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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들은 원래 얼리어답터였다

휴심정 2013. 03. 31
조회수 8428 추천수 0

옴 마니 아이패드 메(Om Mani iPadme Hum)  
왜 불자들은 테크놀로지를 습득하는가(Why Buddhists Get Technology)  


‘불교’에 대해 세간이 품고 있는 이미지는 ‘고색창연하고’ ‘물질문명과 거리를 두는’, 약간은 고리타분한 것입니다. 세간의 풍파에서 벗어나 깨달음을 얻으려고 정진하는 모습이 세간의 눈으로는 그렇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불교는 과거와 현재 어느 시기를 막론하고 테크놀로지의 최첨단에 서있었습니다. 

미국의 저술가인 조이스 모건(Joyce Morgan, <실크 로드 여행: 사막 탐험자, 부처님의 비밀 도서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활자책 발굴>의 공동 저자)은 최근 <허핑턴포스트>에 기고한 글을 통해 “불교야말로 최고의 ‘얼리 어답터’이자 커뮤니케이션 테크놀로지의 최선두에 서왔다”고 강조합니다. 

특히 불경의 필사본 사경에 이어 최초로 목판인쇄를 통해 불경을 만들어 인류의 4대 발명품인 인쇄술을 크게 발전시켰습니다. 현존 최고의 목판인쇄물은 무구정광대다라니이며,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 역시 스님들의 법문과 서한문을 담은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이 아닌가요. <역자 주> 

불교테크놀로지1.jpg     
▲ 아이패드로 촬영하는 남방불교 스님


오렌지색 승복을 입은 채 휴대폰으로 채팅을 하거나 아이패드를 응시하는 스님. 고급 여행 잡지에서 선호하는 이미지다. 이러한 사진들은 고대의 전통이 현대의 테크놀로지와 조우하면서 발생하는 문화적 충돌과 모순을 상기시키려 의도된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런 이미지를 볼 때마다 그와는 상반된 사실을 떠올리게 된다. 불교 스님들은 오랫동안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테크놀로지의 선두에 있어왔다. 그들은 원래의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s)’이자 세계를 송두리째 바꿔놓은 인류의 위대한 발전 중 하나인 인쇄술의 최첨단에 있었다. 

인쇄술은 세계를 변화시켰다. 책에서 지폐, 게시판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온통 인쇄된 말에 둘러싸여 있어서 그것이 없는 세상이란 가히 상상하기조차 불가능하다. 인쇄술은 종이, 화약, 나침반과 함께 인류의 4대 발명품 중 하나다. 

서양에서는 인쇄술이 글을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을 확산시켰고 계몽주의를 탄생시켰다. 동양에서는 또 다른 형태의 깨달음을 추구하는 이들이 인쇄술의 확산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스님들은 서양보다 최소한 600년은 앞서서 신속한 자료, 즉 불경의 사경이 지니고 있는 가치를 이해했다. 

그들은 단순히 개종을 위해서가 아니라 선업을 쌓는다는 불교의 중심적인 사상 때문에 그렇게 했다. 선행을 많이 하면 할수록 선업이 더 많이 쌓여서 불도에 이르는 길이 더 빨라지거나 적어도 더 나은 환생을 하게 된다. 

선업은 불교에서 동기를 유발하는 힘이며 살생, 도둑질,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을 포함해서 많은 방법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하지만 인쇄술의 확산에 더 중요한 점은 부처님의 말씀인 경전을 사경하고 전함으로써 선업을 쌓을 수 있다는 것이다. 

목판 인쇄술이 출현하기 전에 불경은 손으로 필사했다. 필경사(scribe)가 필사본 한 권을 만들어내는 데만도 몇 주가 걸릴 수 있었다. 그러나 인쇄술은 수백, 심지어 수천 권의 복사본 생산을 가능하게 했다. 비록 목판을 조각하려면 손으로 필사하는 것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속도로 경전을 복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엄청난 것이었다. 

