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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샌델의 "JUSTICE" 감상문

일반 조회수 7371 추천수 0 2011.04.16 20:19:03
To. 어딘가에 곤하게 잠들어 있을 정의. 너에게……
 
안녕. 정의친구!
나는 사회의 모순에 답답함을 느끼는 나이 많은 대학생. 보민이야.
우리가 친구가 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어쩌면 정의, 너도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말이야.
나는 소통할 수만 있다면 누구든지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우리가 너에 대해 많은 부분들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밝은 느낌이 든다.
그러니까 편하게 말을 하도록 할게.
어쩌면 나보다 나이가 훨씬 많아서 정의 할머님이라고 불러야 할지도 모르겠어.
 많은 철학자들은 고대시대부터 너의 존재에 대해 여러모로 궁금해 하고, 알고 싶어했잖아.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그리고 칸트까지 그리고 성경에서도 너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는 것을 보면, 그리고 여전히 지금도 너의 존재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을 시도하는 것을 보면 넌 정말 대단한 친구인 것 같아. 넌 멋진 녀석이겠지?
그런데 말이야…… 어쩌면 우리가 친구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무서운 생각이 든다.
 너는 아주 오래 전에 태초부터 잉태 되었는지도 몰라……
그런데 여전히 뱃속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아.
어쩌면 세상에 나와보지도 못하고 뱃속에서 죽임을 당한 것은 아닐까?
몇 달 전 나는 맑시즘 포럼. 낙태는 죄인가? 여성이 선택할 권리인가를 주제로 한 토론회에 참석한 적이 있어.
토론 내용 중에 낙태를 여성이 선택할 권리로 보는 여성인권운동자의 말에 의하면 태아는 스스로 숨을 쉴 수가 없기 때문에 자연인. 그러니까 사람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말을 듣고 적지 않게 충격을 받았었지.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정의! 너는 완전한 존재가 아니기 에, 그리고 여전히 수 천년 동안 잉태된 상태에서만 머물러 있었기 때문에 그래서 나는 너라는 존재가 익숙하면서도 멀게 그리고 어색하게만 느껴진다.
너를 만나고 싶어.. 이제..
오랫동안 어딘가에 잠들어 있는 너를 나는 찾고 싶어. 너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고 싶어.
 많은 사람들은 “정의” 너를 떠올릴 때마다 “법”이란 녀석도 함께 생각을 하더라.
그러고 보면 너는 법이란 녀석과 단짝친구인가? 어쩌면 이란성 쌍둥이일지도 몰라. 그렇지?
그런데 너는 어디서 자고 있니? 너의 단짝은 여전히 세상을 활보하고 다니는데. 더 정확히
말하면 진짜보단 짝퉁이 더 판을 치고 다니는 거짓된 세상이야. 너도 없고, 너의 친구도 없고, 그런데 사람들은 너와 너의 친구들이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나만 너와 너의 친구를 걱정하고 있는 걸까 봐서 겁이 나. 너와 너의 친구가 힘들다면,
어디선가 고통 받고 있다면 나는 선의지로, 그리고 강한 의무감에 너를 구하러 가야할텐데……
나와 함께 해줄 친구들이 많이 있을 지. 혼자서 외롭게 가야 할까 봐 겁이나.
그런데 너도 좀 이해를 해줘야 할 거야. 요즘 나를 비롯한 한국의 젊은 친구들이 많이 힘들어 하고 있어.
너와 너의 친구가 어딘가에 숨어버려서 아니 우리가 너를 버려서 그래서 벌을 받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우리는 너무 무거운 세상에 살고 있어.
 
