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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편, 고통 속에서 고백하는 정직한 기도

휴심정 2013. 04. 02
조회수 8213 추천수 0

듣던 대로 4000권이 넘는 책들이 진열된 책장부터 눈에 들어왔다. 얼마 전 자신의 여덟 번째 책 <행복하십니까? 아니오, 감사합니다>(꽃자리)를 낸 김기석 목사(청파감리교회)를 만나면 '바쁜 목회 일정 가운데 꾸준히 책을 낼 수 있는 비결'을 물어보고 싶었는데, 집무실을 보니 그 이유를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책을 만들려고 의도적으로 글을 쓴 적은 없습니다. 그동안 월간 잡지에 꾸준히 연재한 것을 출판사들이 책으로 엮어 내면서 그렇게 보이는 것 같습니다." 

김기석 목사가 '고민하며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책을 보자'는 생각으로 하루 200페이지의 책을 읽고 있다는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다. 수도사들이 시간을 정해 기도하는 것처럼, 꾸준한 기도와 독서가 목회자들에게 중요하다고 그는 말한다. 

이번엔 에세이가 아니라 설교집이다. 10년 전부터 최근까지 설교한 내용 중에서 시편만 골라 담았다. 문학평론가로도 활동한 김기석 목사와 '시'는 왠지 잘 어울린다. 3월 29일 청파감리교회에서 김 목사를 만났다.
 
고난받는 사람들이 기뻐할 수 있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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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석 목사 ⓒ뉴스앤조이 최유진
 

"시는 우리의 흘러가는 일상의 한 부분을 포착함으로써 그 순간을 잊지 못하게 만들어 줍니다. 어떤 평범한 상황을 시적인 상황으로 만드는 것은 시인의 시선입니다. 시에는 시대를 보았던 시인들의 시각이 담겨 있습니다." 

김기석 목사는 시란 과거에 고착된 언어가 아니라 시간의 간격과 상관없이 우리의 영혼에 보편적인 공명을 일으킨다고 했다. 시편의 배경은 고대이지만 삶의 조건은 오늘날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특히 시편은 힘겨운 상황에서 쓰인 글들이 많다. 이는 고난을 겪는 사람들이 하나님께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보여 준다.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구별되는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상상력입니다. 내가 겪지 않아도 다른 사람의 삶을 보면서 공감할 수 있습니다. 시편의 시인들은 고통을 숨기거나 미화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하나님께 이야기합니다. 기독교인들은 원수까지 사랑하라는 말씀 구절에 늘 발목이 잡혀 있습니다. 그러나 시편의 시인들은 '저 원수놈 어떻게 좀 해 주세요'라고 정직하게 기도합니다. 자신의 어두움을 드러내면서 어두움이 흰 그늘로 바뀌는 것을 경험합니다. 이게 시를 읽는 기쁨입니다." 

고통 속에서 부른 노래들이 많아서인지, 시편이라고 하면 '고통' 외에 다른 상황이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나 김 목사는 시편이 고통 너머 다른 세계가 있다는 사실까지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시편을 읽다 보면 탄식하던 시인이 "하나님을 찬양하겠다"고 마무리할 때가 많다. 

시를 읽는 기쁨을 아는 김기석 목사는 아침마다 시편을 몇 편씩 읽는다. 특별히 좋아하는 시편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구절 하나하나 다 좋다"고 했다. 119편은 길지만 개인적으로 소중하게 생각하는 시이고, 131편에서는 젖을 뗀 어린아이의 평안함을, 40편에서는 덩달아 시인과 함께 수렁 속에 빠져드는 기분이 든다고 했다. 

설교는 성경이 하는 말, 하나님의 마음과 일치해야
 
설교문을 엮은 책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주제가 설교로 이어졌다. 김기석 목사는 설교에 담겨야 하는 건 교인들에게 해 주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라, 성경이 하고 싶은 이야기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교자들이 성경보다 설교를 듣는 사람들의 상황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에 대한 우려였다. 

"세상에서 고단하게 살았던 사람들이 위로를 받고 싶어 하기 때문에 교회에서 어려운 이야기를 하면 안 된다고 하는 건 세속화된 종교입니다. 교인들이 좀 떨어져 나가도 괜찮습니다. 진짜 교인들이 남아야 합니다." 


김기석목사책.jpg
▲ <행복하십니까? 아니오, 감사합니다> / 김기석 지음 / 꽃자리 펴냄 / 336면 / 1만 4000원
 

설교에서 김기석 목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하나님의 마음에 일치하는가'이다. 무엇보다 자신이 믿는 하나님이 어떤 분인지 알아야 한다고 김 목사는 말했다. 출애굽기에서 포로와 광야 생활로 고통받는 백성들에게 하나님이 직접 나타난 것처럼, 하나님은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김 목사는 이러한 하나님의 관점에 맞는 설교를 하고, 자신의 삶이 하나님의 마음과 일치할 때 복이 있다고 했다. 

많은 독자들이 김기석 목사의 글을 애독하는 것은 사람들이 현실에서 부딪치는 문제들이 그의 글에 녹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김 목사는 기독교인들이 예수를 믿고 구원받았다는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하지만, 실체가 없다는 점을 아쉬워했다. 고통받는 이들의 문제를 고민하지 않고, 아파트 시세가 오르면 세상 사람들처럼 좋아하는 모습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하나님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평화를 만드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했다. 

"평화는 아주 소박한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굶주리는 사람이 있는데 평화를 말하는 건 거짓말입니다." 

'행복하십니까? 아니오, 감사합니다.' 김기석 목사가 행복보다 감사에 방점을 찍는 이유는 행복해지려는 욕심은 자신에게 결핍된 부분만 보게 만들기 때문이다. 

"내 안의 부족한 것만 보는 사람과 사랑에 빚진 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삶은 다릅니다. 감사의 렌즈를 끼고 세상을 보면, 인생을 보는 시선도 달라질 것입니다."

최유진 / *이 글은 <뉴스앤조이(www.newsnjoy.or.kr)>에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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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심정
도그마의 감옥을 박차고 나와 깨달음과 행복을 위한 고무 찬양이 난발하는 곳, 그래서 더욱 알아지고 깊어지고 열리고 사랑하게 되고 행복해지는 곳, 단 1분도 쉬지 못하는 마음이 쉬는 곳, 잠시 뒤면 소란이 다시 몰려올지라도 1분만이라도 온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 휴심정 休心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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