해바닷가 흥남에서, 이승연은 한강가에서 자랐다. 서울에서 공업디자인과 도예를 전공하고 북독일 엘베강 하구의 항구도시 함부르크에서 회화를 전공한 후 30여년 간 작가로 활동하다 2011년부터 심리치유사로 일한다. 독일인과 혼인해 성년이 된 딸이 하나 있다.
이메일 : myojilee@t-online.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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