누군가는 너에 대해 말하기를 ‘각자에게 그의 것을 주는 것’이라 하고,
또 누군가는 너의 또 다른 이름이 ‘황금률’이라고 말하더라.
또 누구는 사람답게 사는 것이 정의라 말하는 사람이 있고, 또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이 정의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더라. 너는 워낙 매력이 많은 친구라 여러 가지로 표현 될 수 있겠지.
그런데 내가 생각하는 정의는 사람과 자연 모두를 위한 ‘조화로운 삶’이어야 한다고 생각해. 적어도 이 우주 안에서 자연의 이름으로 포함될 수 있는 모든 것들에게는 먹을 것과 휴식. 그러니까 식과 주를 걱정하지 않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정의. 너의 모습이야.
그런데 우린 여전히 생존에 대해 하루하루 걱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지.
 하루빨리 너를 찾아야겠다. 그리고 다시는 너의 손을 놓지 말아야겠다.
너를 만나러 가야 하는데, 네가 없어서 우리는 많이 힘든데, 내 주변의 많은 사람들은
너의 존재와 우리의 고통의 관계에 대해 잘 의식하고 있지 못한 것 같아.
그렇다고 너무 슬퍼하지는 말자. 우리.
내가 많이 알릴게. 너를 찾아야만. 너를 깨워야만 여럿이 더불어 행복해 질 수 있다고.
우리는 반드시 너를 찾아야 한다고 말할게. 그리고 행동할게. 여럿이 함께.
 내가 많은 사람들을 잘 설득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어디선가 나를 응원해줄래?
무섭다고 숨어버린 그 곳에서……  곧 찾아갈 우리를 기다리며 박수 쳐줄래?
 
나는 요즘 너무 슬프다. 아직은 절망보단 희망이 더 커야 할 나이인데 자꾸만 비뚤어진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는 것 같아. 그리고 그 비뚤어진 시각이 어쩌면 정확한 나의 시력일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느낌이 엄습한다.
 내 시각이 틀렸기를 바라고 또 바라지만 말이야.
며칠 전 나는 또 한 번 나의 눈과 귀를 의심해야 했어.
얼마 전에 용산참사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 보도를 보고는 난 또 절망했지.
그리고 너의 존재에 대해 의문을 품으면서 한 숨만 쉬었어.
내가 할 수 있는 것, 그들을 위해……그리고 너를 찾기 위해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그저 한 숨만 내쉬고 있어야 하는 걸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자! 나는 알아.
내가 해야 할 일들 중에 가장 큰 일은 너를 찾는 일이라는 것을……
우리 언제쯤 만날 수 있을까?
우리 견우와 직녀처럼 일 년에 단 한 번만 만나는 그런 아쉬운 재회 말고,
오래도록 함께하는 사이가 되자. 다시는 헤어지지 말자.
그런데 너는 정말 어디에 있니? 정의!
 
 
 
# 나의 이야기 <정의는 분배에 대한 문제다.>
 
“나는 선생님 생각만 하는데, 선생님은 맨날 전태일생각만하죠?”
“네가 전태일이야……”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대사중에학생조영래와그의여자친구가하는말이다.
35년 전 어느 젊은 노동자의 죽음을 알리기 위해 펜을 잡았던 학생 조영래는알았을까?
35년 후에도 여전히 수 많은 전태일이살아숨쉬고있을거라는것을?
그래. 나는 전태일이었어. 나는 전태일이다. 나는 전태일이다.
 
너무나 당연한 권리도 투쟁하지 않고는 얻을 수가없어요. 왜냐면 우린 잉여인간이니까..
나는 너무 어려서부터 싸우는 법을 배웠나 봐요. 남들보다 이른 나이에 일을 시작해서 그런가? 순순히 받아드리기보단 의심과 반항을 먼저 하는 못된 성격을 갖고 있어서 그런지 나는 언젠가부터 파이터가 되었어요.
내 인생의 노동 첫 경험. 그러니까 집에서 설거지 하고 청소하고 하는 그런 노동 말고,
집 밖에 나와 노동 대가를 받고 일을 하게 된 나이. 열일곱.
내 나이 열일곱. 노동의 첫 경험은 고속도로 휴게소 라면코너였다.
‘우리 집엔 아이들이 많아요. 나 말고도 형제가 세 명이나 더 있으니까, 언니는 곧 대학에 들어가고 동생들도 두 명이나 있으니까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내 힘으로 해야 했어요.’
‘우린 부자가 아니니까요.’
 학원비랑 용돈은 내가 벌어야 할 것 같았어요. 어느 누구도 돈을 벌라고 나에게
 시키진 않았지만, 엄마는 나에게 용돈을 주지 않았으니까. 아니 주지 못 했으니까요.
우린 흥부네처럼 얘들도 많은데 집도 한 칸 없었어요. 10년 전 우리 집은.
그래서 엄마와 아빠는 더 독하게 일을 하시고 돈을 모아야 했어요. 왜냐면 집을 사야했으니까요. 나는 집 없는 서러움을 잘 알아요.
한국은 왜 정부에서 집을 주지 않나요? 평생을 뼈 빠지게 일해도, 평생을 벌어 돈을 모아도 집을 사기가 너무 어려운 나라에요.
 우리 엄마,아빠는 정직한 사람이에요. 정직하게 돈 벌고, 나쁜 짓도 안 하는 사람인데,
왜 우리 집은 못 살지요?
 적어도 나라에서는 국민이 먹을 것과 집에 대해 걱정없이 살게 해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우리 엄마 아빠는 세금도 꼬박꼬박 체납도 안하고, 성실납세를 하고 있는데..
 