불교테크놀로지2.jpg      
▲ 스마트폰을 쓰는 티베트 승려


활자로 인쇄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책은 불경으로서 기원후 868년의 금강경이다. 비록 사본은 현재 영국 도서관에 한 권밖에 남아 있지 않지만 아마도 원래는 삽화가 들어 있는 두루마리의 사본이 수백 권은 인쇄되었을 것이다. 
중국에서 그것이 만들어졌을 당시, 인쇄술은 이미 아시아 곳곳에 정착된 산업이었다. 불교는 색의 사용을 포함해서 인쇄술의 다른 혁신도 주도했다. 세계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두 가지 색상의 종이 인쇄물은 불경이다. 공교롭게도 이것 역시 금강경 사본으로서 1341년에 중국의 후베이 성에서 검정색과 빨간색으로 인쇄된 것이다. 

유럽에서 가장 초기의 것으로 알려진 목판 인쇄물인 성 크리스토퍼의 이미지는 1423년이 되어서야 만들어졌으며 요하네스 구텐베르크가 인쇄기를 발명한 것은 거의 30년이 지난 뒤였다. 

인터넷이 아직 초보적 단계였던 10여 년 전에 나는 호주의 시드니에 있는 작은 집에서 왔고 새롭게 부상하는 테크놀로지의 잠재력을 재빨리 알아본 한 스님을 만났다. 당시 그는 세계 최대의 불교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이후 테크놀로지는 극적인 변화를 겪었지만 그 웹사이트(www.buddhanet.net)의 목표는 여전히 동일하다. 바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널리 전하는 데 커뮤니케이션 테크놀로지를 활용하는 것이다. 

1999년까지 텔레비전이 부족했던 히말라야의 부탄 왕국에서는 한 불교 스승이 갈수록 시각적인 시대에 자신의 문화를 유지하는 방법으로서 영화의 가치를 재빨리 깨달았다. 부탄의 시민들이 처음으로 티비를 시청하게 된 것과 같은 해에 총사르 키엔체 린포체(Dzongsar Khyentse Rinpoche)는 그 나라 최초의 영화 중 하나인 ‘더 컵(The Cup)’을 연출했고 2003년 ‘여행자들과 마술사들’이 그 뒤를 이었다. 

한편, 부탄은 자국의 오랜 커뮤니케이션 테크놀로지를 버리지 않았다. 목판으로 인쇄한 불경이 책장에 줄지어 놓여 있는 수도 팀부의 부탄국립도서관에서 나는 세계에서 가장 희귀한 직업 중 하나에 종사하고 있는 한 남성을 만났다. 예쉬 나미갈(Yeshe Namygal)은 그 도서관에 상주하는 목각사이며 도서관의 방대한 컬렉션을 위해 복잡한 목판을 계속 제작하고 있다. 

나는 최근에 한 서양인 비구니 스님과 국제공항으로 가는 택시를 동승했다. 그녀는 과도한 짐 때문에 고생할 필요가 없었다. 몇 안 되는 그녀의 소지품에는 염주, 갈아입을 승복, 아이패드가 포함되어 있었고 아이패드는 그녀의 기도문과 일상적인 수행법으로 꽉 차 있었다. (터치스크린으로) 부처님의 말씀과 필요한 이미지를 살펴보는 그녀의 행동을 통해 나는 고대의 목판에서부터 사이버스페이스에 이르기까지 테크놀로지와 불교는 항상 양립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정효선 dasan2580@gmail.com

전문 번역가.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뒤 15년간 MBC 보도국 국제부에 근무했으며 ‘KBS스페셜’, ‘생로병사의 비밀’ 등의 프로그램에서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대표 번역 작품으로는 KBS특별다큐멘터리 ‘마음’, ‘기억’, 다큐멘터리 ‘울지마톤즈’ 등이 있다. 


*이 글은 불교닷컴(http://www.bulkyo21.com)에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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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도그마의 감옥을 박차고 나와 깨달음과 행복을 위한 고무 찬양이 난발하는 곳, 그래서 더욱 알아지고 깊어지고 열리고 사랑하게 되고 행복해지는 곳, 단 1분도 쉬지 못하는 마음이 쉬는 곳, 잠시 뒤면 소란이 다시 몰려올지라도 1분만이라도 온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 휴심정 休心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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