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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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행스님의 호스피스 병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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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작은 언덕 오르면 망망한바다가 끝없이 펼쳐지던 남녘에서 태어났다. 그곳에서 나이가 같았던 남자아이와 함께 7살까지 한 동네에서 어울리며 자랐다. 3년 전, 소꿉친구였던 그 거사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40년만의 연락이어서 무척 반가웠다. 하지만 거사님은 아들이 완치가 어려운 병을 진단받았다며 힘들어했다. 당시 겨우 17살이던 거사님 아들은 폐로 전이된 암으로 인해 세 번의 큰 수술을 받는 등 고통의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3년의 시간이 흐른 며칠 전, 나는 거사님에게 문자 한통을 받았다.


“스님, 갔습니다. 그 녀석이 가버렸습니다.”


거사님은 아들을 잃은 슬픔으로 흐느끼고 있었다. 아들은 3년 동안 몸과 마음을 괴롭혔던 온갖 고통을 이승에 놓아두고 늙은 할머니와 부모님 곁을 훌쩍 떠나버렸다고 했다. 꼭 살아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아들의 죽음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고 했다. 거사님이 땅바닥에 주저앉아 문자를 보내는 모습이 눈에 선해 병원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어린 나이에 고생만 하고 떠난 아이의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 지켜주고 싶었다.


영안실에 도착하니 아이의 어머니는 허수아비처럼 흔들거리다 혼절해버렸고 아버지는 땅을 치다 자식을 끌어안고 관속에 함께 엎어져 있었다. 가버린 사람이 남긴 고통을 남은 사람들이 떠안고 있었다. 오랫동안 많은 죽음을 보아왔음에도 결코 익숙해지지 않는 그 모습이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거사님 아들에게 다가갔다. 아들은 편안한 모습이 아니었다. 전신으로 암이 전이돼 더 이상 가망 없었던 아이에게 치료를 강행한 흔적이 여기저기 보였다. 너무 많이 부어버린 아이의 얼굴은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입술에는 인공호흡기를 달았던 듯, 터지고 피가 난 흔적이 역력했다. 죽는 순간까지 느꼈을 그 애의 고통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 병원에도 호스피스 병동은 있었는데, 왜 꼭 이래야만 했을까 싶었다.


안타까움과 함께 현대의학의 과잉치료에 대한 거부감이 일었다. 하지만 의사와 병원 그리고 보호자의 입장을 너무나 잘 알기에 한 마디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거사님은 고통스럽게 떠난 아들의 모습을 믿을 수 없었던지 분노를 터뜨렸다.


“내 아들에게 도대체 무슨 짓을 한겁니까.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믿을 수가 없어요. 내 아들 살려주세요. 내 아들 살려달라고요.”


입관실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그 순간, 거사님이 느끼고 있을 고통이 비수처럼 가슴을 찔렀다. 거사님은 아들을 붙잡고 울부짖었다.


“모진 것아. 이 아버지에게 한마디 말이라도 하고 가지. 더도 말고 딱 한마디만.”


아들이 죽으리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었던 거사님 부부는 호스피스 병동이 아닌 중환자실에서 아이를 돌봐왔다. 하지만 치료는 쉽지 않았고 결국 마지막 순간까지 아픈 아이도, 지켜보는 부모도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부모에게 태산 같은 고통과 상처만을 남기고 가버린 아들. 그는 결국 아무 말 없이 관속에 들어갔다. 그리고 다음날 한줌 재가 되어 처음 태어났을 때처럼 부모가슴에 안겼다. 아들을 품에 안은 부모는 하염없이 눈물만 흘릴 뿐, 어떤 것도 해줄 수가 없다.


사람은 다양한 경험 속에서 살아간다. 그 중에서도 죽음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특히 가족 중에 질병으로 죽음이 예측 될 때는 마지막 여정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면밀히 준비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나아가 전문가들에게 도움을 청한다면 떠나는 사람과 남은 사람에게 더욱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대개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생명이 완전히 멈출 때까지 삶의 끈을 놓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헛된 희망으로 얼마 남지 않은 시간마저 의미 없이 날려버리고 마는 것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행복한 죽음, 평온한 마무리에서 멀어지고 만다. 그렇게 된다면 결국 죽음은 준비 없는 죽음으로 끝나버린다.


13340403647739.jpg죽음 앞에 서기 전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하는지 생각해야 한다. 우리가 언젠가는 꼭 마주치게 되는 죽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생각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천으로 옮겨야한다. 그럴 때 우리의 마지막 삶이 존엄하고 행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능행 스님 정토마을 이사장 jungtoh7@hanmail.net




출처 : 법보신문 www.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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