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서로 마음을 열어 고민과 아픔을 나누고 치유하며 행복을 모아내는 게시판입니다.

  전 이번 여행에서 빛과 색을 재발견한 것 같습니다.

영상을 편집하면서 보니 미황사의 노을은 눈으로 보는 것보다 예쁜 색깔을 담고 있더군요. 많은 분들이 잘 아시겠지만 미황사는 노을이 아름답기로 유명합니다. 사진가들이 즐겨찾는 출사장소이기도 합니다. 전 일찍부터 노을을 찍으려고 삼각대를 받쳐들고 있었습니다. 해가 뉘엇뉘엇 기우니 디카와 폰카부대가 제 옆으로 하나 둘 모여들더군요. 나중에 보니 30여명이 넘어보였습니다.

그러나 그날 미황사 노을은 좀 실망스러웠을 것도 같습니다. 해가 이글이글 거리면서 바닷물로 퐁당 빠지는 것을 기대했다면 말이죠. 구름에 가려 수줍게 제 색깔을 잃어가는 모습도 나름 예뻐보였습니다만...(이 장면은 20분정도 카메라를 고정시켜 찍은 다음, 편집에서 빨리감기를 해버렸습니다. 그랬더니 구름과 해의 움직임을 약간은 포착할 수 있었습니다.)

 

한겨레 독자들과 함께 떠난 미황사 휴심여행 1박2일

 

빨간등, 노란등, 초록등…연등에 반하다

 

빨강색, 초록색, 노란색 연등이 뿜어내는 고운 빛깔에도 홀딱 반했습니다. 장이모우 감독의 <붉은수수밭>이나 <국두>를 보면서 언젠가 저런 멋진 화면을 찍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번에 5% 정도 흉내를 낼 수 있었습니다.

 그뿐 인가요. 무대 조명들이 쏟아내는 강렬한 불빛들, 어두운 세상 탓에 창문 밖으로 더욱 도드라진 빛을 품어냈던 자하루의 전구들, 주홍빛으로 익어가던 탐스러웠던 홍시, 심지어 갓 건축을 마친 일주문의 고운 나무색깔까지...(대신 색이 너무 화려해 편집하면서 발란스를 맞추느라 조금 애를 먹긴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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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삼스럽게 미황사는 참 아름다운 색깔로 저에게 각인되었습니다. 그리고 빛과 색이 뿜어내는 아름다움 속에서 한가지 진리를 깨달았습니다. 어둠이 클수록 빛은 더 선명하고 아름답다는 사실말입니다.

 

두번째 간 도솔암…내 고향이 자랑스러워요

 

도솔암은 이번에 두번째 다녀왔습니다. 지난 6월엔가 조현 선배와 함께 <하늘이감춘땅> 시리즈를 하면서 방문했던 적이 있습니다. 도솔암을 첫 방문했을 땐 충격이 컸습니다. 제가 해남이 고향이고, 그곳에서 3년 넘게 기자생활을 한터라 해남에 대해 좀 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도솔암에 오르면서 발 아래 펼쳐진 산과 들, 바다의 모습이 기절초풍할 지경이었습니다. 이런 곳도 모르면서 해남에 대해 아는 척을 했던 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금강산 부럽지 않은 곳"이라는 조현 선배의 찬사는 하나 틀리지 않습니다. 전설의 인물 달마대사도 반해 여기에 정착했다는 설도 있으니까요.('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에서 말하는 동쪽이 달마산은 아닐런지요.) 덕분에 전 제 고향에 대해 더 큰 자부심을 가지게 된 계기도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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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장면은 캡쳐를 받아놓고 보니 가장 인상깊었습니다. 그런데 마땅히 넣을 곳이 없어 겨우 우겨넣었는데, 사진으로나마 살릴 수 있어 다행스럽습니다.)

 

 첫번째 방문땐 비가 오락가락 하면서 흐린 날씨였습니다. 그때의 느낌은 뭐랄까요?  수묵화 같은 느낌이랄까요. 암튼 산이며 들이며, 바다의 모습까지 깨끗하게 들어오지 않았지만, 나름대로 단백한 맛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도 바위들은 모두 병풍처럼 저의 뒤를 버티고 서서 좀 무서웠다는 느낌이 들었고, 촬영을 위해 바위에 올라섰다가 다리를 후들거렸던 기억이 납니다.

 

<관련기사 링크> 조현의 휴심정: 한반도 땅끝으로 달마가 온 까닭은

http://well.hani.co.kr/board/view.html?uid=245785&cline=6&board_id=jh_sky

 

 두번째 찾은 도솔암도 여전히 좋았습니다. 화창한 가을날씨 탓에 가을걷이를 마친 들은 논과 논의 경계까지 눈에 들어올 정도로 선명했습니다. 그림으로 치자면 화려한 수채화에 비교할 수 있을까요? 굳이 둘중 어느 것이 좋았냐고 묻는다면 첫번째의 느낌이었습니다. 처음이라 강렬했던 탓일까요? 그러고보니 미황사에서 보았던 화려한 빛과 색깔들과도 정반대의 느낌으로 도솔암을 해석하고 있습니다.

 

사람이건 자연이건 가끔은 무색무취한 것이 좋을 때도…

 

암튼 도솔암에선 혼자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사람이고 자연이고 때론 무색무취한 것이 좋다고 말입니다.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비가 오락가락한 날 도솔암에 가보시길 권합니다. 그럼 또 다른 극락세계가 펼쳐질 겁니다.

 

영상에는 노래가 많이 등장합니다. 심진 스님과 촛불을 열창해주셨던 금강스님까지...

마지막으로 일행분들과 올라가는 버스안에서 인사를 하는 관계로 주의깊게 앵글에 담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기억나는 얼굴들은 편집에 방해되지 않는 범위에서 최대한 담으려고 노력했다는 사실은 꼭 알아주세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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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혹시 영상이 필요하신 분이 있다면 저에게 살짝 메일 주세요. 영상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글·영상 박종찬 기자 pj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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