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서로 마음을 열어 고민과 아픔을 나누고 치유하며 행복을 모아내는 게시판입니다.


꼰대가 될 수 없어 행복해요


김조광수1.JPG

여름 햇살이 따가웠던 지난달 21일 서울 혜화동 청년필름 사무실 앞에서 자세를 취한 김조광수 감독.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토요판] 김두식의 고백

‘게이 영화감독’ 김조광수씨


지하철에서 중년 여성 두 분이 흘끗흘끗 저를 쳐다봤습니다. 마침 한양대생 이문식이 임수경 방북사건 재판정에서 “임수경 만세!”를 외치고 구류를 살게 된 부분을 읽던 참이었습니다. 요즘 잘나가는 배우 이문식씨의 얼굴이 떠올라 피식 웃음이 터졌습니다. 그러자 아주머니들은 책 제목을 한 번, 제 얼굴을 한 번 쳐다보더니 ‘다 알겠다’는 듯 의미 있는 눈빛을 주고받았습니다. 뭐가 잘못되었나 싶어 제가 읽던 책 표지를 확인했습니다. 시커먼 표지에 빨간 제목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나는 게이라서 행복하다>. 아차, 저도 모르게 슬며시 제목을 가렸습니다.


<나는 게이라서 행복하다>는 장편 데뷔작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두결한장)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김조광수 감독을 인터뷰한 책입니다. 너무 재미있어서 한달음에 읽고 나니 엉뚱한 고민이 생겼습니다. 자기 인생을 이렇게 속속들이 바닥까지, 그것도 인터뷰 형식으로 털어놓았는데, 지면의 제약을 받는 신문 인터뷰에서 더 끌어낼 이야기가 과연 뭐가 있을까. 인터뷰를 취소해야 할지, 최우리 기자와 함께 심각하게 고민했습니다. 결론은 김조광수를 믿고 그대로 가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서울 혜화동 ‘청년필름’ 근처의 카페에서 그를 대면하는 순간, 우리는 그 고민이 한낱 기우였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는 끝없는 이야깃거리를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호모포비아들한테 이렇게 대응했다


-<나는 게이라서 행복하다>의 겉표지를 벗겨내면, 다른 제목이 나오더군요. 인쇄하는 중간에 제목을 바꾼 건가요?


“청소년의 경우 동성애자 모임에서 받은 자료집이나 책 때문에 아우팅(원치 않는 정체성의 공개)이 많이 돼요. 아이들의 사


생활을 보장하지 않고 책장을 마구 뒤지는 나라니까요. 그런 친구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일부러 두 개의 표지를 만든 거예요.”


-실수가 아니었군요. 책과 영화를 동시에 냈으니 참 대단한 기획력입니다.


“원래는 결혼식까지 함께 할 예정이었는데 그렇게는 안 됐죠. 작년 3월에 제 파트너가 커밍아웃을 하고, 파트너의 부모님께 인사도 드렸지만, 부모님은 파트너가 공개 결혼식까지 하면 호모포비아들의 공격에 노출되고 당신들의 사생활도 드러날까 걱정하시는 것 같아요. 주변을 정리할 시간을 달라고 하시는데, 우리가 기다리는 게 정답인 것 같아서 기다리는 중이죠.”


-결혼제도 자체에 대한 회의도 많은데, 예식이 그렇게 중요할까요?


“결혼식 세리머니가 어릴 때부터 로망이었어요. 결혼식을 노천극장이나 광장 같은 곳에서 아주 큰 공연으로 기획하고 축의금을 많이 모아 동성애인권센터를 만들 계획도 있고요. 김혜수씨가 사회를 보고 한류스타들이 노래를 부르는 멋진 결혼식을 통해서 우리 사회가 이만큼 열려 있다는 것도 보여주고 싶어요. 센터가 설립되면 결혼식을 원하는 다른 동성애자들의 예식도 해줘야죠. 사회적 편견을 단숨에 깨는 역할을 하리라 생각해요. 이성애자하고는 형편이 다르죠. 운동 차원에서도 필요한 일이에요.”


