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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와 바늘귀

일반 조회수 7737 추천수 0 2009.02.12 22:29:12
 

부자가 천국에 들어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 구멍으로 들어가는 것보다 어렵다. 낙타는 타고난 짐꾼이다. 등에 짊어진 것이 많다. 스스로의 짐만 지는가. 그 주인의 짐까지도 짊어진다. 그리고 사막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가치있는 삶을 지향하는 사람일수록 많은 것을 짊어진다. 봉사정신이 높은 사람일수록 주변 사람의 짐까지 챙긴다. 그 정신의 고달픔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무에 그리 많은 것을 등에 지려하는가. 심지어 자기의 주인인 하나님의 일까지도 짊어진다. 그리고 자랑스럽게 여긴다. 등에 짊어지고 있는 짐의 양에 비례해서 자긍심도 높아간다. 그러나 기다리고 있는 것은, 가끔은 오아시스가 있어 목을 축일런지 몰라도 황량한 사막만이 그대를 기다린다.

허나 인간은 사막 한 가운데를 지나 탈진하기 전에는 짐을 내려놓지 않는다. 오아시스가 있어 목을 축일 수 있는한 고통을 감내하면서 즐거워한다.

낙타의 등에 올라탄 사람은 편할런지 몰라도 낙타의 등에 올라 앉은 하나님의 기분은 어떠실까. 낙타는 바늘구멍을 통해 천국을 들어가기는 커녕 사막 한가운데서 길을 잃기 일쑤다.

그런데 마침내 사막은 낙타로 하여금 짐을 내려놓게 만든다. 사막 한 가운데의 절망은 등에 짊어진 짐의 허구를 일깨워 준다. 자긍심에 흠뻑 취해 있는 것이 결코 사랑이 아니라는 사실도 알려준다.부자가 천국에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사람으로는 할 수 없지만 하나님은 그것을 가능케 하신다. 낙타의 거듭남을 가능케 만든다. 사막에서 낙타는 죽고 사자가 태어난다. 모든 짐으로부터 자유롭다. 심지어 하나님으로부터도 자유롭다. 더 이상 사막을 배회하는 것이 아니라, 밀림의 왕자로 군림한다. 자유의 대헌장을 발표한다. 먹고 싶을 때 먹고 자고 싶을 때 잔다.

그러나 사자가 되었다고 해서 바늘 구멍으로 들어갈 수 있는가. 천국에 입성이 가능한가. 사자의 먹이는 여전히 짐승일 뿐이다. 젖과 꿀이 사자의 먹거리가 될 수 없다. 자유의 노래는 아름답지만, 여전히 천국의 문은 두꺼운 휘장으로 덮혀 있어 접근 할 수가 없다. 바늘 구멍은 여전히 작다. 천국은 여기 있거나 저기 있는 것이 아니라, 그대의 안에 있다. 내가 낙타로 있거나 사자로 있는 한 결코 그대 안에 들어갈 수 없다. 그대를 짐으로 삼거나 혹은 먹이로 삼으려 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할 수 없으나 하나님은 하신다. 사자를 잡아 이제는 젖과 꿀이 되게 한다. 꿀벌의 서식처가 되게 한다. 젖과 꿀이 흐르는 먹거리가 될 때만 그대 안에 입성이 가능하다. 사자는 어린아이가 잡는다. 어린아이는 그대 품에 안길 수 있다. 천국에는 어린아이가 들어간다. 어린아이는 흐름이며 바람이다. 노인은 노인의 공의를 주장하지 말고 7일된 어린아이에게 생명의 처소(천국)에 대해 묻기를 주저하지 말라. 7일된 어린아이란 7일 창조의 과정을 거쳐 낙타가 마침내 바람이 된 존재를 말한다.

그대 안에서 숨을 쉬고 싶다. 그대의 품에 안길 수 있는 어린아이고 싶다. 그대 안에 마음껏 들고나는 거룩이고 싶다. 바람이고 싶다. 그대 안의 복마전이 아닌 그대 안의 생명의 처소에 입성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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