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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권괴초

일반 조회수 17405 추천수 0 2014.02.19 12:33:28

는 바야흐로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1983년 가을, 중학교 1학년 기말고사가 끝난 후였습니다. 그동안 고생했다는 의미로 학교에서 단체로 무술 영화를 보러 가게 하였는데 그 때 난생 처음 보게 된 홍콩 영화가 바로 성룡(成龍)이 주연한 '소권괴초'였던 것입니다.


할아버지를 죽인 원수를 주인공이 천신만고끝에 통쾌하게 복수하는 내용인데, 그 현란한 무술과 권선징악적 스토리가 어린 마음에도 얼마나 재미있던지요. 영화가 끝나자마자 저와 친구들은 열광하기 시작했고, 입으로 휙 휙 소리를 내며 뾰족한 손으로 친구의 어깨를 사정없이 공격하기도 했습니다. 오래된 원수를 만나기나 한 것처럼 되도 않는 중국말로 소리치며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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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우연한 기회로 무술영화에 재미를 들인 저는 친구들과 구하고 구해서 성룡의 또 다른 영화인 '취권(醉拳)'이라는 영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술에 취할수록 강해지는 권법은 또 어찌나 깔깔깔 웃게 만들었는지요.

 

미천한 주인공의 실력이 고수를 만나 일취월장하는 장면에서는 당장 부모님께 하직인사를 올리고 쿵후의 본산 샤오린스(少林寺-소림사)로 찾아가고 싶게 만들었습니다. 스승만 잘 만나면 누구든 어렵지 않게 무술의 달인이 될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요.

 

그런데 특이한 것은 영화속 주인공을 가르치던 사범의 훈련 방식이었습니다. '소화자'라는 이름의 이 주인공 사부는 항상 술에 쩔어 있어 건성건성해보이는 데다가, 화려한 권법을 전수해 주기는 커녕 매일같이 빈 항아리에 물 길어다 붓기,  기마 자세로 오래 버티기등 재미없고 따분한 훈련만 제자에게 시키는 것이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주인공은 실망한 나머지 여러 꼼수를 써서 훈련을 건너 뛰려 하는데, 매번 자신보다 한 수 위인 사부에게 들키고 말아 더 큰 고생을 자초하곤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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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언제든 도망칠 기회를 엿보던 제자는 어느 날부터인가 배우지 않은 기술들이 너무나 쉽게 익혀지고 바위도 깨뜨릴 것 같은 자신의 근력에 스스로 놀라워하면서 조금씩 스승을 신뢰하게 됩니다. 그리고 마침내 영화가 종결 부분에 이르게 되면, 그동안 감춰졌던 이 훈련의 진가가 나타나기 시작하지요.

 

상대적 열세일 수 밖에 없었던 할아버지의 원수(절대고수)와의 싸움에서 주인공의 기초 체력과 균형잡힌 자세는 상대로 하여금 먼저 지치도록 유도하게 만들고, 화룡점정을 찍듯 사부가 전승해준 비밀의 권법으로 적을 완전히 쓰러뜨림으로써 영화는 대단원의 막을 내립니다. 화려한 필살기를 배우기 전, 오랜 시간 기초 훈련이 선행되어야만 가능했던 일인 것이지요.

 

따라서 술주정뱅이에다가 고집불통인줄로만 알았던 소화자는 알고보면 주인공인 성룡에게 진정한 스승이었던 셈입니다.

만일 제자의 신뢰가 중간에 끊겼다거나, 혹은 스승이 주인공을 참제자로 여기지 아니했더라면, 아마도 겉멋 가득한 무술 품새만 알려 주고 돈만 가로채 갔을 것입니다. 그랬더라면 주인공은 할아버지의 원수를 갚기는 커녕 또 다시 비참히 패배하여 자신도 죽거나 패가망신 하였겠지요.

 

진정한 강자를 만들어 주기 위해 조금도 제자와 타협하지 않는 스승의 대쪽같은 사랑, 그리고 이러한 스승을 무한 신뢰하는 제자의 순정과 열정,  이 두 마음이 만나 거칠은 원석이 아름답고 빛나는 보석으로 재탄생할 수 있었던 것인데 그러므로 소권괴초나 영화 취권의 진정한 주인공은 성룡이 아니라 바로 이 사람, 스승 소화자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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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영화 얘기는 그만 하고 이번에는 실제 제가 모시고 있는 스승님을 소개하겠습니다.

우선 저의 사부님 역시 위에 언급한 소화자와 똑같다 보셔도 무방합니다.  

