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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생각이라고 반드시 옳은가

법인 스님 2020. 03.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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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념과 우상

 


1오체투지2--.jpg » 한 티베트 순례자가 카일리산을 돌며 오체투지를 하고있다.


삼 년 전 티베트의 카일라스산을 보름 동안 순례했다. 해발 6714m인 이 산은 중국 시짱 자치구에 있으며 만년설로 덮여 있다. 인도에서는 우주의 중심, 수미산이라 불리며 불교와 힌두교의 성지로 숭앙 되고 있다. 순례자들은 대개 해발 3천 미터부터 호흡이 곤란하고 머리가 쑤시고 흔들리는, 이른바 고산증 증세를 겪게 된다. 히말라야 트레킹으로 단련된 나도 첫 출발지인 라싸에서부터 고산증을 만났다. 25명의 순례자는 카일라스로 가는 여정에서 많은 고통을 받았다. 비싼 돈 들여 고통을 불러들이는 여행이라니, 지금으로부터 아주 먼 옛적, 부처의 설산 고행과 예수의 광야에서의 고독을 어줍잖게 헤아려보았다. 그런데 우리 일행은 카일라스 고산 앞에서 생생한 고행을 목격했다. 그 고산을 돌며 오체투지라 불리는, 전신을 엎드려 절하는 고행자들을 만났다. 카일라스는 걸음으로도 꼬박 사흘이 걸린다. 나는 고산증으로 무려 열 번 이상을 휘청거리며 길 위에 쓰러졌다. 그런 길을 티베트의 사람들은 번뇌의 소멸과 이웃의 행복을 기도하며 열흘 이상 절을 하며 돈다. 현장에서 그들을 본 우리는 온몸에 전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무엇 때문에’? 많은 사람은 이렇게 물을 것이다. 왜 사서 고생을 하느냐고 말이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고, 재물과 명예가 주어지는 일도 아닌데 왜 무엇 때문에 자발적 고통을 선택하느냐고 물을 것이다. 심지어는 자학증이라고, 어리석은 믿음이라고, 깍아내리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에게 그것은 신념일 것이다. 번뇌의 정화와 이웃의 행복을 염원하는 몸짓으로 신념을 드러낸다. 오체투지를 하는 한 걸음 한 걸음마다 내면의 희열과 행복을 느낀다. 그들의 오체투지를 보면서 새만금에서 서울까지 삼보일배를 하던 수경 스님과 문규현 신부를 떠올렸다. 그분들의 고행도 어떤 신념이었다.


그런데 그들은, 그들의 신념 저편에는 있는 또 다른 신념을 마주하며 오체투지와 삼보일배를 했다. 혹은 집단적 관념으로 부를 수 있는 그 신념은 무엇일까? 문규현 신부와 수경 스님은 그때 이렇게 말했다. “우리의 삼보일배는 새만금 사업의 중지가 목표이지만, 실은 우리 모두의 마음에 도사린 탐욕과 무지를 성찰하고 소멸코자 하는 발원이기도 합니다.” 그렇다. 저 티베트의 순례자들과 새만금의 스님과 신부가 통찰하고 해체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그 어떤 관념이다. 상생과 평화의 생명공동체를 파괴하는 어리석고 추악한 관념이다. 그런 관념이 맹신적인 종교성의 얼굴을 가진 신념으로 굳어질 때 세상은 너 죽고 나 살자는 싸움터가 된다.


지금 광화문 광장에서, 인터넷 광장에서, 악다구니를 쓰고 있는 슬프고도 슬픈 인간 군상을 본다. 그런데 그들 군중의 행위를 유심히 살펴보면 어떤 현실적인 이득을 보고자함이 아닌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바로 그들이 가지고 있는 집단 관념과 신념의 수호다. 그 관념과 신념이 소외감 등의 감정과 결합하여 곳곳에서 심리적 내전을 치르고 있다.

 

묻는다. 관념과 신념은 과연 영원한 것인가? 그것들은 언제 어디서나 영원히 옳은 것인가? 과거의 어떤 환경과 경험에서 만들어진 관념과 신념은 절대적이고 불변해야 하는가? 관념은 변하면 안되는 것인가? 관념은 늘 엄숙한 얼굴을 하고 있어야 하는가. 이런 물음을 앞에, 이제는 실소할 수 밖에 없는, 역사의 유물이 된 관념을 들추어 보자.

 

영국에서 노동시간은 1833년 공장법에 의해 처음으로 규제되었다. 섬유산업에서 먼저 13~18세 미성년자들의 노동시간을 12시간으로 단축한 것이다. 이때 모든 자본가들이 들고 일어났다. “영국 산업은 이제 망하게 되었다라고 외쳤다.“



킹.jpg » 흑인 차별 반대를 요구하는 마틴 루서 킹 목사와 미국 시민들

 

1955121일 미국 남부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에 사는 흑인 여성 로자 파크스가 버스 안에서 흑인 전용칸으로 옮기기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체포되었다. 흑인들은 버스 이용을 거부하며 항의했고, 침례교회 목사인 마틴 루서 킹의 주도로 조직적인 저항운동으로 발전했다. 버스 승차 거부 운동은 381일 동안 계속됐다.”

 

1928년 영국 여성에게 참정권이 부여되던 날, 많은 운동가들이 런던에 있는 존 스튜어트 밀의 동상을 찾아 꽃을 받쳤다.”

 

대다수 관념은 시대의 산물이다. 고정불변의 절대적 실체가 아니다. 또한 생성 당시에 불순한 의도로 출현한 관념도 많다. 지금도 그렇다. 그러므로 우리는 다음과 같이 생각을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지금 내 생각이 옳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 내 생각이 이제는 맞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 나의 생각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

숭배하고 집착하는 관념은 우상이 된다.

 

* 이 글은 참여연대가 발행하는 <월간 참여사회> www.peoplepower21.org/ 3월호에서도 읽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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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 스님
16세인 중학교 3학년 때 광주 향림사에서 출가했으며, 대흥사 수련원장을 맡아 '새벽숲길'이라는 주말 수련회를 시작하면서 오늘날 템플스테이의 기반을 마련했다. 실상사 화엄학림 학장과 <불교신문> 주필, 조계종 교육부장을 지냈다. 지금은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실상사에서 독서와 걷기를 주된 업으로 삼고 있다. 2020년 부터는 <실상사 작은학교>의 교사로 취업하여 기쁜 삶을 누리고 있다.
이메일 : abcd369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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