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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

일반 조회수 8440 추천수 0 2009.02.11 18:21:28

유혹


예수가 말했다. “너희를 유혹하는 자들이 너희에게 ‘보라, 왕국이 하늘에 있다.’고 말한다면, 하늘의 새들이 너희 앞에 있을 것이다. 만일 그들이 너희에게 ‘그것은 바다 속에 있다.’고 말한다면 물고기가 거기서 너희 앞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왕국은 너희 안에 있다. 그리고 너희 밖에도 있다. 만일 너희가 너희 자신을 안다면 알려질 것이고, 너희가 살아계신 아버지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 것이다. 그러나 만일 너희가 너희 자신을 알지 못한다면, 너희는 결핍 속에 있고, 너희 자신이 결핍이다.” 도마복음 말씀 3


도마복음의 천국관은 성서의 천국과 충돌하고 있을까? 그렇지 않다. 성서에서 말하는 천국에 대한 기독교인들의 해석과 충돌할 따름이다. 도리어 예수가 전하고자 하는 천국과 너무나 일치한다. 성서의 천국을 명료하게 이해하는데 도리어 도마복음은 큰 힌트를 주고 있다. 물론 해석을 달리하는 이들에게 도마복음은 철저히 배척될 뿐만 아니라, 불경하다. 그만큼 경전이해의 간극이 크다고 보여 진다.

유혹하는 자들은 무엇을 가지고 유혹할까. 가장 아름답고 달콤한 것으로 유혹한다. 그것이 곧 천국이다. 종말론을 채찍의 도구로, 천국을 달콤한 당근으로 삼는 게 유혹하는 이들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유혹하는 이들은 이미 유혹되어 있다. 스스로 유혹되어 있고 또 다른 이를 유혹한다. 왕국을 갖고 유혹한다. 천국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미혹의 미끼가 되어 있다. 그것은 특정 종교만이 아니라, 표현을 달리할 뿐, 모든 종교의 특징이다. 종교가 민중의 마약이라고 갈파했던 칼 마르크스의 통찰력을 빌지 않더라도 조금만 살펴보면, 어느 시대나 마찬가지이지만 이 같은 미혹은 지금도 전혀, 그리고 조금도 달라지지 않고 있다. 도리어 더 기승을 부린다. 내세를 빌미로 지금 여기를 노략하는 행태는 꺼지지 않는 불꽃으로 주류를 형성한다.


통찰하는 사람들은 과감히 외친다. 왕국은 하늘에 있거나 바다에 있는 것이 아니다. 여기 있거나 저기에 있는 것이 아니다. 오늘이 지난 후 내일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만일 천국이 저 하늘에 있다고 한다면, 새들이 우리를 앞서서 천국에 있는 것이며, 그것이 바다에 있다고 한다면 물고기가 우리를 앞서서 천국에 있다는 것과 같은 난센스가 아니냐는 말이다. 천국은 의식의 존재자에게 주어지는 컨셉이다. 즉, 천국은 시간적이거나 공간적인 그 무엇이 아니라는 단호한 선포다.

천국으로 미혹하는 사람들은 주려서 결핍에 시달리고 있다. 무슨 결핍일까. 왕국을 잃어버린, 하나님 나라의 시민권을 박탈당한, 그저 꿈으로만 천국을 그리고 있는, 천국을 구걸하고 있는 결핍증 환자임을 자증한다. 스스로는 신의 아들이라고 주장할지라도 천국을 바겐세일하고 있는 미혹하는 사람은 도리어 천국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

천국은 여기 있는 것도, 저기 있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우리 안에 있다. 우리 안에 있을 때에만 천국은 하늘에도 있고 땅에도 있고 바다에도 있다. 만일 천국이 우리 안에는 부재하고 하늘에 있거나 땅에 있거나 바다에 있다면, 그것은 미혹이고 ‘사기’라는 말이다.

이 같은 진실을 외면한다. 진실이 드러나면, 고통을 받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이 심층 깊은 무의식에 도사려 있기 때문이다. 진실이 은폐되고 진실이 숨어드는 까닭은 진실이 드러나게 되면 자신의 모든 허위가, 지금껏 천국을 향한 용맹정진의 수고가 진실이 아니라는 게 드러날 테고, 거기서 겪게 되는 허무와 두려움 때문에 천국은 여전히 여기 있거나 저기 있어야지, 그리고 어쨌든 먼 훗날에 도래할 일이지, 지금 이렇게 내 안에 비움으로 있는 것이어서는 곤란하지 않은가. 그 같은 두려움이 더욱 천국을 외면하게 되고 천국을 밖으로 밀어내게 된다. 진실을 외면하는 일은 늘 그렇게 반복된다.


왕국은 우리 안에 있다. 그럴 때 밖에도 있다. 이것이 진실이다. 우리는 밖을 향하고 있는 눈의 습성 때문에 밖을 보는데 익숙해져 있고 안을 보는 눈은 멀어있다. 육신의 눈은 밖을 향해 있을지라도 의식의 깨어 있는 눈은 안을 자신의 내면을 향하여 있어야 한다. 나 자신을 바라보는 눈은 칠흑 같은 어둠에 묻혀있다. 천국은 그 속에 숨어있고 어둠속에 덮여 있다. 소경 바디메오의 눈이 뜨였던 것처럼 우리의 눈 먼 눈이 뜨이는 것에서부터 무엇이든 새로움은 시작되고 유혹의 안개는 조금씩 걷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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