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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오도산 정상에서 바라본 구름바다의 장관

[한겨레 매거진 esc] 

물안개 비경 자랑하는 경남 합천 오도산과 황계폭포·홍류동 계곡

“아침마다 물안개가 깔리가, 사철 네 방향이 다 사진이 된다이까네.”

경남 합천군 합천읍에서 만난 사진가 임봉근(44)씨가 자랑스런 표정, 확신에 찬 말투로 말했다. 문화관광 해설사 이우열(73)씨도 말했다. “하모, 거기 가모 삼라만상이 발아래요, 구름 속이라.” 합천군과 거창군 경계에 솟은 오도산(1120m) 정상의 아침 경치 얘기다. 그는 “겨울 아침도 좋지만, 골마다 물안개가 일어나 산줄기를 타고 넘는 장관을 보려면 지금(무더운 날 다음날 아침)이 딱 좋다”고 했다.

새벽 4시30분, 어둠을 헤치고 비좁은 시멘트 포장 굽잇길을 차로 20분쯤 올랐다. 정상 전망대 부근에서 물안개보다 먼저 만난 장관이 어둠 속에 도열한 30여명의 사진가 행렬이었다. 평일인데도 전망대 주변과 길 옆으로 거의 빈틈없이 삼각대가 세워져 있었다. “주말 새벽이면 100여명이 북적인다”는 말이 실감 났다.

가야산 홍류동 계곡
골마다 물안개 일어나는
장관 보려면
무더운 지금이 딱

여명이 비치면서 첩첩이 쌓인 산줄기들과 골마다 깔린 운해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구름바다 사이로 아스라이 겹쳐진 능선들의 짙고 여린 자태가 점점 또렷해지자 셔터 소리가 한결 요란해졌다. 아침 해는 주변이 밝아진 한참 뒤에야 두꺼운 구름 위로 붉게 떠올랐다. 비록 산줄기를 타고 오르며 넘실대는 물안개 파도를 만나지는 못했으나, 달콤한 새벽잠과 바꾸기에 충분한 멋진 광경이었다. 한 사진가는 이날 아침 경치를 “(가장 멋질 때의) 60%쯤 되는 수준”이라고 평했다. 7시 가까이 되며 운해가 퍼지기 시작하자 장비를 챙겨 철수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물안개가 제대로 깔릴 땐 9시 넘어까지 남아 사진을 찍는다고 한다.

오도산은 합천에서 가야산(1430m)에 이어 둘째로 높은 산이다. 1983년 정상에 통신중계소가 세워지며 산길이 뚫리기까지 약초·산나물 채취꾼만 드나들던 산이었다. 정상까지 차를 타고 오를 수 있게 되면서 “지리산 운해에 버금가는 정상 전망”이 알려지기 시작했고, 사진가들 사이에 운해를 곁들인 해돋이·해넘이 촬영 명소로 떠오르게 됐다. 사진가 임씨는 “합천호와 황강 줄기에서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멋진 운해를 만든다”며 “특히 소나기가 쏟아지면 100% 운해가 끼므로, 일하다가도 장비 챙겨 산으로 오른다”고 말했다.

정상엔 커다란 대리석 탑이 있다. 통신중계소 건립 당시 산꼭대기를 13m나 깎아내 높이가 낮아지자, 주민들이 “산 정상을 훼손해 큰 화가 닥칠 것”이라며 거세게 항의해, 정상 높이와 같은 탑을 쌓았다고 한다. 묘산면소재지에서 봉산면 쪽으로 가다 산제마을 지나 오른쪽으로 오도산 통신중계소 팻말이 선 산길 입구가 나온다.

합천의 경치 좋은 곳을 일컫는 ‘합천 8경’ 중 이맘때 특히 돋보이는 경치가 두곳 있다. 허굴산 옆 황계폭포(7경)와 가야산 홍류동 계곡(3경)이다. 두곳은 가을 경치도 훌륭하지만, 수량이 풍부해지는 여름철이면 가슴속까지 시원해지는 물줄기와 바위 경치가 어울려 장관을 이룬다. 황계폭포는 용주면 황계리 ‘택계다리’ 앞에서 물길 상류 숲길로 7~8분 걸으면 나온다. 비탈진 암반을 사이에 두고 커다란 물웅덩이 둘을 거느린 2단 폭포다. 폭우 뒤에 찾아간 황계폭포의 위용은 대단했다. 먼저 만나는 하단폭포는 물살이 경사진 암반을 타고 부챗살처럼 퍼져 쏟아지는 와폭이다. 와폭 위쪽 바위 너머로 보이는 상단폭포는 거리가 멀어 규모가 작아 보인다.

합천 8경 중 하나로 꼽히는 허굴산 옆 황계폭포
황계폭포 시원한 물줄기
수량 많을 때는
물안마 피해야

등산화를 벗고 물길 건너 계단을 오르자 바윗골을 따라 굽이치는 물길 건너편으로 물보라를 일으키며 세차게 쏟아지는 웅장한 폭포의 면모가 드러났다. 높이 15m쯤 되는 절벽에서 거센 물줄기가 시퍼런 물웅덩이와 바위자락으로 내리꽂히며 자욱한 물보라를 일으켰다. 수량이 많아져, 폭포 밑으로 가려면 바지를 걷고 물에 잠긴 바위를 딛고 건너야 했다. 폭포수와 절벽 사이엔 작은 공간이 있어, 거센 폭포 물살을 안쪽에서도 감상할 수 있으나 바위가 미끄러워 조심해야 한다. 폭포 주변에서 수영 등 물놀이는 엄격히 금지돼 있다.

간혹 어깨나 등에 물맞이(물안마)를 하러 오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수량이 많을 때는 매우 위험하므로 삼가야 한다. 가물면 폭포 물줄기가 약해져 두갈래로 갈라지는데 이때가 오히려 물맞이하기엔 더 좋다고 한다. 폭포 상류 쪽에 수량을 조절하는 농업용수용 저수지가 만들어지고 있어, 내년 하반기부터는 가물 때든 장마철이든 일정한 수량의 폭포수를 감상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가야산 해인사 들머리 홍류동 계곡은 이름 그대로, 가을이면 붉디붉은 단풍이 골짜기를 따라 흐르는 단풍 명소다. 지난해 가을 이곳에 옛길을 다듬어 만든, ‘소리길’이라 이름붙인 6㎞(대장경문화축전 행사장~영산교) 길이의 산책로를 개설해 가을이 아니더라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나무데크를 따라 다리를 넘나들며 골짜기의 바위 경치와 울창한 숲길을 편하게 즐길 수 있다. 계곡길에선 자욱한 물소리를, 산길에선 그윽한 바람소리·새소리를 감상하며 거니는 ‘소리길’이다. 가야산국립공원 사무소(055-930-8000)에 신청하면 소리길의 자연·역사문화 해설을 곁들인 길안내를 해준다. 팔만대장경이 있는 명사찰 해인사를 둘러보기 전후로 아름다운 홍류동 골짜기 소리길도 산책해 보시길.

이밖에 합천 여행길에 찾아볼 만한 곳으로, 보물 즐비한 폐사지들인 영암사터, 백암사(대동사)터, 월광사터와 1920~60년대 서울의 주요 거리를 재현해 놓은, 영화·드라마 촬영세트장인 합천영상테마파크 등이 있다. 여행 문의 합천군 관광개발사업단 (055)930-3755.

합천=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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