-19살 연하 파트너와의 동거 사실을 밝힌 데 따른 불이익은 없나요?


“그런 게 포털 검색순위로 올라가는 걸 보면 좀 웃기죠. 호모포비아들의 공격에도 시달리게 되고요. 게이도 싫은데 19살 연하와 사귀는 게이는 얼마나 싫겠어요?(웃음) 하지만 저는 남들이 뭐라 하든지 ‘남들 때문에 사는 거 아니고 나 좋자고 사는 건데’ 생각하고 신경을 안 쓰는 편이에요.”


-그래도 인터넷 댓글을 보면 끔찍하잖아요.


“디워(D-War)를 비판했을 때 저에게 달린 댓글들을 보니 대부분 호모포비아들이 맥락도 없이 비판하는 것이었어요. 가끔은 ‘너희 아버지 뭐나 빨아라’ 하는 글도 있었는데, 그러면 제가 가서 실명으로 댓글을 썼죠. ‘우리 아버지 2년 전에 돌아가셨거든. 빨고 싶어도 못 빨아, 이년아!’(웃음) 욕설하는 사람의 블로그에 들어가 보면 ‘나른한 오후에 상큼한 라테 한 잔?


’ 하고 우아한 척하는 글이 올라 있을 때도 있어요. 제가 가서 ‘나한테 욕설 쓰면서 이럴 수가 있냐?’고 하면 제 댓글을 삭제하거나 자기 글을 삭제해요. 이번에 ‘19세 연하’로 포털 검색순위에 올라간 뒤 팬들이 ‘댓글이 비등비등해요. 좋아졌어요’라고 하기에 들어가 봤더니 좋아지기는 뭘.(웃음) 예전에 제 편이 5퍼센트였다면, 이제 20퍼센트쯤 된 걸 좋아졌다고 하는 거예요. 역시 댓글은 볼 게 아냐.”


-탁현민, 곽현화씨와 함께 ‘나는 딴따라다’ 진행도 맡으셨는데 일종의 ‘나꼼수’ 문화판이죠?


“성소수자 문제와 관련해서 우리 편을 넓혀야 한다는 마음으로 참여했어요. 나꼼수 팬 중에는 남성주의 마초도 많잖아요. 마초를 동경하는 여성분들도 있고. 탁현민씨가 같이 해보자고 제안하기에 ‘내가 나꼼수에 비판적인데도 상관없냐?’고 했더니 괜찮다고 하더군요. 탁현민씨랑 안 맞을 줄 알았는데 만나고 나니 귀여운 면이 있어요, 마초인데 귀여운 마초.(웃음) ‘


나는 딴따라다’를 통해서 성소수자에 관심을 갖게 됐다거나 조금씩 저를 좋아하게 됐다는 분들이 생겨서 기뻐요. 다만 이걸 계속하면 세무조사, 민간인 사찰 받는 것 아니냐고 주변에서 걱정들은 하시죠.”


1965년 서울에서 태어난 김조광수의 삶은 여자애들과 함께 둑길의 쑥을 잔뜩 뜯어와 어머니의 칭찬을 들으며 함께 쑥떡을 만들어 먹은 추억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중학교 때는 멋진 남자 선생님과 친구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뛰었습니다. 그러나 “호모는 전염되는 나쁜 병”이라는 가르침 때문에 “친구에게 들킬까봐, 전염시킬까봐” 두려움에 떨며 어둡고 우울한 청소년기를 보냈습니다. 국어 교사를 꿈꾸었지만 “교직보다는 연극이나 영화배우가 훨씬 어울릴 것 같다”는 선생님과 선배의 조언

을 듣고 1983년 진학한 것이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 대학 내내 엔엘(NL) 운동권으로 활동한 그는 군 제대 후 인문대 학생회장까지 지냅니다. 당시 함께 활동했던 이문식, 정윤철, 김명준, 권해효, 정지우, 김용균 등의 후배들은 그를 “들국화의 노래도 퇴폐적이라고 못 듣게 하던 과격한 선배”로 기억한다고 합니다. 운동권 투사는 동성애자라는 정체성을 누구에게도 밝힐 수 없었습니다.


