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지난 여름에 폭염으로 말라버린, 그래서 회복이 불가능한 갈참나무나 아키시아나무 그리고 소나무처럼 땔감으로 쓰기 좋은 것들을 미리 봐두었다가 거두기를 좋아했다.
꼭 필요한 만큼만 쓰러뜨렸고, 멀쩡한 나무를 베어야 할 때는 막걸리 한 병을 챙겨 산에 올랐다. 너무 말라 속이 가벼운 것들은 불쏘시개 정도로만 사용했고, 수분이 많은 것들은 마르기를 기다렸다가 이듬해 겨울에 사용했다.
적당한 것들을 섞고, 기다리기를 반복했다.
장작을 팰 때는 도끼를 잡은 두 손에 힘을 뺐다. 대신 칼끝이 나무토막의 중앙에 꽂히는 데에만 온 신경을 집중했다. 그럴수록 아랫목은 새카맣게 타올랐다. 그저 적당한 때와 순서를 기다리는 일, 무엇보다 힘을 빼는 일에 대하여.
중요한 미팅을 앞에 두고 아버지의 도끼 한 자루를 생각한다.
박기철/글항아리/<식물의 취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