요즘도 5월이면 제법 날씨가 많이 덥잖아요. 다른 해보다 2001년 5월은 나에게 훨씬 더운 날들이었죠. 주말마다 하루에 12시간 이상을 화력 좋은 가스 앞에 서서 라면을 열라게 끓였댔어요. 하루종일 서서 라면을 끓이는 것도 너무 힘들었지만, 더 참기 힘들었던 건 앞에는 화력 좋은 가스렌지, 뒤에는 펄펄 끓는 우동기계.
‘제발 덥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다리는 아파도 좋으니….’ 일을 하면서 이 생각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몰라요.
 그래도 5월은 참을 만 했는데, 달이 차오를수록 점점 더 힘들어졌어요.
 6월에서 7월. 7월에서 8월. 참 끔찍한 더위였죠. 너무 더우면 대형 냉장고에 잠시 몸을 맡기고 다시 급하게 라면에게 달려갔어요. 그 때 내 나이. 열일곱이라니까요.
 라면을 먹겠다고 줄을 선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마음 편히 밥도 못 먹어요.
그렇잖아요. 한국에서 고딩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가 않잖아요.
그래도 나는 내가 스스로 용돈을 벌 수 있어서 행복하긴 했어요. 그땐 착취가 착취인 줄도 모르고. 내가 생각하기에도 노동의 첫 경험 치고 참 빡 센 일이 아니었나 싶어요.
나는 평일엔 학교를 다니고 주말과 공휴일엔 아침 9시부터 밤9시까지, 식사 시간 30분을 제외하고는 하루종일 서서 라면만 끓였어요..
무더운 여름 날 일을 할 때면, 얼굴까지 벌겋게 달아오른 열기가 밤이 되어도 가시질 않았어요.
찬 물로 수 없이 볼때기를 때려가며 화끈거리는 얼굴의 열을 내려야 했고,
 감자를 붙여 열기를 식히기도 했어요.
우리집은 부자가 아니라고 했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나는 다른 친구들에 비해 철이 빨리 든거 같아요.
 