아니, 어떤 면에선 소화자보다 더 지독한 분이라 말하고 싶군요.(외모는 사부님이 좀 나은 것 같기도..)


이렇게 독설을 던지는 것은 제가 교회를 세운 후 지금까지 스승님은 보통의 개척 목사들이 곧바로 취하는 액션- 가령 성도를 모으기 위한 전도나 포교, 혹은 교회 성장을 위한 모든 기획-들을 내게는 전부 엄금하셨기 때문입니다. 


저도 책임져야 할 가족이 있으니 어떻게든 교회의 자립을 서둘러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도 사부님은 귀가 어두운건지 도무지 소통이 안되시는 분이라, 제 얘기는 듣지도 않으시고 무려 2년 가까이 가혹하고도 재미없는 훈련들만 강제하시는 것이었습니다. (다시 생각해보니 외모도 소화자와 비슷했던 것 같음)


그 때 받았던 훈련들을 몇가지 요약해 볼까요? 트레이닝 제목과 제가 받았던 훈련 일수를 명시하겠습니다.

우선 첫번째, 항아리에 물 담는 훈련입니다. 

 

1.  빈 항아리에 물 길어 담기  -  18개월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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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훈련은 독에 담긴 물을 다시 길어내 또 다른 독에 채우는 것입니다. 결국 항아리 전체는 절대 채워지는 법이 없으며 물은 돌고 돌아 항상 처음과 같은 수량(水量)만 남아있게 되지요)

 

저희 교회는 항아리의 물이 항상 처음과 같듯 지금껏 단 한명의 성도도 증가되는 일이 없었습니다. 훈련기간동안 스승님께서 그 어떠한 전도나 포교행위를 금하셨기 때문이지요. 

 

대신, 영화속 주인공이 이리저리 항아리를 뛰어 다니느라 종아리에 힘줄과 균형 감각이 생겼던 것처럼, 저 또한 사람만 많이 모이면 영광이 되리라는 식의 단순 아메바적 사고력은 완전히 소멸되고 하나님이 받으시는 예배와 교회에 대해  새롭고도 균형있는 시각을 갖출 수 있었습니다. 사람의 영광을 구하지 않게 되었으니 제 팔 다리가 무쇠처럼 강해진 것입니다.

 

2.  그릇 올려놓고 기마자세로 오래 버티기 -  24개월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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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속에서는 가끔 심술궂은 사부가 와서는 몸을 배배 꼬는 제자에게 뜨거운 물을 그릇에 부어 버립니다. 그러면 잔이 기울어질까 염려한 제자의 몸이 곧바로 제자리로 돌아가게 되는 신통력이 발휘되지요) 

 

교회에는 할 일이 참 많습니다. 

널리 유행하고 있는 특별 새벽기도회(줄여서 특새라 하더군요)를 비롯하여 수요예배나 금요철야예배, 그리고 가슴에 띠 두르고 하는 무슨 무슨 사경회및 각종 세미나와 심방 등등...

 

그러나 사부님께서는 이렇게 재미난 것을 하나도 못하도록 저에게 기마자세를 취하게 하시고는 팔 다리 어깨위에 말씀, 기도, 성령, 지식, 깊음이라 쓰인 각각의 그릇들을 올리셨습니다. 그리고 행여나 그릇을 떨어 뜨리기라도 하면 다시 올려 놓으실 뿐만 아니라 가차없이 그릇 위에 뜨거운 물까지 부으시는 친절함도 베푸신 것이지요.

 

휴~   얼마나 많은 세월들을 사부님께 대한 불신과 불평으로 번민해야 했는지..

때로는 '저 사람은 내 스승이 아닌 것이 분명하도다' 마음먹고서 도망칠 궁리까지 하곤 했답니다.

 

그런데 이러한 수련을 1년이 넘도록 하다보니 태양이 작렬하는 사막 위 뜨거운 모래 바람속에서도 어럽지 않게 하나님을 만나 제단을 쌓을 기도의 영력이 생기더군요. 언제부터 이런 영성이 생겼는지는 정확히 기억 나질 않습니다. 따로 배운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3. 거꾸로 윗몸 일으키기, 손목으로 팔굽혀 펴기등 종합 무술 훈련 코스 -  12개월 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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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으로 팔굽혀 펴기는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아야 한다는 자비량권법의 대가 바울사범이 고안한 훈련으로서, 손에 힘이 없다 핑계대지 말고 손목 힘이라도 길러서 반드시 일을 하여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거꾸로 매달려 윗몸 일으키기는 복근육을 강화함과 동시에 말 그대로 세상을 거꾸로 보는 훈련입니다.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도록 변화시키는 체질 개선 프로그램인데 주변의 인정이나 영광받기를 싫어하는 훈련,  돈을 사랑하지 않고 다 내어버리는 훈련, 교회를 이익의 재료로 생각하지 않는 훈련등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이외에도 여러 트레이닝과 훈련의 모습이 있겠습니다만 이 정도 소개로 끝을 맺어도 될 듯 싶군요..


