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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와 빛 정동제일교회

이근복 2017. 06. 19
조회수 2587 추천수 0


서울 정동길의 정동제일교회


-정동제일교회4.jpg » 정동제일교회. 그림 이근복 목사

 

정동길을 걷노라니 E.H. 카의 역사는 과거와 현재와의 끊임없는 대화다.”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과거와 현재는 끊임없이 상호작용하고 과거는 현재를 성찰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정동은 우리나라 정치, 문화, 종교, 교육, 예술의 근대화를 연 곳이기에 참 소중합니다.


 태조 이성계의 계비 신덕왕후 강씨의 묘지인 정릉에서 비롯된 정동은 구한말 한양도성의 진입로가 되어 서양문물 전파의 전진기지가 되었고, 서구공사관들이 모두 이곳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더구나 덕수궁에 고종이 머물면서 대한제국을 선포한 까닭에 조선정치의 중심이었고, 이화학당과 배재학당, 정동제일교회가 세워져 교육과 종교, 여성운동의 발상지가 되었습니다.

 

 정동길은 덕수궁 대한문에서 경향신문사까지 2km에 이르는 짧은 길이지만 역사적 스토리가 많고, 연인이 덕수중 돌담길을 걸으면 헤어진다는 속설까지 더해져 많은 기억과 추억이 깃들어 있습니다.


 정동길 중간에 분수대가 있는 너른 광장 앞, 이화여고와 배재역사박물관으로 갈라지는 중앙에 정동제일교회가 운치있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1979년 선교100주년 기념으로 건축한 교회당과 어우러져 있는 오래된 벧엘예배당이 압권입니다. 벧엘예배당은 1899년에 건립된 우리나라 최초의 고딕양식으로 높지 않고 아담하여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지 둘러보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예배당에 들어가니 우리나라 첫 파이프오르간의 파이프가 아직도 빛나는데, 3.1운동 때 지하 송풍구에서 비밀리에 독립선언서를 등사하였다고 합니다. 역사가 서린 벽돌 한 장 한 장에, 민족독립과 하나님 나라에 대한 믿음의 선조들의 열망이 담겨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회마당에 아펜젤러 목사와 최병헌 목사의 두 흉상이 있습니다. 1885년 배재학당을 설립하고 1887년에 이 교회를 세운 아펜젤러 선교사는 198545, 부활절에 우리나라에 도착하였고 그해 연례보고에 이렇게 기록하였습니다. “..... 이 나라 백성들을 얽어맨 결박을 끊으시고, 그들에게 하나님의 자녀가 누릴 자유와 빛을 허락해 주옵소서.” 아펜젤러는 1902, 인천 제물포에서 출발하여 목포로 타고 가던 배가 어청도에서 다른 배와 충돌하여 침몰할 때, 조선인 여학생을 구하려다 44세로 익사했다고 합니다.


4대 담임목사였던 최병헌 목사는 최초의 한국인 담임목사였고, 열린 마음으로 이웃종교를 연구하고 대화를 시도한 최초의 신학자로서 토착화 신학을 통해 한국 감리교신학의 기초를 놓은 분입니다. 그리고 이상재, 윤치호와 함께 YMCA 청년회를 지도하며 애국계몽운동에 힘쓰며 자주 강연했는데 민주사회와 평등과 인권에 대한 발언은 큰 인기를 얻었다고 합니다. 5대 담임목사 현순 목사는 삼일운동이후 중국으로 망명하여 상해 임시정부수립에 참여하였고 하와이에 가서 동포들을 돌보았습니다.

 

 정동제일교회 120년사를 보며, 6대 민족운동가 손정도 목사를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정동제일교회를 크게 부흥시켰음에도 독립운동을 위해 담임목사직을 사임하였습니다. 상해로 건너가 임시정부 임시의정원 의장을 지낸 후, 만주 길림성에서 동포들을 돌보며 독립운동을 할 때, 숭실중학교 친구였던 김형직의 아들 김일성을 친자식처럼 돌보아주었습니다. 그런 까닭에 김일성은 <세기와 더불어>라는 회고록에 손정도 목사를 민족을 위해 헌신한 애국가, 생명의 은인으로 표현하였다고 합니다. 1919년 이필주 담임목사와 박동완 장로도 3.1운동의 33인으로 옥고를 치렀고 많은 교인들이 만세운동에 참여하여 핍박을 받았습니다. 유관순열사도 정동제일교회에 출석하였고, 해방 후 11월에는 여기서 애국지사 환영회를 열었는데 김규식, 김구, 이승만 등이 참석하였습니다. 격랑의 민족사와 동행한 정동제일교회 역사는 나라를 바로 세워야할 이 시대에 한국교회의 나침판임에 틀림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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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복
새문안교회 대학생회에서 신앙과 역사의식에 눈 떠 장신대 신대원을 졸업하고 1983년부터 영등포산업선교회에서 8년간 노동자들과 지내고, 새민족교회에서 17간 목회하고,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교육훈련원장을 거쳐 지금은 크리스챤아카데미 원장으로 있다.
이메일 : director21@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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