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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정교회 뒷밭에서 크는 닭들의 세상

휴심정 2012. 06. 04
조회수 25640 추천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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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밭 닭장에는 작년 가을에 부화된 장닭 3마리와 그 장닭들의 아버지 장닭, 그리고 암탉6마리가 이 같이 살고 있었습니다. 암탉 6마리는 모두 아비 장닭의 차지였습니다. 그런데 닭의 세계에는 ‘촌수’가 없더군요. 새끼 장닭들은 틈만 나면 암탉들에게 집적거립니다. 그 암탉들 중에는 자기를 부화시키고 키워준 어미닭도 있고 그 어미와 함께 자란 ‘이모암탉’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새끼 장닭들은 촌수 따지지 않고 그저 훌레붙을 기회만 엿보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새끼 장닭들이 암탉 곁에 가기만 하면 아비 장닭이 가만 두지 않았습니다. 아주 가혹한 아비이자 군기반장입니다. 버르장머리 없는 새끼 장닭들이지만 아비장닭에게 수시로 쪼여서 비명을 지르는 새끼장닭들이 불쌍하였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새끼 장닭3마리와 아비장닭의 집을 분리하였습니다. 밝을 때는 밭에 풀어놓았다가 저녁에는 닭장에 가두어 재웠습니다. 물론 암탉6마리는 모두 아비장닭과 같은 집에 들어가곤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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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병아리들이 자라서...


사건1

그 날도 호시탐탐 암탉에게 집적거릴 기회를 엿보던 새끼 장닭 한 마리가, 아비장닭이 잠시 다른 암탉들과 먹이활동을 하는 사이 조금 떨어져 있던 한 암탉 위에 잽싸게 올라탔습니다. 암탉의 꼬꼬거리는 소리에 이를 눈치 챈 아비장닭이 큰 소리를 지르며 뛰어가더군요. 저는 아비장닭의 눈에 불이 일어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뛰어가는 것이 커다란 검은 독수리인 줄 알았습니다. 아비장닭이 20여미터를 소리지르며 뛰어갔음에도 불구하고 새끼장닭은 모처럼 잡은 기회에 너무 열중한 나머지 아비장닭이 뛰어오는 것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눈 깜짝할 사이였습니다. 아비장닭이 새끼장닭 위에 올라타더니 부리로 벼슬을 한 번 쪼았는데 끽 소리 한 번 내지 못하고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쓰러진 놈을 계속 쪼아대는 아비장닭을 쫓아 보내고 보니 아직 죽지는 않았지만 살아날 가망이 없었습니다. 몇 시간을 두었지만 결국은 일어나지 못하여 국 끓여먹었습니다.

 

제 새끼를 그렇게 사정없이 쪼아 죽이는 아비장닭이 잔인하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사건2

이제 남은 장닭은 3마리입니다. 아비장닭1마리, 새끼 장닭2마리. 그 중 누런 새끼장닭은 성격이 적극적이고 사납습니다. 호시탐탐 암탉들을 노립니다. 검은 새끼장닭은 성격이 온순하여 감히 아비장닭 근처는 물론이고 암탉들 근처에도 얼씬거리지 않습니다.

 

어느 날, 그 날도 매일 하던 식으로 닭을 풀어놓았습니다. 목양실에 들어와 책을 보다가 두어 시간 후 나가보니 닭이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한참을 찾아다니다보니 밭 한 가운데에 아비장닭이 쓰러져 있었습니다. 며칠 전부터 동네를 어슬렁거리던 우리교회 권사님네 개가 다녀간 것이 분명하였습니다. 개가 공격하니까 닭들이 혼비백산하여 다 도망쳤던 것입니다. 다른 닭들은 다 도망갈 동안 아비 장닭 혼자서 개를 대적했나봅니다. 그것은, 모이를 먹을 때 대장장닭은 항상 암탉들을 먼저 챙긴다든지 낯선 어린아이들이 막대기를 휘저으며 장난할 때도 다른 닭들은 꽁지가 빠져라고 도망가기에 바쁘지만 대장 장닭은 항상 전면에 서서 나름대로 대응하는 것을 이미 여러 차례 보았기 때문에 드는 생각이었습니다. 다행히 아비 장닭이 죽지는 않고 절뚝거리면서 일어났습니다.

 

한 참 지난 다음, 이리저리 숨었던 장닭들이 하나 둘씩 나타났습니다. 한 마리도 다치지 않고 정상이었습니다.

그 다음날 다시 닭들을 풀어놓았는데, 어럽쇼? 어제까지만 해도 아비 장닭이 근처에 가기만 해도 기겁을 하고 도망 다니던 새끼 장닭 중 한 마리가 어제 개에게 물려 부상당한 아비 장닭을 공격하는 것이 아닙니까. 성질이 사나운 누런 장닭이었습니다. 이미 부상당한 아비 장닭은 새끼 장닭의 적수가 되지 못하였습니다. 그 힘세고 위세 등등하던 아비장닭이 새끼장닭의 공격에 밀리고 있었습니다.

 

괘씸하더군요. 개가 나타나자 번개같이 도망쳤던 녀석이, 자기들 도망갈 시간을 벌어주다가 개에게 물린 아비장닭을 공격하다니 이런 배은망덕이 어디 있습니까. 즉시 권사님 한 분을 불렀습니다. 자기네 닭 5마리를 잡아먹어야겠는데 온교인들 주일날 점심 국 끓이기에는 조금 부족하다고 하였던 권사님입니다. “권사님네 닭 5마리와 이미 개에게 물려 제 구실 못하는 저 시커먼 아비장닭, 그리고 아비장닭에게 도전한 저 버르장머리 없는 누런 장닭을 함께 잡아서 이번주에 국 끓입시다.”

 

품어서 키울 때만 어미와 자식이지 새끼가 다 큰 다음에는 촌수도 없고 예의도 없는 것이 닭이 세계이더군요.. 가만 두면 그저 힘 센 놈이 왕이 되고 암탉을 다 차지합니다.

 

에필로그

 

지금은 성격 온순하고 약해보이던 새끼 장닭,이 홀로 6마리 암탉을 거느리고 한 집에서 잘 살고 있습니다. 한 켠에서는 암탉 한 마리가 알13개를 품고 있습니다. 6월 6일이 예정일입니다.

 

화정교회 박인환 목사

 

이 글은 휴심정 자매매체인 <당당뉴스>(www.dangdangnews.com/)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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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그마의 감옥을 박차고 나와 깨달음과 행복을 위한 고무 찬양이 난발하는 곳, 그래서 더욱 알아지고 깊어지고 열리고 사랑하게 되고 행복해지는 곳, 단 1분도 쉬지 못하는 마음이 쉬는 곳, 잠시 뒤면 소란이 다시 몰려올지라도 1분만이라도 온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 휴심정 休心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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