“엄혹한 시기에 나의 정체성 때문에 전선을 흐트러뜨릴 수가 없었어요. ‘운동권 혼숙’ 같은 터무니없는 기사도 나오던 시절이라, 보수언론에 ‘전대협은 호모 소굴’이라는 기사라도 나올까봐 겁이 났던 거죠. 후배인 임종석(전대협 의장)하고 방도 같이 쓰고 그랬는데, 당연히 아무 일도 없었지만, ‘임종석의 애인’ 이렇게 나오면 큰일이잖아요.(웃음) 당시 피디(PD) 중에는 성소수자 인권운동에 눈을 떠가는 사람도 있었지만, 엔엘의 분위기는 그렇지 못했어요. 엔엘한테 동성애는 미제의 썩

은 문화였을 뿐이죠. 정체성을 숨길 수밖에 없었어요.”


-임수경씨 방북사건 후에는 구속도 됐죠?


“임수경 방북 후에 종석이는 수배가 되었고 누군가 대신 기자회견을 해야 했는데, 종석이가 ‘광수 형이 하는 게 제일 낫겠다’ 그랬어요. 자타가 공인하는 딴따라니 붙잡혀갈 리 없으리라 생각했던 거죠. 하지만 제가 기자회견장에 들어가니까 웬걸, 기자는 달랑 한겨레와 조선 둘이고 나머지 300명은 사복경찰이었어요.(웃음) 바로 구속이 됐고, 집행유예를 받아 나왔죠.”


호모는 전염되는 나쁜 병?

친구에게 전염시킬까봐

두려움에 떤 우울한 청소년기

2000년 어머니께 커밍아웃하자

“널 알게 해줘 정말 고맙다”


김조광수2.JPG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때 남편에게 맞고 사는 여자들처럼…


-정체성을 감추기 쉽지 않았을 텐데요.


“당시에 저는 예쁜 여자친구라면 동성애를 고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아주 예쁜 여학생과 데이트를 했는데, 상대방도 곧 저를 좋아했어요. 이유를 물으니 ‘솔직히 다른 남자들은 두 번만 만나면 여관부터 가자고 하는데, 너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다’고 하더군요.(웃음) 저만 자기를 욕망의 달뜬 눈으로 쳐다보지 않았다는 거예요. 거기다가 다른 남자들은 옷 사러 가면 금방 피곤해하는데 저는 두 시간씩 같이 다니며 코디까지 해주니까 좋아했던 거죠.(웃음) 하지만 5~6개월이 지나도 

계속 스킨십이 없으니까 나중에는 자꾸 어두운 곳으로 데리고 가며 ‘정말 나를 사랑하냐?’고 묻더라고요. 그래도 저는 장난만 쳤죠. ‘너를 지켜주고 싶어서’라는 식의 거짓말도 했지만 결국은 ‘널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고 솔직하게 고백했어요. 나중에 제가 커밍아웃하고 나서 그 친구는 오히려 마음의 치유를 받았대요.”


-게이로서 욕망을 참지 못할 때는 없었나요?


“조직에서 선후배 남자들을 좋아한 적은 있지만 한 번도 말하지 못했어요. 90년대 초반에는 종로3가의 파고다극장을 알게 되어 그야말로 참을 수 없을 때면 그곳을 찾아 하룻밤 상대를 만나기도 했죠. 혹시 잡힐 때에 대비해서 영화사적으로 중요한 영화를 할 때만 골라서 갔고요.”