국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누가 됐든지간에 교회를 세운 사람에게는 스승께서 반드시 이와 같은 훈련을 시킨다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교회를 세우자마자  고속 성장하는 교회가 있다면 역설적으로 그 사람은 스승님의 참제자가 아님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지요.

 

선생님께서는 분명한 어조로 말씀하시길, 입에 단내가 날만큼 가혹한 수련 없이는 견실히 성장한 교회라 할지라도 원수된 자의 가공할 시험을 만나게 되면 돌 하나도 남지 않고 다 무너지게 되리라 하셨습니다.

그러므로 무론대소하고 위와 같은 트레이닝은 선택 사항이 아니라 필수 항목인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볼때 최근 기쁨의 교회 이승원목사님의 행보에 대하여는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목회자를 대상으로 한 지도자 세미나를 정기적으로 열고자 하시던데, 물론 개척한지 2년만에 벌써부터 성도가 170명이나 되는 등 빠른 교회의 성장 비결을 동료 선,후배 목사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아직 우리는 빈 항아리에 물 길어담기같은 훈련과정에 더 집중해야 할 시기가 아닐까요? 거꾸로 윗몸 일으키기 할 때 목사님의 등짝은 얼마나 까졌는지 살펴보고 싶군요..

2년이라는 시간은 트레이닝받기에도 부족한 시간입니다. 그런데 벌써부터 동료 목회자를 대상으로 지도자 세미나를 여시다니 결국 다 같은  훈련생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 앞서 나가는 건 아닌가 염려됩니다.

 

하나님이 말씀하시기를 받으시는 아들마다 징계한다 하였고 이것이 없으면 사생아라 하였습니다. 만일 목사님 스승이 저의 스승과 같은 분이라면 결코 목사님도 훈련에서 열외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우리 스승님이 그러실 분이 아니시거든요.... 

따라서 앞만 바라보지 마시고 차근차근 뒤도 한번 돌아다 보시기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쨌든 여러분 모두 긴 글 읽으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아래에 띄우는 동영상은 영화속 주인공이 사부의 가르침을 받아 마침내 취권을 완성하는 장면입니다. 무술의 고수만이 할수 있는 절제된 힘과 유연한 각도를 느긋하게 감상해 보십시요.

 

맨 마지막에 흐뭇한 표정으로 제자를 바라보는 소화자의 모습은 정말이지 저의 스승님을 똑같이 닮았습니다. 그러다보니 영화속 인물에 저절로 감정이입 되는군요.

물론 소화자가 제 사부는 아니지요. 저의 스승님 이름은 '예수'라 하십니다.  스승중의 스승이요 사부중의 사부이신 분인데 성룡보다도 더 잘생긴 분입니다.

 


       


지금까지 제가 심신의 수련 과정을 무술로 은유하여 설명하였으나 실상은 이것을 은유로만 해석하시면 안됩니다. 깊은 영적 세계로 인도되다 보면 공중의 악한 영들과 관념적인 싸움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속 장면과 같은 몸과 몸이 부딪히고 피와 살이 튀겨지게 되는 물리적 싸움이 실제로 존재함을 알게 되기 때문이지요.

 

그 무예와 신공과 비상함을 기껏 사람의 무술로는 형언할 수 없으니, 땅을 접어 먼거리에 빨리 도달한다는 축지법이나 손을 대지 않고도 바람으로 적을 쓰러뜨리는 장풍의 기술등 이러한 무공들은 인간 세계에서는 쓰일 수 없고 하늘과 공중에서만 사용되는 것인데 이것이 땅에까지 구전되어 지금처럼 널리 알려지게 된 것입니다. 마치 영의 세계에서만 실존하는 용(龍)이 세상에도 널리 알려진 것처럼...

 

그러므로 성령께서는 제 비유와 은유가 적절하였다 평가하실 것이니 이 모든 것을 믿기 힘들어도 믿으십시요. 저는 확실하지 않은 것은 말하지 않는답니다. ^^

"내가 땅의 일을 말하여도 너희가 믿지 아니하거든 하물며 하늘 일을 말하면 어떻게 믿겠느냐"  (요한복음 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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