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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관계를 더 단단하게 하려면

박미라 2018. 09. 26
조회수 5147 추천수 0

이혼을 이해한다면 오히려 부부관계 단단해질 수도

이혼 요구하며 가출한 남편 둔 주부, “남편 외도 정황 드러나는데 저는 가정 지키고 싶어요”

 

사진22-.jpg »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Q 결혼 8년 차 주부입니다. 남편과는 6월 초부터 다투기 시작했고 남편은 제가 의심을 한다며 6월 중순에 집을 나가 따로 방을 얻어 살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제 잘못으로 일이 이 지경에 왔다 생각해서 빌기도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외도의 정황들이 드러나고 있어요. 벌써 한 달 반째 가출 중이면서 남편은 제가 싫다며 이혼을 요구합니다. 문제는 저예요. 남편의 외도를 확인하고 싶지 않아요. 저는 이혼하고 싶지 않고 가정을 지키고 싶습니다. 하루 종일 외도란 검색어만 치고 있는 저…. 남편은 저와 전혀 대화를 하려 하지 않구요. 평소에는 사이가 좋은 편이었기에 하루아침에 당한 이 현실에 막막하기만 해요. 기다림만이 답은 아닌 걸까요? 닥터와이

A 남편의 외도를 확인하고 싶지 않다고 말씀하시는 걸 보니 닥터와이 님은 남편이 바람을 피웠다는 사실을 인정하거나 직면하시기 싫은가 봅니다.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런 감정은, 배우자의 외도를 인정하게 될 경우 감당해야 할 여러 가지 심리적 충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것일 수 있습니다. 배신감, 분노, 질투, 수치심, 버림받았다는 느낌 등이 그것입니다.

이혼은 더더욱 피하고 싶은 문제였을 겁니다. 결혼 제도 안에서 보호받고 있다고 느끼던 여성이 남편의 외도로 원치 않는 이혼을 하게 될 때, 그 불안감은 표현할 수 없을 정도가 됩니다. 이혼녀로 손가락질받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나 이혼 뒤의 경제적 자립이 두려움의 가장 큰 원인일 것이고, 그 밖에 육아와 교육, 가정사를 혼자 책임져야 한다는 것도 큰 문제가 됩니다. 그러니 문제를 외면하고 싶은 당신의 마음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닥터와이 님, 결국은 받아들이셔야 할 겁니다. 외도나 이혼은 더 이상 외면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랍니다. 외도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이혼율 역시 높아질 대로 높아져서, 한국이 아시아 1위, 통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부부 열 쌍 중 한 쌍, 또는 다섯 쌍 중 한두 쌍이 이혼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누구나 이혼을 요구할 수 있고 또 이혼당할 수 있습니다.

우리 부부는 달라, 우리 부부에게 이혼이란 절대 일어날 수 없어, 하고 자신했다가 갑작스런 배우자의 배신을 경험하는 경우는 또 얼마나 많은지 모르겠습니다. 제법 안락한 가정을 꾸렸다 싶어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을 무렵 배우자의 외도가, 이혼 요구가 갑자기 당신의 뒤통수를 칠지도 모릅니다. 닥터와이 님도 그런 경우일 겁니다. 평소 사이가 좋은 편이었는데 하루아침에 그런 일을 당했다고 말씀하시는 걸 보니 말입니다.

이제 우리는 결혼하면서 백년해로를 약속할 것이 아니라 이혼을 각오해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부부간의 믿음을 강조할 게 아니라 배신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할지도 모르고요. 결혼한 뒤 일정 기간이 지나면 부부의 의무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삶을 사는 ‘졸혼’ 같은 것이 사람들의 열렬한 호응을 받고 있으니,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되도록 함께 사는 것이 더 이상 부럽거나 칭찬받을 미덕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닥터와이 님, 변화한 세상을 받아들이고 자신을 변화시키세요. 이제 세상은 부부관계보다 개인의 선택이나 독립성을 더 강조합니다. 사실 부부 중에서 어느 한쪽이 결혼생활을 더 이상 원하지 않게 되면 그의 뜻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억지로 부부관계를 유지해 봤자 미움과 원망, 무관심과 수치심 같은 감정이 서로를 괴롭히며 부부관계를 왜곡시킬 것이기 때문입니다. 상대가 이혼을 요구하는데도 경제적인 이유로 이혼하지 못하는 경우 느끼게 되는 모멸감은 또 얼마나 큰지요.

그러니 용기를 내시고 이혼에 대해 본격적으로 고민을 시작하세요. 불가항력의 이혼을 준비하기 위해서도 그렇지만 이혼을 막기 위해서도 그것을 제대로 알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부부간 갈등, 외도, 결별의 조짐을 빨리 알아차리고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답니다. 남편의 외도를 확인하고 싶지 않다거나 이혼은 원하지 않고 가정을 지키고 싶다는 닥터와이 님의 말씀이 저에게는 이혼에 대해 무방비 상태라는 말로 들리네요.

이혼을 공부하세요. 무엇보다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왜 외도가 발생하는지, 배우자의 외도에 대해 어떤 가치관과 태도를 가질 것인지, 상대가 이혼을 요구할 때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상대의 마음을 돌리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는지, 이혼 과정에서 주장해야 하는 권리는 무엇이 있는지, 만약 아이들이 있다면 이혼이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도 고민하셔야 합니다. 이혼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결혼생활을 유지한다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서도요.

남편은 당분간 그냥 내버려두세요. 아마도 그는 방귀를 뀌고서는 당황한 나머지 성을 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니면 이혼의 탓을 아내에게 돌려 위자료를 줄이려고 하는 생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에 대해 법률가에게 자문하시고, 주위 친구들의 조언을 들으시고, 이혼과 관련해서 전문기관의 상담도 받아야 합니다.

행복하게 사는 것만 생각해도 부족한데, 이혼을 공부하라니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으시겠지만, 무엇보다 부부가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이혼을 이해하고 준비해야 합니다. 잘 살기 위해서 죽음을 공부하고 준비하는 것처럼 말이지요.

그렇게 이혼의 가능성을 하나의 패로 가지세요. 배우자가 내 손을 놓는 순간 내가 자유롭게 날아갈 수도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부부관계를 단단하게 만들어 줄 수도 있습니다. 상대가 나 없이도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될 때, 결혼생활이 타성에 빠져들지 않게 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혼을 염두에 둘 때 부부는 진정한 ‘따로 또 같이’의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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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라
심신통합치유학 박사다. 페미니스트저널 <이프> 편집장, <여자와닷컴> 콘텐츠팀장을 지냈고, 마음치유학교에서 ‘치유하는 글쓰기’ 프로그램을 안내중이다. <천만번 괜찮아>, <치유하는 글쓰기>, <완벽하지않아도 괜찮아>등의 저서가 있다.
이메일 : blessm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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