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서로 마음을 열어 고민과 아픔을 나누고 치유하며 행복을 모아내는 게시판입니다.

날마다 짓는 집

일반 조회수 7607 추천수 0 2008.10.14 09:05:59
 

날마다 짓는 집


장맛비가 느긋해졌다

출근하면 늘 마주하는

낮은 산의 이마가

조금은 투명한 실오리를 둘렀다.


세상에 이슬방울이 사라지지기 전에

아주 조용한 마음으로

아주 낮은 마음으로

거미가 그물을 엮듯이 집을 짓는다


고요한 마음으로 터를 다지고

맑은 낱말로 얼개를 만들고

너그러운 눈으로 흙을 다지고

도타운 사랑으로 지붕을 올린다


말수가 적은 사람이

다친 마음을 쉴 수 있고

사람 속에서 부대낀 사람이

다리를 쉬러 올 것이다.


오늘도 아침부터 집을 짓는다

이슬방울도 채 사라지지 않았는데

사람들의 시선이 머물지 않은 때를 맞추어

조용조용히 가만가만히


세상에서 세상을 살아도

늘 집을 짓는 마음

마음을 보이기보다는

남의 말을 들어주기에 익숙한 마음


어쩌다 집 나간 말은

상처를 입고 돌아오기도 한다

어쩌다 집 나간 무욕의 말은

오욕을 덕지덕지 뒤집어쓰고 돌아오기도 한다


맑고 고운 바람만이 통할 수 있는 벽을

사람과 말 사이에 두른다


그 안에는 상처입은 사람들의 말들이

서늘한 바람을 맞으며 쉬고 있다

맑고 고운 사람들의 말들이

세상 구경을 하기 전에 단장을 하고 있다

나는 이런 집을 날마다 지으며 주인이 된다


차창을 겸허히 열고

새 바람을 새 식구로 맞이한다

밤새 내린 고운 빗물로

잠시 숴러 온 오욕의 말들을 새롭게 씻는다


아침마다 새로운 아침

세상에 이슬방울이 사라지지기 전에

아주 조용한 마음으로 아주 낮은 마음으로

거미가 그물을 엮듯이 집을 짓는다


장맛비가 느긋해졌다

출근하면 늘 마주하는

낮은 산의 이마가

조금은 투명한 실오리를 둘렀다.


맑게 씻긴 말들이

새 집에 들어와서

자그락 자그락 도란도란

맑고 고운 이야기를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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