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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아이에게 세배를 올리는곳

법인 스님 2020. 01.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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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들, 어린이들에게 큰 절을 올리다 -절집 설 이야기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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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가 오고 가는 전후에 어김없이 휴대전화에 문자가 수시로 들어온다. 새해는 모쪼록 건강하시고 좋은 일만 가득하시라는 덕담이다. 고마운 마음을 마음으로 받으면서 한편으로는 가볍게 웃는다. 무상한 몸이 어찌 늘 멀쩡할 수 있겠는가? 인생사 늘 좋은 일만 생긴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살아온 경험으로 알 수 있지 않나? 하긴, 현실이 힘들기 때문에 미래의 희망을 말하는 것이겠다.

 

설날은 늘 정겹고 따뜻하다. 아이들은 세뱃돈 받는 재미에 설날이 추석보다 좋다고 한다. 절집에서는 명절을 어떻게 보낼까? 스님들도 세뱃돈을 받을까? 3개월 한철을 면벽 좌선하며 수행하는 수행자들은 정월 초하루에도 쉬지 않고 수행할까? 먼저 답을 하자면 절집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다.

 

경자년 정월 초하루, 새벽에 스님들과 재가 불자들이 대웅전에 모였다. 날마다 하듯이 아침 예불을 모셨다. 대웅전 예불을 마치고 스님들을 각자 다른 전각에 새해를 아뢴다. 약사전, 명부전, 극락전, 칠성각에 떡국 공양을 올리고 절을 한다. 그다음에는 설을 맞는 의식을 행한다. 절집 세배를 일컬어 세알(歲謁), 혹은 통알(通謁)이라고 한다. 새해를 맞아 불보살님과 인연 있는 생명들에게 대중들의 마음을 아뢴다는 뜻이다. 통상 통알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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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전에 통알을 이렇게 시작한다. 그 절에서 제일 법납(출가 햇수)이 낮은 스님이 의식문을 낭독하고 대중이 따라 절을 한다. “복청 대중 일대교주 석가세존전 세알 삼배(伏請大衆 一大敎主 釋迦世尊前 歲謁三拜). 대중들은 엎드려 청하옵니다. 일대교주이신 석가세존님 전에 새해를 맞아 저희들의 절을 받으소서” ... 이어 시방삼세의 부처님과 보살님들, 불법의 가르침을 전한 역대의 스승님들, 승가의 대중들, 또 이 절을 창건한 조사님들, 절도량을 수호하는 선신과 토지신들, 그리고 뭇 영령들을 호명하며 절을 올린다.

 

불전에 통알을 하고 이어 법당에서 세배를 한다. 먼저 회주 도법 스님과 내가 앉아 스님 대중과 재가 대중의 인사를 받았다. 이어 재가 대중들이 스님들에게 세배를 한다. 회주 도법 스님의 덕담이 따른다. “ 부처님이 우리에게 당부한 마지막 가르침을 새기며 살아갑시다. 법을 밝히고 자기를 밝히는 일이 수행이고 일상의 행복입니다.” 그날 실상사에서 팔순을 넘기신 노스님이 모든 대중들에게 세뱃돈을 주었다. 나도 10000원을 받았다.

 

도법 스님이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하신다. “혹여 하는 말인데, 이 통알이 끝나고, 또 예의 차린다고 제 방으로 오지 마십시오. 절집에는 워낙 대중들이 많아 여러 어른들에게 인사 올리는 일이 번거로워 이렇게 합동으로 하는 것입니다.” ... 취지가 이럼에도 큰 절에는 이 규칙이 잘 안 지켜지고 있다. 해인사와 통도사 등 큰 절은 어른 스님들과 산내 암자에 세배하는 일로 하루를 꼬박 보낸다. 공부하는 초심자 학승들은 세배 용돈을 어른들에게 받는 속셈도 있는 것 같다.

법당에서 통알이 끝나고 이어 대중들은 이 절을 창건한 홍척 국사 등, 실상사 역대의 큰스님들의 유골을 모신 부도를 참배했다. 세간 사람들이 조상 산소에 인사하는 것과 같다.

 

이후 떡국으로 아침 공양을 마치고 스님들은 다각실에 모여 식혜를 비롯 설 음식을 나누며 차담을 했다. 차담을 마치고 오전 10시에 법당에서 정월 칠일 기도를 올렸다. 해가 갈수록 정초에 절에서 기도하고 조상님들 차례를 지내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세시풍속이 세태에 따라 변하고 있는 것이다.

점심 공양 이후 스님들은 실상사의 본사인 금산사로 세배를 떠났다. 불일 불이(不一不二), 같지도 않고 다르지도 않다는 뜻이다. 절집 설날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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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 초하루, 실상사에 머물고 있는 출가와 재가 대중이 법당에서 통알(절집 세배 의식)을 했다.

초 닷새 날은 공동체 식구들이 합동 세배를 했다. 우리 공동체의 이름은 '인드라망생명공동체'이다. 인드라는 인도 설화에 나오는 제석천의 인도식 이름이다. 그 천궁에 그물이 걸려있는데 그물코마다 구슬이 달려있다. 그 구슬들이 서로를 비추고 있는 모습을 상상해 보시라. 이를 중무진이라고 한다. 우리 생명들이 사는 모습이 인드라의 그물과 같다고 화엄경에는 말하고 있다. 그래서 실상사를 중심으로 모인 인드라망생명공동체는 '그물코 인생'을 바탕으로 '그물코 사랑'을 지향하고 있다. 공동체는 실상사, 한생명, 작은학교, 귀정사, 생명평화대학 등 많은 모임으로 이루어져 있다.

나의 덕담을 시작으로 여러 번의 세배가 있었다.

우리 공동체에서 세배를 받는 마지막 구성원은 어린이들이다.

미래의 부처에게 공경의 마음을 담아 인사를 올린다.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에 다니는 2세들이 방 한가운데 원을 만들어 밖으로 향하여 앉았다. 스님들도,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엄마 아빠도, 형님 누나들도, 모두 어린이 부처님께 삼배를 올렸다.

이 아름다운 모습을 상상해 보시라. (애들에게 세배하는 일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화를 내면서 세배에 참석하지 않는 불자들도 몇 명 있다.)

 

세배를 받고 한 어린이가 덕담을 했다.

"할 말은 많지만, 부디 건강하게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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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 스님
16세인 중학교 3학년 때 광주 향림사에서 천운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으며, 대흥사 수련원장을 맡아 '새벽숲길'이라는 주말 수련회를 시작하면서 오늘날 템플스테이의 기반을 마련했다. 실상사 화엄학림 학장과 <불교신문> 주필, 조계종 교육부장을 지냈으며,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지리산 실상사에서 공부하고있다.
이메일 : abcd369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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