내 나이 열일곱에 받았던 한 시간 노동 대가. 2001년 법정 시급 2500원.
그때는 4시간 근로 시 30분 휴식, 8시간 근로시 1시간을 쉬어야 한다는 사실도 몰랐어요.
그리고 8시간 이상 일 할 수 없다는 사실도. 8시간 이상 일을 하면 1.5배의 돈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도 전혀 알지 못 했어요.
누가 알려줘야 말이지. 학교에선 그런 것도 알려주지 않잖아요. 지금 생각해 보면 사회 교과서에 <근로기준법>의 내용을 넣어 모든 학생들에게 우리의 권리를 알려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요.
교과서에는 대기업 덕분에 나라가 잘 살게 되었다는 아름다운 이야기들만 있으니까, 내가 일하는 노동 조건이 당연한 줄만 알았으니, 어쩜 이렇게 바보같았을까요?
그렇게 고3때까지 일을 했어요. 그리고 간간이 방학때엔 한달 동안 일을 했구요.
내 노동인생에서 첫 투쟁은 고3 겨울이었을 꺼에요. 2003년에는 시급이 작년에 비해 올랐
다고 들었는데 여전히 사장은 2500원만 주는거에요. 내가 그 때 더 많은 근로기준법을 알고 있었더라면, 내 살림살이가 좀 나아졌을까요?
나는 처음으로 사장에게 대들었어요. “사장님, 시급이 올랐는데요.”
“빨리 돈을 더 주세요.” 사장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으며 나에게 혼을 내기 시작했어요.
스무살도 되지 않은 나를 몰아 세우며… 그런데 나는 용기를 내서 이렇게 말을 했지요.
“사장님, 그러면 나는 신고를 하겠어요.” 그 때 처음으로 노동자로서 나름 소심한 투쟁을 했어요. 그리고 몇 천원 더 받았지요.
가슴은 두근두근. 온 몸은 진동을 울렸지만, 나는 당당했어요. 이건 당연한 권리니까요.
 나는 그 때 처음 알게 되었어요.
우리는 너무나 당연한 권리도 싸우지 않으면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을요.
그 사실을 너무 일찍 깨닳아서 일까? 나는 자꾸만 싸워요.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도 아닌데, 너무나 당연한 것들을 말 하는 건데, 나의 권리를 주장할 때마다 사장들은 나에게 말해요.
“너 아니여도 일 할 사람 많으니까 앞으로 나오지 말라고…”
나는 그 때 알았죠. 내가 잉여인간이라는 사실을….
 
 
아픈 것도 예약이 되나요?
고속도로휴게소, 레스토랑 서빙, 커피숍, 이마트, 전단지, 편의점, 근로장학생, 백화점, 해커스 학원 ……. 이건 내가 열일곱 이후로 지금까지 했던 알바에요.
열일곱 이후로 나는 지금까지도 학기 중에 그리고 방학 때도 끊임없이 일을 해야했어요.
내가 말했잖아요. 우리집은 부자가 아니라니까요. 감사하게도 학비는 부모님이 대 주시니까
방값 그리고 용돈, 책값 모두를 내가 벌어서 써야 했어요.
그러는 동안에도 나에게 국가는 집 한 채는 커녕 한 달 방값도 주지 않더라구요.
이런 것을 요구하는 내가 이상한 사람인가요? 다른 좋은 나라에서는 정부가 국민한테
집도 준다던데…
 
 내 나이 스물 다섯 가을. 여전히 나는 일을 하고 있었죠.
백화점에서 주말마다 귀고리를 팔았죠.
어느 일요일 아침이었어요. 눈을 떴는데 등에 오돌도돌한 이상한 뾰루지가 나 있고, 온 몸에 기운이 없는 거에요. 나중에 알고 보니 대상포진이었어요.
그 땐 대상포진인줄도 모르고, 너무 기운이 없어서 아침 일찍 사장한테 전화를 했지요.
제가 오후 3시에 출근인데 너무 아파서 오늘은 못 나갈 것 같아서 연락을 드린다고 했죠.
그랬더니 사장은 적어도 하루 전에 연락을 주었어야 한다며, 아마도 감봉조치를 될 꺼라는 말을 하더군요. 그리고 몇 주 뒤 통장을 보니 15만원만 들어와 있더라구요. 한 달에 30만원 버는데 아프다고 하루 못 나갔더니 월급에 반을 까고 15만원을 입금하다니…
이런벼룩에 간을 빼 먹을 사람같으니라고. 나는 사장에게 전화를 했어요.
 돈이 다 들어오지 않았다고 했더니, 사장은 저에게 화를 내며 무단결근하면 원래 그렇게 하는 게 규칙이라고 말 하더군요.
그러면서 다른 알바들도 무단으로 결근하면 다 그렇게 한다고…
나는 싸우기를 즐기는 이상한 사람은 아니에요. 그런데 세상 사람들은 자꾸만 나를 독한 사람으로, 파이터로 만들어가고 있어요. 싸움을 못 하면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인가봐요.
이게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들이 살아가는 아름다운 세상인가요?
난 개인적으로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지만 말이에요.
어째든 난 또 싸워야 했지요.
“출근하기 일곱 시간 전에 미리 연락을 드렸기 때문에 무단결근이 아니며, 무단결근을 했다고 쳐도 일한 시간 만큼의 돈은 받을 수 있는 있다.” 고 말했죠.
그리고 아픈 것도 예약을 할 수 있는 지. 물론 전날 미리 연락을 하면 좋겠지만, 아픈 건 예약이 안 되잖아요.
정말 너무 기가 막히지 않나요? 세상은 내가 우아하게 살아가도록 도와주지 않는 거 같아요.
 순한 양이 되어 살아가기엔 세상에 늑대는 너무 많아요.
결국 사장에게 노동부에 신고하겠으니 사업자등록번호를 알려달라고 했더니, 그때서야 바로 돈을 넣어주더라구요.
이 때만 해도 법은 나 같이 약한자를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했는데……
이 때만 해도 순진하게도 법은 모든 약자를 보호하는 줄 알았는데, 요즘 간간히 나오는 재판 결과들을 보면 꼭 그런 것 같지도 않다는 생각이 드네요.
 
