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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미물인들 신령함이 없으랴

서우담 2018. 08. 19
조회수 1603 추천수 0

***제자 서우담 소장이 묻고 스승인 탄허 스님이 답한 내용입니다.


옥자-.jpg » 영화 <옥자>의 한장면


 夫巢知風하고 穴知雨하며 蜘蛛는 有布網之巧하고 蜣蜋은 有轉圜之能하니 物皆如是同稟靈明하야 至於好生惡死之情하야도 亦何嘗異於人哉리오 方其砉然奏刀하며 愬然就死之時하야 盻盻然視하며 唶唶然鳴하나니 豈非含怨結恨之情狀也리오 而人이 自昧耳니라

 대개 둥지 틀고 사는 짐승은 바람 불 줄을 미리 알고, 구멍 속에 사는 짐승은 비 올 줄을 미리 알며, 거미는 그물을 치는 재주가 있고, 쇠똥구리는 쇠똥을 동그랗게 굴리는 능력이 있다. 만물이 모두 이와 같이 신령스러운 밝음[靈明]을 받았으니, 살기를 좋아하고 죽기를 싫어하는 심정에 있어서 또한 어찌 사람과 다르겠는가? 그 획획 놀리는 백정의 칼에 벌벌 떨면서 죽음으로 나아갈 때를 당하면 힐끗힐끗(원망하듯이) 바라보며 구슬프게 울부짖으니, 어찌 원망을 품고 원한을 새기는 정상(情狀)이 아니겠는가? 사람이 스스로 모를 뿐이다.


 所以로 人與物이 相作而不覺하며 相償而無休하니 安有仁人이 見其如是而忍爲之哉아 以我之嗜味로 較彼之忍痛하면 苦樂이 皎然而輕重을 可忖이니 報應之說이 如其妄也則一任其作이어니와 如其不妄인댄 來苦를 難當이니 可不愼歟아

 이런 까닭으로 사람과 만물이 서로 업을 지으면서도 깨닫지를 못하고 서로 빚을 갚으면서도 쉼이 없으니, 어찌 어진 사람이라면 이와 같음을 보고도 차마 그런 짓을 하겠는가? 내가 좋아하는 입맛으로써 저들이 참아 내야 할 고통에 비교한다면 고통과 즐거움이 분명하여 어느 것이 사소하고 어느 것이 중요한지 헤아릴 수 있을 것이다. 보응(報應)의 설(說)을 거짓말이라 한다면 그저 짓는 대로 맡겨두겠지만, 만일 거짓말이 아니라면 다가올 고통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니 삼가 하지 않아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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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우담
대학시절 이승만독재에 항거하다 경찰에 쫓기던중 오대산 상원사 탄허스님에게 출가해 10년가량 수행 정진하다가 환속해 탄허스님이 서울 인사동에 설립한 화엄학연구소를 도맡아 탄허스님의 유작원고를 정리 편찬 출간해왔다.
이메일 : seouda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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