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마을
휴심정의 기사와 글이 모여 있습니다.

관계의 걸음마가 필요하다

조현 2019. 12. 26
조회수 2712 추천수 0


1인시대.jpg


#대한민국 국민 가운데 아파트에 사는 인구가 절반이 넘어섰다. 치솟는 수도권의 아파트 가격을 잡기 위한 정부의 안정화 정책이 융단 폭격처럼 이어지고 있다. 이런 정책에 의해 투기는 상당히 잡을 수도 있지만,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는 줄지않을 것이다. 이미 지난 과도경제성장의 경쟁 속에서 소진된 국민의 욕구는 편리미엄에 쏠리고 있고, 아파트야말로 편리미엄 주거의 대명사인 때문이다. 그러나 성냥곽 같은 아파트라는 구조는 타인과 부딪침을 최소화하는 대신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고, 동선을 단순화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함께는 괴로운’ 삶을 최대한 피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그런데 요즘은 공유공간인 커뮤니티 센터가 있는 아파트가 뜬다. 프라이버시도 보호하면서도, ‘혼자는 외로움’도 조금은 덜어보자는 것이다.


오두막-.JPG » 경남 합천군 쌍백면에 있는 오두막공동체



 #종교는 구조보다는 마음을 중시한다. 지금은 산도 밀고 바다도 메우고 도시와 평야를 만들어버릴만큼 구조 변화도 상당히 가능해졌지만, 옛날엔 그런 구조혁명이란게 어려웠고, 수용과 용서, 사랑, 감사 같은 마음으로의 변화를 통해 행복도를 높이는 것이 훨씬 용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조 자체가 너무나 좁아서 옴짝달싹 할 수 없거나 기울어져있어 안정적으로 서 있기 조차 어려운 조건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가령 에이4 용지 한 장크기의 케이지에 갇혀 몸도 움직일 수 없는 구조 속에 갇힌 닭같은 삶을 살고 있는 이에게 <반야심경>을 매일 100독을 하고, <평화의 기도>를 100번씩 해서 ‘마음의 평화’를 구해보라 하라면, 가당한 것일까. 그 경우 어서 빨리 그런 감옥같은 구조 속에서 꺼내주는게 먼저다.


소행주-.JPG » 서울 마포구 성미산에 있는 공유주택 소행주1호.


 #경남 합천군 쌍백면 하신리 산골 오두막공동체에선 30여명이 골짜기 여기저기에 집들을 지어 살아가고 있다. 이 중 3분의 1인 교도소 출소자들이고, 3분의 1 가량은 지적장애인들이다. 그리고 나머지 3분의1인 지적장애인들의 보호자 등이다. 이들이 만약 교도소 등에 있다면 1인당 적지않은 국가예산이 소요될 터이지만 이들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예산 지원 한푼 받지않고 자발적으로 행복을 만들어가고 있다. 오두막공동체는 애초 부산의 달동네에서 1983년 출소자공동체로 시작됐다. 창립자 이재영 장로는 말썽 많은 그들을 돌보며 ‘언젠가는 변하겠지’ 했지만 1년이 가도, 10년이 가도 변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 10여년 전 이곳에 들어와 다양한 사람들이 어울려 살면서 다른 부류의 사람들과 서로의 문제점이 상쇄되고 보완되었다고 한다. 그러자 말썽이 현저히 줄어들고, 의외의 평화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구조적 변화가 주효한 셈이다.


은혜-.JPG » 서울 도봉구 도봉동의 공유주택 은혜공동체의 공유공강인 빠



  #요즘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지방자치단체 공사들이 앞다투어 쉐어하우스형 청년주택을 보급하고 있다. 청년들에겐 더 적은 비용으로 주거문제를 해결하고, 고립을 피해 친구들과 함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쉐어하우스는 개인 방의 공간을 줄이고, 대신 거실과 주방같은 공유공간을 늘여서 ‘공유의 삶’을 돕도록 설계되어있다. 그런데 실제 거주자들은 상당수 청년들이 자기 방에 숨어서 거실이나 주방으로 잘 나오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 사례는 오두막공동체와는 달리, 구조 즉 하드웨어의 변경만으로 ‘함께’의 삶이 이뤄지지는 않는다는 보여준다. 서로 관계를 맺고 소통하고 협력하고 돕는 것보다는 경쟁의 스트레스를 거치며 자라온 청년들에게 타인은 부담스런 존재다. 따라서 공유주택이나 쉐어하우스같은 함께의 구조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관계를 맺고, 어떻게 서로 이해하고 공감하고 소통하고 협력하고 도움을 받고 도울 수 있는지 배워가는, ‘관계의 걸음마’가 우리에겐 더욱 절실하다.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조현 한겨레신문 종교전문기자
걷고 읽고 땀흘리고 어우러져 마시며 사랑하고 쓰고 그리며 여행하며 휴심하고 날며…. 저서로 <그리스 인생학교>(문화관광부장관 추천도서),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누리꾼 투표 인문교양 1위), 숨은 영성가들의 <울림>(한신대, 장신대, 감신대, 서울신대가 권하는 인문교양 100대 필독서). 숨은 선사들의 <은둔>(불교출판문화상과 불서상), 오지암자기행 <하늘이 감춘땅>(불교출판상). 한국출판인회의에서 ‘우리시대 대표작가 300인’에 선정.
이메일 : cho@hani.co.kr       트위터 : hoosimjung       페이스북 : hoosim119      

최신글




최근기사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