 
공룡을이기기엔 내가 너무 작아요.
나는 일주일에 40시간 이상 근로 시(하루 8시간 이상, 5일 근로) 유급휴가가 주어진다는 사실을 몇 달 전에 알았어요.
올 해 5월부터 해커스 학원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어요.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알바몬에서 구인광고를 보니까 해커스는 시급 5천원을 준다고 하더라구요. 바로 지원을 했죠. 다른 데 보다 돈을 850원 정도 더 주니까 오랜만에 괜찮은 알바를 건졌다고 생각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나 진짜 바보 같았어요.
세상을 순수하게 바라보지 않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생각했어요. 나름 비판적 사고를 갖고
세상을 바라보는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자부했는데, 나는 세상을 비판하기에는 아는 게
정말 없는 것 같아요.
해커스 직원은 나에게 면접을 보면서 시급 5000원 안에 식대도 포함이 되어있다고 말을 하더라구요. 나는 그 때까지도 몰랐죠. 아무것도.
그런데 한 두달 후쯤. 아는 동생이 농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그 동생은 유급휴가라는 명목으로 일요일에 일을 하지 않아도 돈이 나온다는 거에요. 그리고 밥도 회사에서 준다고 하더라구요.
나는 참 이상한 회사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 회사가 이상한게 아니라, 그런 사실을 몰랐던 내가 이상한 사람이었어요. 그 때부터 인터넷에서 근로기준법을 찾기 시작했어요.
그 때가 2010년 6월 말일 쯤이었을꺼에요. 그런데 나는 들어갈 때 근로계약서도 쓰지 않았
거든요. 이래저래 궁금한 여러가지들을 직원에게 물었죠. 회사 인트라넷 쪽지로.
“해커스는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나요? 그리고 제가 알기로는 40시간 이상 일을 하면 유급휴가가 있는 걸로 아는데 두 달이 지난 지금 저는 제 월급 명세서 조차 한 번도 받아보지 못 했습니다. 답변 부탁드립니다.” 직원은 답변쪽지에 알아봐주겠다고 했어요. 그리고 며칠이 지났지요. 한 3일 정도 기다려도 구체적인 답변을 해주지 않는거에요.
난 또 문의를 했죠. 용기를 냈어요. 그러나 나는 어쩌면 내가 짤리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그렇지만 해고를 당해도 다른 알바들을 위해, 그리고 앞으로 일 할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당당하게 맞서야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직원은 저를 부르더니 근로계약서를 작성할 테니 잠깐 나오라고 하더라구요.
 직원이 작성한 근로계약서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근로계약서는 내가 법적으로 보호를 받기 위해 근로시간, 시급, 근로형태 등을 문서로 작성해 놓는건데, 도대체 근로계약서의 내용을 보면 회사의 기밀을 누설하지 말 것, 직원님의 말을 잘 들을 것, 지각 하면 회사는 알바를 자를 수 있다는 뭐 이런 이상한 내용들 뿐이었다.
 그 근로계약서라고 생긴 것은 여섯 장이 넘었다. 모든 건 회사의 입장만 적어놓은 노예계약서 같았어요. 참 어이가 없었어요. 그렇다고 그렇게 가만히 있을 내가 아니죠.
