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서로 마음을 열어 고민과 아픔을 나누고 치유하며 행복을 모아내는 게시판입니다.

절 집이 물소리에 번지네

일반 조회수 7440 추천수 0 2009.03.15 17:02:59
 

절 집이 물소리에 번지네



우네

물고기 처량하게

쇠 된 물고기

하릴없이 허공에다

자기 몸을 냅다 치네

저 물고기

절 집을 흔들며

맑은 물소리 쏟아 내네

문득 절 집이 물소리에 번지네



절 집을 물고

물고기 떠 있네

           -서정춘<풍경>전문



시를 읽다보면 저절로 무릎을 칠 때가 있습니다.

마음에서 우러나는 감흥을 이기지 못해 ‘좋다’라는 추임새가 저절로 나오는 거지요.

원래 서정춘 시인은 과작(寡作)으로 유명합니다.

몇 십 년을 다듬고 다듬어 영롱한 고갱이들로만 시를 엮어내지요.

그래서 시인의 시를 읽을 때면 때가 말끔히 씻깁니다.



‘풍경’은 절에 가면 지붕 네 귀퉁이에 매달아놓은 물고기 모양의 장식품입니다.

바람이 불면 맑은 소리로 화답하죠.

어때요? 이 시를 읽으니 절 집 그 맑은 소리가 들리지 않나요?

고즈넉한 절집 모습도 좋지만 가끔 들리는 풍경소리 들으며 걸음을 옮기면

더 깊은 명상에 잠길 수 있습니다.



시가 이렇게 간결하면서도

깊은 내용을 담을 수 있다는 사실에 감동적입니다.

서사적인 글은 길죠. 그래서 생각의 틈을 부족합니다.

시는 나의 생각으로 그 틈을 메워갈 수 있어 좋습니다.



제가 잘 가는 여행지가 빈 절터입니다.

굳이 아무도 없는 그곳에 가면 청승맞지 않냐고 반문하는 분들도 계십니다만

빈 절터 여행은 오랜 전 그 절터에 인연하셨던 분들을 만나는 묘미가 있습니다. 여러 고승들도 만나지만 불목하니에서부터 허름한 차림새의 보살님에 이르기까지 많은 분들을 만나다보면 하루해가 훌쩍 넘어갑니다.

이럴 때는 풍경소리가 들립니다.

내 마음에 세워진 절에서 나는 소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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