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등록금을 촉구하는 집회에 참석했다기 집시법 위반으로 대학생들이 15만~500만원의 벌금 폭탄을 맞아 150여명의 대학생들이 고초를 겪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한 조계종 노승이 벌금의 총액에 해당하는 1억3천만원을 내놓았습니다.
이 분은 평소에도 보수와 진보, 지역을 가리지 않고, 의미 있는 일을 하는 분들, 또는 고초를 겪고 있는 분들, 학비가 없어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위해 남모르게 도와왔지요. 그런데 이번에도 자신의 이름을 일절 못밝히고 하고, 이런 일을 했군요. 아름답고 향기로운 분입니다.
그 대학생들이 훗날 사회에 나와 또 어려움을 겪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자비를 베푸는 선순환의 장을 펼칠 것으로 기대합니다.
아래는 기사입니다.
지난해 반값등록금 촉구 집회에 참석했다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등 위반 혐의로 약식기소돼 15만~500만원의 벌금고지서를 받는 학생·시민들이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한겨레> 11일치 14면) 이들을 돕기 위한 기부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반값등록금 대학생 벌금대책위’(벌금대책위)는 27일 “시민모임 세금혁명당이 1500만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300만원, 금융소비자협회가 30만원을 보내오는 등 다수의 시민들이 벌금 모금에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조계종 소속 사찰의 한 큰스님이 지난 22일 “대학생들을 위한 벌금 모금운동에 써달라”며 지금까지 부과된 벌금 총액에 가까운 1억3000만원을 <한겨레>를 통해 벌금대책위에 기부하기도 했다. 스님은 “국가가 학생들에게 너무 과한 짐을 지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 스님은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어려운 학생들 마음에 등을 달아주는 것으로 족하다”며 이름 밝히기를 고사했다.
선대인 세금혁명당 대표는 “학생들이 정당한 집회를 열었는데 국가가 무자비하게 벌금을 부과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세금혁명당이 학생들을 격려하는 창구가 되고 싶어 모금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벌금대책위는 지난 26일 저녁 6시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등록금투쟁 벌금 마련을 위한 호프데이’ 주점행사도 열었다. 김광진·장하나 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자, 김재연·박원석 통합진보당 당선자 등 젊은 정치인들은 물론 시민 100여명이 참석했다.
시민 성금 가운데 일부는 몇몇 대학생들에게 이미 전달됐다. 지난해 6월10일 반값등록금 집회에 참석했다가 100만원 벌금형 약식기소를 당한 구아무개(20)씨는 익명의 시민이 “벌금 납부와 함께 등록금으로 써달라”며 <한겨레>에 전달한 200만원을 최근 전달받았다. 구씨는 “어떻게 감사의 말을 전해야 할지 모르겠다. 정말 열심히 공부해 실망시켜드리지 않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벌금 규모는 계속 늘고 있다. 박자은 벌금대책위원장은 “검찰이 추가 기소를 계속해 150명이 넘는 사람들이 벌금 폭탄을 맞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벌금액은 1억4000여만원에 이른다. 박 위원장은 “반값등록금 공약을 안 지킨 사람은 멀쩡하고 공약을 지키라고 요구한 대학생만 재판받고 벌금을 내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약식기소를 거부하고 정식재판을 청구한 일부 대학생과 시민들을 돕기 위한 움직임도 활발하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사들은 공동변호인단을 꾸려 재판에서 이들을 변호하기로 했다.
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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