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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식으로 사는 공식

일반 조회수 7612 추천수 0 2008.10.12 11:54:59
즐거운저항

 

옛날 옛적 햇볕이 참 따스하던 날, 우린 창가에 앉아 이런걸 외웠지

(a+b)² = a² + 2ab + b² , (a-b)² = a² - 2ab + b²  수학은 논리를 배우는 거라지만

선생님도 모르는 이유같은게 우린 하나도 긍금하지 않았어

a² - b² = (a+b) (a-b) 이런건 그래도 대충 이해가 되기도 했지만

(a+b)³ = a³ + 3a²b + 3ab² + b³ = a³ + b³ + 3ab (a+b) 이런건 정말 하품만 났어

그런 날은 창 밖에 스산한 바람이 불었지

(a-b)³ = a³ - 3a²b + 3ab² - b³ = a³ - b³ - 3ab (a-b) 도대체 이런걸 왜 외워야 하는지

그 시절엔 참 알다가도 모를게 너무 많았어

 

그런데 너 혹시 이런거 아니, a가 너고 b가 나야 

a³ + b³ = (a+b) (a² - ab + b²) = (a+b)³ - 3ab (a+b) 우리가 죽도록 미치도록

a³ - b³ = (a-b) (a² + ab + b²) = (a-b)³ + 3ab (a-b) 서로 피와 살을 먹어버리고 싶을 만큼

사랑하고 사랑하던 어느날, 밤새 하염없이 비가 내리던 그 어느날

(x+a) (x+b) = x² + (a+b)x + ab  정체불명의 x가 다가와 우리 주위를 맴돌다가

(x-a) (x-b) = x² + (b-a)x - ab  기어이 너와 나 사이를 틈입하여

(x-a) (x-b) = x² - (a+b)x - ab  우리의 삶을 온통 뒤흔들어 놓은걸 너도 기억하겠지

비는 계속 내리고 있었어 쓸쓸하게 때론 장엄하게

 

옛날 옛적, 소라집같은 햇볕속에서 (a+ b+ c)² = a² + b²+ c² +2ab + 2bc + 2ac

우린 그저 우리 닮은 예쁜 아이 c 하나 낳아 도란도란 행복하게 살고싶었지만

사는게 수학공식같지 않더라, 외워서 될 일이 아니더라

하지만 세상이, 모든 것이 틀속에 갇혀 있는데 공식 아닌건 또 뭐가 있겠니

(a+ b+ c)³ = a³+ b³+ c³ + 3 (a+b) (b+c) (c+a)  승수가 커질수록 견고해지는 틀, 

공식대로 안살면 모났다고 정(釘)맞고 공식대로 살다간 잘났다고 총(銃)맞잖니

어려운 수학문제처럼 참 풀리지도 않는 세상, 스산한 바람만이 표표히 부는 세상

차라리 모두 0을 대입하고 사막을 걸어가듯 빗속을 걸어가듯

아무 생각없이 그냥 가는거야, 산다는 건

그게 비공식으로 사는 공식

 

- 고비사막에 누워 밤하늘 은하수를 보다. 별의 사막, 모두가 0으로 자유로운.

 

@4d4e81d3f9219886bcadb3dc9b503f82@a*@4d4e81d3f9219886bcadb3dc9b503f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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