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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사제의 한달 월급은?

호인수 2012. 06. 17
조회수 21476 추천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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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인수 인천 부개동성당 주임사제

사제들 월급은 얼마이고
어떻게 쓰는지 궁금하신가
나는 한달에 150만원 정도… 

돈 이야기다. 우리나라 천주교회의 사제들은 월급을 얼마나 받고 어디에 어떻게 쓰는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사제 생활 자체가 일반인들에게는 베일에 가려 있어 더러는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한다. 그렇다고 일부러 감춰서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일은 아니잖은가. 해서 오늘은 내가 받는 돈과 쓰는 돈 이야기를 해보련다.

우리 사제들이 받는 봉급은 국가공무원과는 달리 교구마다 차이가 난다. 1976년 내가 사제가 되어 가슴 설레며 처음 받았던 봉투에 얼마가 들었었는지는 기억이 없다. 공무원이나 회사원에 비해서 월등히 적었던 것만은 분명하지만 사제가 되었다는 자부심과 사명감이 넘쳐나던 때라 액수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30여년이 흐른  지금은 다르다. 지난달에 내가 받은 돈은 활동비와 자동차 기름값을 포함해서 150만원 정도인데 거기에는 2만3100원의 소득세가 붙었다. 이와는 별도로 우리에게는 주거지와 먹을 것이 보장된다.(이것까지 돈으로 환산한다면 우리가 받는 돈은 훨씬 더 많아진다.) 그런데 그 돈이 내 통장에 들어오기 전에 먼저 떼어야 할 돈은 세금 말고도 또 있다. 여기저기 정기적으로 보내는 돈이 합치면 한 50만원쯤 된다. 주로 내가 속한 교회 안팎의 시민운동단체나 자선단체의 회비나 개인적인 후원금이다. 부양가족이 없는 사제로 살면서 그것도 안 하면 안 되겠다 싶어 나 스스로 작정한 것들이다. 받는 돈의 약 3분의 1이다.(가끔은 지인들이 나를 통해 좋은 일을 하겠다고 건네주는 돈도 있는데 그것은 정기적인 수입이 아니거니와 기부하는 사람의 의향을 물어 적합한 개인이나 단체를 찾아 보내는 복덕방의 역할을 할 뿐이니 예외로 친다.)

나머지 3분의 2로 한달을 산다. 내 신용카드 이용대금 명세서는 대부분 밥값, 술값으로 지불한 돈의 기록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한달이면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사람을 만나고, 만나면 같이 밥 먹고 술을 마시니 그럴 수밖에 없다. 내가 밥값이나 술값을 내줘야 할 사람들이 얻어먹어도 좋을 사람들보다 늘 더 많다. 당연히 값비싼 고급음식점은 생각도 못 한다. 그 외에 지출항목 중에는 꼭 챙겨야 하는 경조사비가 있다. 그런가 하면 내가 입고 신을 옷이나 신발을 사는 데 돈을 쓰는 일은 1년에 한번이나 될까 말까다. 신자들이 선물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고 남아서 주위 사람들과 나눌 수 있다.(복에 겨운 고백이다.) 휴일에는 종일 등산이나 걷기가 전부다. 흔해빠진 동네 헬스클럽에도 안 다닌다. 덕분에 상류계층에 속하지는 못할망정 신용불량자가 될 일은 없다.(이 글을 쓰면서 새삼스럽게 발견한 것이 하나 있다. 아, 내 돈의 용처를 보니 나는 대인관계를 무엇보다도 소중하게 여기는구나!)

사람은 어떤 부류의 사람을 자주 만나고 밥을 같이 먹느냐에 따라 사고와 의식이 달라진다고 한다. 내가 번 돈을 누구를 위하여 어떻게 쓰는가도 마찬가지 아닐까? 매달 받는 돈을 나의 영화와 영달이 아닌 남을 위해 쓸 수 있다는 것이 내게는 참으로 다행스럽고 고마운 일이다. 이거 시건방지기 짝이 없는 배부른 소리인가? 사제이기에 가능하다. 독신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누군가 그랬다. 나이가 들수록 입은 닫고 지갑은 열라고. 말하기야 쉽지만 그렇게 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아는 사람은 다 안다. 나도 점점 나이 들어 가면서 성경 말씀처럼 소중하게 가슴에 새긴다.

호인수 인천 부개동성당 주임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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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인수
인천 부개동 성당 주임신부다. 군사독재시절엔 민주화운동의 선봉이 되었고, 우리신학연구소를 설립해 신학의 토착화에도 기여했다. 인천 지역운동가들의 정신적 지주로 통한다. 허심탄회하게 어울러 막걸리와 소주잔을 기울이는 것을 즐기는 허물없는 사제다.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처럼 지상에서 이뤄지도록 삶으로 기도하면 살고 있다.
이메일 : hanispecia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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