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찾아서
나를 찾아 나를 용서하고 사랑하며, 나를 극복하기도 하고, 더 큰 나로 나아가는 마당입니다. 명상과 고전, 영화에 대한 조현의 독특한 시각을 통해 관념의 성벽을 뛰어넘어 비상하려고 합니다.

도올이 본 맹자 <사람의 길>

2012. 06.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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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올 김용옥 한신대 석좌교수

[토요판]
맹자-사람의 길 상·하

동아시아 고전들을 한글로 번역하고 주석을 붙이는 작업을 계속해온 도올 김용옥(사진) 한신대 석좌교수가 최근 <맹자>를 역주한 <맹자-사람의 길>을 펴냈다. 이번 <맹자> 완역으로 김 교수는 <논어> <대학> <중용>에 이어 유학의 최고 경전으로 꼽히는 ‘사서’의 완역 작업을 모두 끝냈다.

지은이는 <맹자>라는 책의 성격 자체가 고리타분한 유교이념서가 아니라 ‘역사적 사실의 기술’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맹자가 양혜왕을 만났다”로 시작하는 <맹자>는 <대학> <중용> 같은 추상적 논술도 아니며, <논어>처럼 일방적으로 작성된 어록도 아니다. 기원전 320년부터 기원전 305년까지, 맹자가 다른 인물들과 나눈 치열한 문답과 논쟁의 기록이다. 따라서 <맹자>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맹자의 생애나 연보, 교류관계나 실제적 시대상의 사건들을 정확히 구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삼아 그의 심장과 혈관과 근육을 살려내야 한다”는 것이다.

맹자가 살았던 전국시대는 과거 도시국가가 거대한 영토국가 체제로 바뀌고 이렇게 형성된 국가들이 서로 끊임없는 전쟁을 벌이던 시기였다. 과거 체제를 뒷받침했던 종교적·신화적 권위가 사라진 상태에서 국가의 실력을 키워줄 인재가 늘 필요했고, 당시 인재들 또한 대개는 외교적 수단 등을 중심으로 삼는 ‘현실주의’ 흐름 위에 있었다. 그러나 추나라에서 태어나 공자-증자-자사 등으로 이어지는 유학의 학통을 이어받은 맹자는 주류적 흐름과 상반되게 일평생 ‘왕도정치’, 곧 도덕적 자발성을 정치의 중심에 놓는 ‘이상주의’를 추구했다.

특히 지은이는 맹자의 민중관에 주목한다. “맹자에게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당대 민중의 고초에 대한 열렬한 공감”이라는 것이다. <논어>에 나오는 ‘하학이상달’(下學而上達, 내면의 수양으로 성인 경지에 오르는 것)이란 말에서 알 수 있듯 춘추시대를 살았던 공자의 일차적인 관심은 ‘사’(士), 곧 귀족과 지식인의 교양을 키우는 교육이었다. 그러나 전국시대를 살았던 맹자의 관심은 전쟁과 학정에 시달리는 민중의 삶을 어떻게 구원하느냐에 있었다. 맹자는 시종일관 ‘민중을 제대로 돌보지 않는 왕은 필요 없다’는 ‘역성혁명’의 메시지를 전하고 ‘여민동락’(與民同樂, 즐거움을 백성들과 함께 누림)을 역설했다. 그가 말하는 왕도정치의 핵심은 ‘민본주의’였던 것이다.

<맹자-사람의 길 상·하> 김용옥 지음/통나무·상권 1만5000원, 하권 1만8000원
사서 경전 마지막 완역작품
왕도정치의 핵심사상 궤적
민본주의 시각으로 재해석

왕도정치가 정치철학으로서 맹자 사유의 한 축이라면, 또다른 한 축은 흔히 ‘성선설’로 이야기되는 심성론이다. 왕도정치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인간 존재가 근본적으로 도덕을 끌어안고 있다는 전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맹자의 성선설은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착하다” 수준의 단순하고 일방적인 규정이 아니다. 맹자가 ‘우물에 들어가는 어린아이’의 상황을 제시하고 반사적으로 구하려 드는 마음(측은지심)을 ‘인’의 단초라고 설명할 때, “이미 맹자는 사회화된 인간, 언어화된 인간, 역사화된 인간, 문명화된 인간, 도덕화된 인간을 전제하고 있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개별 인간들이 도덕을 만들어내는 어떤 생리적 체계를 갖추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둘러싼 조건 자체가 도덕을 품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맹자는 “국가의 기본으로서 인간을, 인간의 기본으로서 가족을” 강조한다. 가족과 가족윤리에 대한 맹자의 강조는 “편협한 가족주의가 아니라, 인간이 인간으로서 도덕심을 함양할 수 있는 최소한의 단위를 가족에서 찾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래서 맹자는 ‘모두를 똑같이 공평하게 사랑하라’는 묵자의 ‘겸애설’과 개인주의를 극단까지 밀고 나간 무정부주의 사상가 양주의 ‘위아주의’(爲我主義)를 모두 격렬하게 비판한다. 도덕을 끌어안은 인간의 사회적 조건을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혁명적인 맹자의 사상이 단지 고리타분한 ‘공맹사상’으로 취급받는 오늘의 현실을 개탄하며 “<맹자>는 고전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시대적 제약으로 그동안 그 뜻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맹자>를 살아 숨쉬는 ‘오늘의 사상’으로 다시 읽어 나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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