1993년 한총련 출범식을 마친 뒤 엔엘 운동권과 결별한 그는 94년 ‘영화제작소 청년’에 참여했고, 98년 청년필름을 설립하여 대표가 됩니다. 청년필름은 99년 첫 장편 <해피엔드>를 칸영화제에 보낸 이후 <와니와 준하>, <질투는 나의 힘>, <귀여워>, <후회하지 않아>, <분홍신> 등 열혈 팬을 확보한 문제작을 연달아 내놓았지만, 재정 형편은 늘 바닥이었습니다. 13년을 통틀어 봉급 1천만원만 받고 버틴 영화제작자 김조광수는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과 <의뢰인>이 각각 470만, 240만의 기록적인 관객을 동원한 2011년에야 비로소 빚더미에서 벗어났습니다. 어려운 형편의 그가 2000년부터 제작부와 연출부에게 월급 형식의 개런티를 지급한 것은 영화 제작환경 개선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영화사내 노조 설립을 격려하고, <조선명탐정>의 수익을 스태프들과 나눈 것도 우리 영화판에서는 이례적인 일이었습니다. 2008년부터는 “주목받고 싶은 연예인병”을 이기지 못해 <소년, 소년을 만나다>, <친구 사이?>, <사랑은 100℃> 등 주로 동성애자의 성장 과정을 그린 영화를 직접 감독했고, 이 작업은 로맨틱 코미디인 첫 장편 <두결한장>으로 이어집니다.


-회사 대표가 노조 설립을 격려하다니, 재미있군요.


“한때는 사장실에서 노조 회의도 했어요. 민주노총 분들이 우리 회사를 방문한 날 조합원들이 사장실에 모여 있으니까 벌써 사장실을 점거했냐고 할 정도였죠. 제가 인사를 하니까 ‘농성중인데 대표가 나오다니 가증스럽다’고 막 째려보고.(웃음) 대규모 노동자 집회에 나갔는데 직원들이 아무도 없어서 ‘왜 안 나오냐?’고 전화하면 ‘우리가 거기까지 나가야 해요?’ 


하며 귀찮아했어요. 그렇게 2~3년 있다가 노조가 없어졌죠. 대표만 적극적이었던 거예요.”


-커밍아웃하는 데 시간이 꽤 걸렸죠?


“영화 일을 시작하면서 영화 하는 친구들에게, 2000년대 초반에 부모님께, 2006년에 사회적으로 완전히 커밍아웃했어요. 엄마는 ‘평생 너의 본질을 모르고 살다가 죽었으면 정말 억울했을 것 같다. 네가 커밍아웃해줘서 너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훨씬 더 친밀한 모자관계가 돼서 고맙다’고 하셨죠. 뭔가 이상한데 왜 그런지는 몰라서 본인의 잘못으로 돌리고 서로 멀리하던 것이 커밍아웃하면서 쫙 풀린 거예요. 사회적으로 커밍아웃한 뒤에는 오히려 활동영역도 넓어지고 자신감도 생겼어요. 저 때문에 투자를 꺼리는 사람과는 일을 안 하면 그만이고요.”


-감독님의 영화나 인터뷰를 보면 의식적으로 어두운 얘기는 피하시는 것 같습니다. 이별 얘기도 하나쯤 들려주시죠.


“예전 파트너에게 맞고 산 적도 있어요. 첫눈에 반하는 사랑이 저의 로망이에요. 초반에 저를 많이 좋아하는 사람에게 끌려요. 그런데 그런 사람은 집착이 강하기 쉽죠. 자기가 무시당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정신적으로 확 돌면서 손찌검을 하고, 그러고는 미안하다고 울면서 매달리고. 남편에게 맞고 사는 여자들과 제가 똑같았어요. 그 순간만 지나면 그 사람이 너무 안타깝고 내가 구원해주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느낌. 옆집의 신고로 경찰서에 간 적도 있는데, 경찰은 ‘당신들 호모야? 호모들이 드러내놓고 싸우기도 하는군’ 하면서 비아냥거리고. 그런데도 1년을 더 살았어요. 마지막에는 도저히 안 되겠다, 나부터 구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헤어졌죠. 왜곡된 사랑이었어요.”


