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서로 마음을 열어 고민과 아픔을 나누고 치유하며 행복을 모아내는 게시판입니다.

산목숨 안 아픈 사람이 어디 있노

일반 조회수 7574 추천수 0 2008.10.20 21:07:28

산목숨 안 아픈 사람이 어디 있노

 

 

여든세 살, 덕산 할머니가

오늘따라 자꾸 숨이 가쁘다는데

마을 할머니들 처방은 다 다르다.

 

밥을 많이 묵우서 그렇다.

밥을 많이 안 묵우서 힘이 없어 그렇다.

숨이 가빠도 밥을 많이 묵우야 낫는다.

지랄하고 자빠졌네.

숨이 가쁜데 밥을 우찌 묵노.

죽을 무야지.

야야, 고마 해라.

죽어야 낫는 병이다.

산목숨 안 아픈 사람이 어디 있노.

                       -서정홍 <처방>전문

 

 

시는 어떻게 읽을까요?

가을 나무 아래에서 바스락거리는 마른 잎 소리를 들으며 읽어야하나요?

어려운 시어를 억지로 해석하며 머리를 쥐어짜야 하는 걸까요?

 

우리 오늘, 서정홍의 시를 한번 읽어볼까요.

그냥 읽으면 밋밋하죠. 소리내서 읽으면 더 실감납니다.

양로원에 할머니들이 모였습니다.

그 중 어느 한 분이 속이 안 좋으신가봅니다.

늙어 서로 위안 삼았는데 혹시라도 무슨 일이 있으면 큰일이라 모두들 한마디씩 보탭니다.

 

그나저나 이런 것도 시가 된다는 사실이 신기하지 않나요?

우리 곁에 늘 떠도는 말인데도 시인은 놓치지 않고 시로 살려냈습니다.

머리를 쥐어짜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렇게 우리 곁에 있는 평범한 말도 모여 시가 됩니다.

 

‘산목숨 안 아픈 사람이 어디 있노.’

가만히 생각해본 참 철학적입니다. 살아 있으니 아픈 거죠.

이 말을 누가 하느냐. 바로 시골 할머니가 합니다.

자신의 경험에서 익힌 귀한 생활 철학이죠.

이런 말은 머리를 짜내서 나올 수 없는 거예요. 그냥 생활 속에서 나오는 것이지.

시가 바로 이런 것입니다. 우리 생활 속에서 곰삭아 나오는 것. 우리는 다만 그것이 잘 익기를 기다리면 됩니다. 막걸리 한 사발 받아놓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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