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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은 사소한데서 시작된다

최철호 2017. 06. 20
조회수 4958 추천수 0


-밝은누리.jpg » 밝은누리공동체 사람들. 사진 밝은누리 제공


치약을 아래서 짜는 사람과 중간에서 짜는 사람이 함께 살면 누가 힘들까? 운동 뒤 씻고 옷 갈아입고 방에 들어오는 사람과 방에서 쉬다 씻는 사람이 함께 살면 누가 힘들까? 강한 신념이나 동지애가 있으면 이런 작은 습관 차이는 문제 되지 않을까?


 나는 치약을 아래서 짜는 습관이 있다. ‘밝은 누리’로 처음 함께 살 때 치약 짜면서 자주 짜증이 났다. 처음에는 이런 것도 참지 못하는 나를 발견하는 게 힘들었는데, 나중에는 다른 습관을 지닌 사람이 미워지기도 한다. 뒤틀린 마음은 나와 다른 것을 잘못된 것, 심지어 악으로 규정하기도 한다.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그때는 운동하고 방에서 쉬다가 씻었다. 땀이 마르면, 씻지 않고 그냥 지내기도 했다. 대부분 나랑 비슷해 보였지만 말 못하고 괴로운 친구가 있었을 거다.


 26년 전 공동체운동을 시작했다. 1980년대 우리 사회가 겪었던 아픔과 고뇌를 함께하며 희망과 뜻을 모았다. 공부하고 깨닫고 고백한 대로 일관되게 살기 위해서는 서로 지켜주고 추동하고 돌보는 관계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깊은 신뢰와 헌신, 열정으로 시작한 삶의 첫 위기는 예상치 못하게 이런 사소한 일상에서 찾아왔다. 대의명분에서 오는 갈등이 아니다. 오히려 이런 작은 일상의 문제가 대의명분을 가장해 갈등을 더 복잡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런 문제는 불편한 사람이 얘기하지 않으면 어려움을 알 수가 없다. 들어도 이해하기 어렵고 습관과 생각을 바꾸기는 더욱 어렵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얘기를 꺼내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거다. “뭐 그런 사소한 걸 가지고!” 그렇다 보니 도저히 참을 수 없을 때 짜증과 함께 터져 나온다.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얘가 왜 갑자기 거칠게 이러지?” 하는 사람과 참고 견뎌온 역사가 있는 사람이 직면하는 갈등이기에 대화가 잘 되기 어렵다. 힘들게 얘기 꺼내는 사람이 더 힘들어진다. “내가 이런 사소한 것도 못 참고 짜증을 내다니!” 혹은, “내가 이 인간에게 무슨 기대를…!” 하는 생각을 한다. 생활을 깊게 공유하는 관계 어디서나 일어나는 현상이다. 함께 사는 데 있어, 참고 견뎌온 이의 어려움을 헤아리는 것이 중요하다. 함께 살기 위해 삶의 습관과 생각을 바꾸는 것은 누가 옳고 틀려서가 아니다. 착하고 악한 문제도 아니다. 그렇게 접근하면 억압과 억눌림이 남는다.


 진리와 선을 독식했던 가치는 늘 지배이데올로기로 전락하고, 노예도덕을 양산했다. 자기나 다른 생명을 억압하고 욕망을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욕망을 생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음을 모으고 함께 사는 데 있어 중요한 덕목은 아름다움을 향한 갈망이다. 아름다움은 서로 어울린다는 것이다. 관계 맺는 다른 생명과 어울려 사는 힘이 아름다움이다. 아름다움을 향한 갈망은 더 잘 어울리는 삶, 서로 더 성숙해지는 삶을 추동하는 생의 약동이다. 생명평화를 꽃피우는 씨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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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철호
1991년 생명평화를 증언하는 삶을 살고자 ´밝은누리´ 공동체를 세웠다· 서울 인수동과 강원도 홍천에 마을공동체를 세워 농촌과 도시가 서로 살리는 삶을 산다· 남과 북이 더불어 사는 동북아 생명평화공동체를 앞당겨 살며 기도한다· 청소년 청년 젊은 목사들을 교육하고 함께 동지로 세워져 가는 일을 즐기며 힘쓴다.
이메일 : suyuh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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