. “제가 알기로는 근로계약서에 필수적으로 적어야 할 내용은 근로계약기간, 근무장소, 주업무, 근로시간, 휴일, 임금에 대해 언급되어야 하는데 저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내용이 전혀 없습니다. 이건 갑의 입장만 있지 을의 입장이 없으니 위의 내용을 포함해서 계약서를 작성해야 할 것 같아요.” 라고 말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일부러 이상한 근로계약서를 만들어 온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다른 알바생들은 한 장 짜리 근로계약서와 회사 기밀을 누설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간단히 작성했는데, 나만 이렇게 이상한 근로계약서를 주고 사인을 하라고 했는데, 나만 여섯 장 짜리 문서를 갖고 와서 사인을 하라고 하더라구요. 참 어이가 없었어요.
이후에 몇 번의 문의에 대한 답변도 무성의 한 태도로 “아람 씨는 일을 잘 못 한다고, 일을 못 하면 나가야죠. 왜 들어올 때 말 안하고 지금에 와서 문제를 만드는거에요? “ 직원은 말했다. 사장이 한 말이 아니에요. 노동자가 노동자에게 이렇게 말을 한다는 사실이 참 재밌지 않나요? 이것이 우리 사회 노동 현실인가봐요.
 이후에 근로계약서도 작성도 못한 채 유급휴가에 대한 답변도 처음엔 시급에 식대가 포함되었다고 하더니, 또 나중에는 말을 바꿔 식대와 유급휴가비도 함께 포함되어 있다고 말을
했어요. 그런데 더 재밌는 일은 그 후에 들어오는 아르바이트에게는 식대가 포함된 시급이라고 말을 하더군요.  나만 바보가 된 느낌었어요.
 계속해서 따지니까 직원은 나에게 화를 내면서 나가라고 말 하더군요.
 내가 싸웠던 적들 중에 가장 강한 적이 었어요. .
 거대한 공룡과 싸우는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나는 같은 노동자끼리 싸우고 싶지 않았다구요. 같은 노동자가 노동자를 탄압한다는 사실에 어떤 다른 싸움보다도 더 힘들었어요.
이게 그 유명한 ‘갑, 을, 병 노동자 문제인가요?
7월 마지막 주쯤이었을 거에요.  다른 직원 한 명이 나에게 미안하다며 이렇게 말을 했어요. “제가 알기로는 유급휴가비를 더하면, 지금보다는 더 많은 돈이 지급되어야 할 꺼에요. 그런데 기업이라는 게 법의 눈을 피해서 이익을 극대화 하는 집단이잖아요. 나도 우리가 잘못 하고 있는 건 알고 있어요. 여기 CCTV없죠? 내가 다니던 대학에서도 투쟁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아람 씨가 자꾸 법을 이야기 하면 기업은 아람 씨보다 힘이 쎄니까, 웬만하면 법에 빗대서 이야기 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이건 직원으로서가 아니라 두 세살 많은 언니로서 이야기 하는 거에요.
안타깝지만 아람 씨 한 명이 요구한다고 해서 바뀌지 않을거에요. 미안해요. 회사도 잘못 한 것에 대해 반성을 하고 사과를 해야 하는데, 우리 회사는 그렇지 못한 것 같아요.”
나는 울컥 했어요. 이 공룡 같은 큰 회사를 상대로 내가 말 한다고 해서 쉽게 바뀔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적어도 회사를 대신해서 사과를 해줘서 나는 고마웠어요. 그 사과가 진심이었든 아니었든 나에게는 많이 위로가 되었어요. 그러나 여전히 슬펐죠.
 나는 참 처절하게도 88만원 세대를 대변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정의는마땅히받아야할것을받는것이다.
그런데
마땅히주어야할것을주지않는세상에살고있는우리는.
정의가죽은세상에살고있는건가요?
 
