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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애들 공부 많이 시키지 않고 싶습니다.

일반 조회수 6813 추천수 0 2009.03.12 17:06:51
 
 
 
준수한 얼굴의 총리,
과거 정부에 중요한 요직을 거쳤던 총리는 얼굴에서 풍기는 이미지로는 학자적인 모습, 온화한 모습으로 기억된다.
그 총리가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는 것을 보고 나는 대단히 기분이 좋았다. 저런 사람이라면 아마도 정부의 능력에 가일층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 국회에 출석하여 하는 답변들을 보면 상당히 그때의 느낌과는 괴리감이 현저하다.
어느날이었다. 나는 친구와 술약속이 있었는데 먼저 술집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랬는데 내 옆자리에는 어떤 가족이 와있었다. 아버지와 어머니와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꼬마였다. 나는 원래 애들을 좋아해서, 그 꼬마가 귀엽게 생겼길래 몇마디를 걸었다. 혼자 기다리는 따분하기도 하고, 할 일도 없어서 지루하기도 하고 심심하기도 해서였다.
"꼬마야 몇학년이니?"
"5학년입니다."
"그래? 이제 6학년되고 중학생이 될 것인데 공부 열심히 해야겠다."
내가 마지막으로 그 소리를 했을 때 그 꼬마의 엄마가 말했다.
"우리애는 공부 많이 안 시킬 것입니다. 나라를 망치고 거짓말을 늘어놓는 사람들은 다 좋은대학나온 공부 잘하는 사람들입니다."
순간적으로 수많은 생각이 씨앗을 틔우고, 또 새로운 사고방식이 나를 뒤흔들어 놓았다. 그야말로 철퇴를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나는 그때 그 어머니의 말씀에 딱히 할말이 없었다. 내 입가에서 맴도는 대꾸는 다음과 같은 것 밖에 없었다.
"그래도 우리나라 사회는 공부를 잘하지 않으면 좋은 대학 갈 수가 없고, 좋은 대학 가지 않으면 잘 살기 힘듭니다."
그러나 그 꼬마의 어머니의 말씀 앞에서 그야말로 나의 이 말은 힘을 완전히 잃었고, 또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그후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도 약간 변했고, 또 사고방식도 개선이라고 할만큼 그 사건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야를 가지게 되었다.
총리의 모습이 요즘 그 전의 정부의 요직에 있을때와 너무달리보인다.
누가 그를 저렇게 만들었을까? 아마 자리가 그렇게 만들고, 또 지금 정부라는 그가 속한 작은 사회가 만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만약 총리였다면, 그리고 내가 지금의 사고방식과 이성이라면 부끄럽고, 또 그 자리가 한없이 싫어질 것 같다.
자녀들도 장성하고, 출가했을 것이며, 남은 여생에 충분히 지낼만한 자산도 있을 것이다. 거짓말쟁이라고 손가락질 받으면서 높은 자리에 무슨 염원이 있다고 계속 저러시는지?
한마디로 안타깝다.
뿐만아니다. 우리나라 고위직 대부분은 좋은 대학에 좋은 학벌 출신들이 거의 대부분, 아니 전부에 가깝거나 또는 전부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옳은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소리는 어디를 다녀도 들어보기 힘들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갑자기 내 자식들을 공부 많이 안 시키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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