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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은 가슴으로 하는 것

휴심정 2012. 0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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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인타운의 한 식당에서 직원들과 점심식사를 했을 때의 일이다. 우리의 옆 테이블에서는 70대로 보이는 노부부가 식사를 하고 있었다. 마침 홀 안에 비치된 TV에서 뉴스가 흘러나왔다. 한국의 국회의사당을 배경으로 기자가 보도를 하고 있다. ‘봄이 왔습니다만 국회는 아직도 겨울 외투를 벗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당과 야당 사이에는 찬 기운만 흐르고 대화도 단절되었습니다.’
 
‘어디 하루 이틀 있던 일이어야지. 멱살잡이를 안 하면 다행이지 뭐....’ 우리 일행은 별 느낌도 없이 TV를 보며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 때 옆 테이블의 할머니가 불쑥 한마디를 던진다. ‘따듯한 날씨에 왜 겨울 외투를 입고 있을꼬.’ 그 말을 들은 할아버지는 ‘허… 이 사람은, 그게 그런 뜻이 아니고….’ 하면서 무언가를 설명하려다가 입을 닫고 만다. 노부부는 말없이 식사에 열중한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필자는 가볍게 한숨이 나왔다. ‘아니고, 저렇게도 대화가 안 통하니 얼마나 답답할까….’
 
노부부는 서로 반찬도 챙겨주며 식사를 한다. 잠시 후 식사를 마친 노부부는 손을 잡고 다정한 모습으로 식당을 나선다. 그 모습이 보기에도 참 좋았다. 필자는 조금 전의 답답함을 어느새 떨쳐내고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람들은 저마다 소통부재의 세상을 한탄하면서 살아간다. ‘이 사람은 내 뜻을 그렇게도 모를까. 도무지 통하지 않으니 답답하기만 하구나….’ 하면서 세상을 주위 사람들을 원망하며 살아간다. ‘나는 이렇게 생각해’라는 주장에는 익숙하지만 ‘오, 너는 그렇게 생각하는구나?’라는 배려에는 도무지 익숙하지가 않다. 그러니, 오늘, 먼저 내 자신에게 묻게 된다. 나 역시 내 뜻만 전하려고 노력했었지 상대방의 뜻을 알아보려고 귀를 기울였던 적이 얼마나 되던가.
 
사람들은 다 다르다. 그 모양이 키가 성격이 다르듯이 지식의 깊이가 다르고 사물을 바라보는 감성에서도 차이가 난다. 내 입에는 알맞지만 그에게는 매울 수도 혹은 싱거울 수도 있다. 그래서 ‘백인백색’이라는 말도 있다.
 
그날 필자는 새삼스럽게 소통이란 말의 의미를 생각해 보았다. 그리곤 소통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하는 것임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아는 만큼 느낀다는 말은 어쩌면 한 면 만을 강조한 것이다. 사람들에게 지식의 필요성을 가르치기 위한 수사일 뿐인지도 모른다.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던 어느 책의 제목처럼 우리는 일상의 삶을 통해 기본적으로 사람의 도리를 깨달을 수가 있다.
 
다시 노부부 얘기로 돌아가자. ‘겨울 외투’가 진짜 옷을 이르는 것이 아니고 대화 단절을 의미하는 매타포임을 모르면 어떤가. 부부 사이에, 당신은 모르지만 내가 안다면 함께 아는 것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내가 모르는 것을 당신이 알아 서로 공유를 할 수 있다면 두 배의 앎이 되지 않겠는가…. 오랜 세월 동안 글을 써서 먹고 살아온 사람으로서 정말이지 언어의 무용을 아니 그 한계를 실감한 사건이었다. 


‘… 지식은 교만하게 하며 사랑은 덕을 세우나니 (고린도 전서 8:1)’ 우상 앞에 놓았던 음식을 먹는 것이 옳은가 그른가 하는 논쟁을 보며 사도  바울은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먼저이지 먹느냐 안 먹느냐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가르쳤다. 

 

# 이 글은 당당뉴스(http://www.dangdangnews.com)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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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도그마의 감옥을 박차고 나와 깨달음과 행복을 위한 고무 찬양이 난발하는 곳, 그래서 더욱 알아지고 깊어지고 열리고 사랑하게 되고 행복해지는 곳, 단 1분도 쉬지 못하는 마음이 쉬는 곳, 잠시 뒤면 소란이 다시 몰려올지라도 1분만이라도 온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 휴심정 休心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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