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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독교의 숨은 영성가들…신간 '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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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독교가 동아시아에서 유·불·선 전통의 뿌리가 가장 깊은 한국에서만 탄탄하게 자리잡은 이유는 무엇일까?. 3·1운동 때 국민의1.3%밖에 안 되는 기독교인들이 어떻게 민족대표 33인 중 16명이나 포함됐을까?최근 출간된 ‘울림’은 한겨레 종교전문기자인 저자의 이런 궁금증에서 비롯됐다.


 저자는 이 땅의 고통받는 민초들뿐 아니라 한국 근대사를 이끌던 인물들까지 기독교를 받아들인 배경을 그 시대와 사회, 기존 종교의 실상에서 찾는다.


 선각자들은 나라가 망해 가족과 동포들이 지옥에 빠져든 상황에 통곡하면서  민족을 일으켜 세울 새로운 정신과 사상을 간절히 원했다. 지배 이데올로기가 돼 버린불교, 유교 같은 기존 종교에서는 그런 기풍을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저자는 선각자들이 민족 변혁의 기재로 기독교를 선택한 점에 주목하고  지금까지 기독교 선지자로서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들을 소개한다.


 장기려(1911∼1995)는 평안북도 용천에서 태어난 뒤 1·4 후퇴 때 부산으로  피란을 내려와 반평생을 살았다. 경성의전을 수석 졸업하고 김일성 의대 교수를 했던 그는 1959년 국내 최초로 간대량 절제 수술에 성공하는 등 당대 최고의 외과의사로 이름을 날렸다.


 누구보다도 화려한 삶을 살 수 있었지만 그는 화려함을 누리는 대신 스스로를  낮춰 등잔 밑을 살폈다. 처음 의사가 되기로 했을 때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자신을 바치겠다는 약속을 지킨 것이다.


 평생 집 한 채 없이 부산복음병원 옥탑에 살면서 가난한 환자들의 수술비를  자기 월급으로 대줬다. 월급은 늘 적자였고 병원도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병원 쪽이 원장인 장기려 혼자 입원비 지원 결정을 내릴 수 없게 하자 그는 “몰래 도망가라”며 환자들에게 뒷문을 열어줬다. 춘원 이광수의 소설 ‘사랑’의 주인공 안빈 박사의 모델이 바로 장기려다.


 책에는 동화작가 권정생, 한국 기독교 지도자들의 스승 유영모, 오산학교  설립자 이승훈, 심훈 소설 ‘상록수’의 주인공 최용신, 계간지 ‘샘’을 펴낸 시골목사  채희동 등의 얘기도 담겼다.


 책에 등장하는 영성가들은 다른 종교에 배타적이고 정치적인 일에 무관심했던  선교사들의 태도에 비판적이었다. 또 우리 민족과 나라의 역사적 배경은 고려하지  않고 서구식 기독교를 무조건 받아들이는 것을 경계했다. 성경에만 갇힌 그리스도가아니라 삶으로 말하는, 행동하는 예수의 삶을 살았다.


울림 표지-.jpg



 저자는 “한국 기독교는 물신주의와 성공주의에서 벗어나 사람을 평안하게 하고 화해시키고 행복하게 만드는 영성주의로 나아가야 한다. 가장 고통스러운 시기에 태어나 이 땅을 위해 죽어간 선구자들이 보인 예수님의 사랑이 한국 기독교의  희망이다”라면서 그들의 말과 글을 생생히 전한다.


 “당신은 왜 자꾸 하늘만 바라보고 있나요. 당신이 믿는 예수님은 하늘의 자리를버리고 이 땅에 내려와 가난한 이들과 병든 세상을 돌보시다 십자가에 달려  죽으셨는데 말입니다. 당신은 여전히 선녀처럼 하늘로 올라갈 생각만 하고  있구려.”(채희동 목사)조현 지음. 휴. 332쪽. 1만4천원. 


공병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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