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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질적 반응은 도움 안된다

박미라 2017. 10. 16
조회수 1551 추천수 0


사진3.JPG » 일러스트 김대중



Q 저는 올해 서른살 된 딸이에요. 저와 엄마는 친하지만 친하지 않은 사이에요. 저는 엄마를 사랑하지만 싫어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초·중·고등학교 때는 부모님이 일하시느라 바빠서 저에게 시간을 내주실 수 없었습니다. 저의 유년기는 부모님의 부재로 인한 상처로 가득합니다. 집에 오면 항상 혼자 있었던 시간과 부모님을 원망하던 마음은 여전히 기억에 또렷이 남아 있습니다. 중·고등학교 때엔 부모님의 관심을 받아보고 싶어 공부도 열심히 했고 성적도 잘 받아왔습니다. 그러나 제 기억에 그 당시 부모님께 칭찬 한번 들어본 기억이 없습니다.


스무살이 되던 무렵 사업이 잘 풀려서 부모님이 덜 바쁘게 되자 갑자기 안 하던 간섭과 관심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저를 챙기지 못했던 죄책감에 대해 속죄하려는 듯 제 학점과 생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이것은 간섭이 되었습니다. 저의 진로까지 결정하려고 하시는 부모님 때문에 그때부터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했습니다. 20대 초반에는 정말 많이 싸웠지만 저도 서른살이 넘어가면서 부모님을 이해하려고 많이 노력합니다. 나를 사랑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하려 하지만 그때마다 저는 ‘어렸을 때 나를 내팽개쳐놓고, 왜 이제야 이러는 거야?’라며 부모님을 원망합니다. 원망하는 마음이 드는 동시에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을 느끼는 이중적인 마음으로 살아갑니다.


엄마와는 마음을 터놓고 대화하지 못했고, 항상 엄마는 일방적인 ‘지시’ 비슷한 얘기만 합니다. 엄마는 무조건 그건 하지 마라, 그건 안 좋다, 걔랑은 만나지 마라 등등 본인의 의사를 강요하십니다. 걱정에서 우러나온 이야기라는 건 이해하지만, 저는 입을 다물게 됩니다.



친구들이 저랑 엄마랑 통화하는 것을 듣고 상사와 통화하는 것 같다고 합니다. 저는 보고하는 식, 엄마는 지시하는 식의 대화를 주로 합니다. 요즘 들어 엄마가 저와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합니다. 그러나 저는 정말 죄송하게도 엄마와 함께하는 시간이 행복하지 않습니다. 성격도 너무 안 맞고, 말도 통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한편으론 ‘나는 너무 못된 딸이구나’ 하는 생각에 괴로워합니다. 저는 부모님을 더 이상 원망하고 싶지 않습니다. 당신들이 정말 고생하고 열심히 일했기 때문에 지금 우리 가족이 편안하게 지내는 것도 너무나 잘 알고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습니다. 제가 어떻게 해야 엄마와의 관계가 나아질까요? 어떻게 하면 원망하는 감정을 없애고 엄마를 사랑할 수 있을까요? 비오는밤


A 부모가 원망스러울 만하네요. 화목한 가정에서 자라지 못한 것, 그로 인해 10대를 고독 속에서 보낸 것은 쉽게 잊히지 않을 기억입니다. 여유가 생긴 뒤에도 부모님이 자애로운 부모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간섭과 지시로 딸을 불편하게 하고 있다는 점은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부모 때문에 불편해질 때마다 과거 힘든 기억이 떠오를 테니까요. 당신은, 원망하는 감정을 없애고 사랑만 하기를 원하지만 저는 그런 방법을 알지 못합니다.


인간은 양가감정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양가감정이란 상대에게 긍정적인 감정과 부정적인 감정을 동시에 느끼는 것이지요. 우리는 사랑하면서 미워하고, 연민을 느끼면서 동시에 부담스러워합니다. 좋아하면서 또 어떤 면은 싫어하지요. 부모-자식이나 부부관계처럼 밀접한 관계에서 갈등이 생길 경우 양가감정은 더 극심해집니다. 기대하고 믿었던 만큼 실망도 커지기 때문입니다.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이 도망치고픈 느낌을 만들고, 미워할수록 죄책감도 커지지요.


그런데 이상적 관계를 갈망하는 사람들은 상대에게 오직 한 가지 감정만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부정적인 감정 때문에 죄의식을 느끼며 고통스러워하고, 그래서 자기 안의 부정적인 감정을 어떡하든 없애고 싶어합니다. 부정적인 감정과 긍정적인 감정이 동전의 양면처럼 필연적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것입니다.


비오는밤님, 과거 외로웠던 기억, 그로 인한 원망, 지금 부모에게 느끼는 불편감 모두를 허용하세요. 그래도 괜찮습니다. ‘도대체 언제까지 부모를 원망할 거야? 언제까지 속 좁게 굴 거야?’ 하면서 자신을 몰아붙이지 마세요. 자신을 미워하면서 상대를 사랑할 수 없습니다. 죄의식으로 움츠러든 마음으로는 누군가를 온전히 사랑할 수 없습니다.


미움을 허용한 채로 사랑하세요. 정말 미워 죽겠지만 그래도 밉지만은 않은 것, 원수 같지만 자꾸 마음 쓰이는 것, 원망스럽지만 그리운 것, 그게 사랑의 자연스러운 모습입니다. 당신도 부모님을 정말 사랑하고 있습니다. 부모를 전적으로 이해하고 사랑하지 못하는 자신 때문에 괴로워하네요. 단언컨대 그것도 사랑입니다. 자신의 사랑을 믿으세요.


이제는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과 싸우지 마시고, 현재 당신을 괴롭히는 문제를 해소하는 데 관심을 기울여보세요. 지금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엄마를 사랑하려고 애쓰는 일보다 엄마와 적당히 거리를 두는 일인 것 같습니다. 서른 살이라면 자신의 길을 개척하는 데 온 힘을 쏟아야 할 때지요. 자기 일에 몰두하느라 엄마와 적당히 소원해져도 괜찮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당신의 엄마와 소통하는 법, 자신이 원하는 바를 요구하는 법을 터득하세요. ‘날 내버려둬. 왜 이제 와서 난리야’ 하는 식의 저항은 별로 효과가 없었을 겁니다. ‘내가 진짜 원하는 건 따뜻한 말 한마디예요. 내 얘기를 더 많이 들어준다면 엄마를 더 좋아하게 될 거예요. 지시하고 강요하면 엄마가 멀고 무섭게 느껴져요’처럼 구체적으로 그리고 끈질기게 자신의 요구를 피력해보세요. 엄마 중심의 관계를 모녀 공존의 관계로 조정하는 겁니다. 어쩌면 엄마도 당신과 소통하는 법을 찾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관계가 적절하게 조정되면 미움과 원망은 통제할 수 있을 만큼 줄어듭니다. 훨씬 편안해지지요. 그렇게 당신의 환경을 적절하게 조정해보세요. 당신은 더 이상 10대의 무력한 딸이 아닙니다. 당신에겐 자신을 행복하게 할 능력과 힘이 존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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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라
심신통합치유학 박사다. 페미니스트저널 <이프> 편집장, <여자와닷컴> 콘텐츠팀장을 지냈고, 마음치유학교에서 ‘치유하는 글쓰기’ 프로그램을 안내중이다. <천만번 괜찮아>, <치유하는 글쓰기>, <완벽하지않아도 괜찮아>등의 저서가 있다.
이메일 : blessm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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