……………………………………….
 
“정의가 죽었나 봐요.”
 
정의가죽었다고슬퍼하지마세요.
 
정의가완전히살아있던적도없었으니까.
 
 
 
 
 
 
 
불량품은어디로가아하나요?
 
나는 이 사회에서 불량품이 되어가는 것 같아요.
남들처럼 토익 점수 올리고, 학점에 목 메고, 외국에 좀 갔다 오고 그렇게 모두들 정품이 되기 위해, 상품이 되기 위한 스펙 쌓기에 몸부림을 치는데, 나는 그 스펙 쌓기에 담을 쌓고 있어요. 기업이 원하는 기능을 갖추지 못한 나는 불량품인가 봐요.
불량품은 어디로 가야 하나요? 불량품도 당당하게 살아갈 곳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나는 숨이 막혀요. 세상이 모두 똑같은 기준의 잣대로 사람들을 바라보잖아요.
생각 할 시간을 주지 않아요. 세상은. 너무 빠르게 바쁘게 돌아가고 있어요.
과연 무엇을 위해서……
 
나는 남들과 거꾸로 가고 있는 거 같아요.
대학 4학년. 남들은 취업 걱정에 밤을 새는데, 나는 이 더러운 사회의 모순에 잠이 안 와요.
남들은 자격증 따기 바쁜데, 나 혼자 여유 있게 맑시즘 포럼 다녀요.
남들은 열라게 토익 책 보는데, 나는 한겨레21 읽고 두 주먹을 불끈 지어요.
나는 생각을 하고 싶은데, 남들은 내가 생각할 시간 동안에도 열심히 취업준비하고 있어요.
 
이것은게임이죠. 생존을 위한 서바이벌 게임.
 그런데 이 게임은 리얼입니다.
가상이아니죠.
내의도와상관없이태어날때부터나는이게임에참여하고있어요.
참이상한게임규칙이죠?
이상하다고생각되는건.
우리가상식에어긋났다고생각되는건
그건정의가죽은사회에살고있어서그래요.
 
 
 
정의는자연이란이름안에포함될수있는모든생명체에게조화로운삶이어야한다.
 
세상에는 산도 있고, 바다도 있고, 하늘도 있고, 습지도 있고, 사람도 있고, 사막도 있어.
산에는 나무도 있고, 꽃도 있고, 물도 있고, 공기도 있고, 다람쥐도 있고, 사람도 살지.
사람은 꽃을 닮은 사람도 있고, 산을 닮은 사람도 있고, 바다를 닮은 사람도 있어.
그리고 하늘을 닮은 사람도 있고, 공기를 닮은 사람도 있고, 나무를 닮은 사람도 있지.
 
우리는 이렇게 다양한 세상에 각기 다양한 모습으로, 다른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잖아.
그런데 왜 자꾸 우리에게. 모두에게. 꽃만 되라고 강요하는 지 모르겠어.
우리는 우리가 서로에게 강요를 하고 있어.
엄마는 자식에게. 친구가 친구에게. 교사가 학생에게. 내가 너에게.
말로는 다원주의 세상에 살고 있다고 말은 하지. 그런데 여전히 단일화된 사회에서 일원화가 되어야 하잖아. 그렇지 않으면 우린 낙오자가 되니까.
 
꽃을 닮은 사람은 꽃이 되어 꽃다발을 만들고
나무를 닮은 사람은 나무가 되어 숲을 이루고
물을 닮은 사람은 물이 되어 바다를 만드는 세상이 되어야 하지 않겠니?
 
정의란
 자연이란 이름 안에 포함될 수 있는 모든 생명체에게 조화로운 삶이 되어야 한다.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니라는 사실.
다양한 재능을 갖은 우리 젊은이들에게 공부만을 시키는 일은 참 폭력적인 사회야.
 
우리는 어쩌면 또 다른 세익스피어들을 우리의 폭력으로 죽여가고 있는지도 몰라.
핀란드의 교육 철학은 단 한 명의 낙오자도 않게 하는 것.
모든 아이들을 같은 선 상에서 평등하게 출발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
이것이 정의이다.
 
 
 
 
2010.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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