영화감독 김조광수씨

김남길, 유아인, 이제훈 발굴

게이 눈이 이성애자 여성보다

조금 앞서 있어요

신인 남자배우가 어떠냐고

기획사에서 물어볼 때가 많지요

수상식장 프러포즈가 스스로도 가장 대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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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광수 감독



-게이들은 사랑의 유효기간이 짧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이성애자들은 일상적인 연애가 가능한데 우리는 아니잖아요. 주로 게이바 같은 업소, 커뮤니티, 인터넷 채팅 등을 통해서 상대를 만나게 되죠. 욕망이 들끓는 남자들이라 스파크가 금방 일어나요. 아우팅 문제 때문에 서로의 신상을 묻지 않고 눈빛만 교환한 뒤 바로 대시할 때도 있죠. 금방 불타올랐다가 금방 식기도 한다는 점에서는 유효기간이 짧을 수 있지만, 사회적인 억압 앞에 똘똘 뭉치면서 유효기간이 연장되는 면도 있어요. 만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이런 괜찮은 사람을 언제 또 만

날지 몰라 더 오래가기도 하는 거죠.”


-게이 감독이라 캐스팅의 어려움을 겪기도 했죠? 그런데도 김남길, 유아인, 이제훈 등 신인 배우를 많이 발굴하셨는데.


“게이라는 이미지가 씌워지면 광고주가 선택을 안 할까봐 꺼리는 경우는 있어요. 그러나 게이의 눈이 이성애자 여성의 눈보다 조금 앞서 있어서 신인 발굴에는 유리해요. 아직까지 다수의 이성애자 여성들은 좋아하지 않는데 게이들이 보고 ‘얘 괜찮아. 뜰 것 같아’ 그러면 곧 뜨는 식이죠. <섹스 앤 더 시티>에도 남자 모델의 경우 먼저 게이 대상 광고에 내보내고 반응이 좋으면 다음에 소녀들, 그다음에 나이 든 여성을 대상으로 한 광고에 내보낸다는 얘기가 나오거든요. 그래서인지 기획사에서 신인 남자배우가 어떠냐고 저에게 물어볼 때가 많아요. 그러면 얘기를 해주죠. 이 얼굴에는 키가 커야 해, 얘는 외모는 괜찮은데 키가 커서 안 돼, 얘는 성형을 해줘야 해, 얘는 성형하면 절대 안 돼, 이제훈은 코가 백만불짜리니 다른 데는 모르겠고 코는 놔둬라.(웃음)”


-인생에서 가장 따뜻했던 순간은?


“<두결한장>으로 2010년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상을 받으면서 수상 소감으로 ‘평생 나랑 살아줬으면 좋겠다’고 파트너에게 프러포즈를 했어요. 나 자신이 로맨틱해 보인달까, 스스로 대견했던 순간이죠.”


-게이라서 정말 행복한가요?


“저는 꼰대가 되고 싶지 않은데, 게이이기 때문에 꼰대가 될 가능성이 계속 차단되죠. 사회적 약자이기 때문에 기득권으로 가기가 어려우니까요. 그래서 행복해요.”


그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웃음과 눈물이 동시에 터져 나올 때가 많았습니다. <두결한장>을 보면서도 그랬습니다. 자기 정체성을 깊이 고민하고 받아들인 사람만의 독특한 향기가 제 웃음과 눈물의 원천을 함께 건드리는 것 같았습니다. 자기가 누구인지를 아는 것은 동성애자뿐 아니라 모든 인간의 과제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김조광수는 다음 세대에게 “고민이 너무 많으면 일을 그르친다. 자기가 좋아하는 게 있으면 재지 말고 일단 해보라”고 조언했습니다. 소심한 저부터 새겨들어야 할 얘

기였습니다.


녹취·진행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김두식.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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